지난달 28일(현지시간) 케냐 타나강과 인접한 모로로 지역에서 홍수가 발생한 뒤 아이들이 물에 잠긴 마을을 벗어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 곳곳에서 살인적인 폭염과 폭우가 발생해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같은 재난이 지구온난화의 결과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악의 기후재난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갈수록 빈번해지는 이상기후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 제반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P통신은 7일(현지시간) 세계 전역에서 극단적인 날씨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 동부 케냐에서는 지난달부터 내린 폭우로 최소 228명이 사망하고 72명이 실종됐다. 국립기상청 기후예측센터는 “동아프리카 국가들에는 평년보다 최대 6배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고 분석했다. 남미 브라질에서도 홍수가 발생해 90명이 사망하고 130여명이 실종됐으며, 약 15만명이 이재민이 됐다. 건조한 사막 기후인 두바이도 1년치 강수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국제공항이 폐쇄되는 물난리를 겪었다. 미국과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주 카노아스에서 홍수가 발생한 후 한 남성이 군 소방관들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규모 선거를 치르고 있는 인도에서는 최고기온이 43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투표율이 이전 선거보다 3~4% 가량 떨어졌고, 뉴스 앵커가 생방송 중 실신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밖에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전역에서도 역대 고온 기록을 넘어서는 최악의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고온 기록을 추적해 온 기후학자 막시밀리아노 헤레라에 따르면 이번달 첫 5일 동안 70개 지역에서 폭염 기록이 경신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상 고온’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지목했다.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가 머금고 있는 습기가 더 많아져 폭우가 내릴 가능성도 커진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엘니뇨 현상 등 자연적 요인이 작용한 점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가 이상기후의 주범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인도 북부 프라야그라지에서 한 남성이 갠지스강 근처에 있는 수돗가에서 물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조나단 오버펙 미국 미시간대학 환경학과 교수는 “지난 11개월동안 지구 온난화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심각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까지 이상기후가 나타나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24년도 기후 재난으로 인류가 고통받는 역사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같은 이상기후가 더 자주 나타날 것이라면서 피해를 줄이가 위한 도시 정비 작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도시 대부분이 20세기에 설계돼 당시의 기온과 강수량 변동폭을 넘어선 재난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기후과학자 앤드류 데슬러는 “우리는 지금 20세기의 기후 패턴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있지만, 인류는 이상기후를 전혀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날씨는 점점 극단적으로 변하면서 인류의 처리 능력을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케냐 남서부 나쿠루 카운티 마이 마이후 지역에서 홍수가 발생한 뒤 한 마을의 의자와 집이 무너진 채 흙탕물에 잠겨 있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