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청 오는 27일 사천서 개청

직원 거주 아파트 230채 마련

큰 병원 멀어 장거리 이동 불가피

재정 지원 대부분 ‘2년 한도’ 한계

오는 27일 개청 예정인 우주항공청이 임시 청사로 이용할 아론비행선박산업 건물. 총 9개층 가운데 8개층을 우주항공청이 쓴다. 이정호 기자

지난 20일 경남 사천시 우주항공청 임시 청사 고층부에서 바라본 바다. 청사 정문에서 불과 50m 앞에 해안에 펼쳐져 있다. 이정호 기자

지난 20일 경상남도 사천시 우주항공청 임시 청사 앞에 서자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탁 트인 푸른 바다였다. 차도를 사이에 두고 청사에서 불과 50m 앞에 해안이 펼쳐져 있었다. 코로는 바닷물의 짠 내음이, 귀로는 찰싹거리는 파도 소리가 실려 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날 언론에 공개한 청사 내부에서는 막바지 실내 공사가 한창이었다. 책상 배치는 끝나 있었지만, 다른 사무용 집기들은 제자리에 있지 않았다.

사무실 벽면에는 포장재가 뜯기지 않은 대형 복사기들이 모여 있고, 직원들의 책상 근처에는 뒤집힌 의자가 놓여 있었다. 한쪽에서는 공사가 끝난 구역부터 먼지를 제거하는 입주 청소가 바쁘게 진행 중이었다.

지난 20일 우주항공청 사무실에 배치가 끝난 책상들이 놓여 있다. 현재 우주항공청에서는 막바지 실내 공사가 한창이다. 우주항공청은 오는 27일 개청해 업무에 들어간다. 이정호기자

지난 20일 우주항공청 내부 사무실에 의자 등 집기가 놓여 있다. 이정호 기자

오는 27일 업무 개시와 함께 문을 열 우주항공청 임시 청사는 아론비행선박산업에서 임차한 건물이다. 총 9개층 가운데 8개층을 우주항공청이 쓴다. 현재 청사를 사용하다 사천시 내 장소를 물색해 3~5년 뒤쯤 정식 청사를 지어 옮길 계획이다.

그동안 과학기술계에서 우주항공청과 관련해 가장 우려했던 것은 ‘정주 여건’이었다. 부족한 인프라 때문에 고급 인재가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우선 과제는 타지에서 이사 올 우주항공청 직원들이 살 집을 공급하는 것이었다. 이날 언론 대상 브리핑을 개최한 과기정통부와 경상남도, 사천시에 따르면 주택 문제는 대체로 해결된 것으로 보였다.

과기정통부는 공공 임대 아파트 180가구, 사천시는 민간 아파트 50가구를 우주항공청 직원들에게 무상 제공한다. 공실 중인 아파트를 활용했다.

연말까지 우주항공청에 채용될 직원이 총 293명이고, 이 가운데 52명은 제주도에서 근무한다. 사천에 근무한다면 어렵지 않게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우주항공청 직원이 개인적으로 아파트 구매나 전세 계약을 하고 싶다면 사천시에서 대출 이자의 90%를 지원한다. 이숙미 사천시 우주항공과장은 “2년간 월세를 매달 최대 30만원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시행한다”고 밝혔다.

사천시가 우주항공청 직원 거주용으로 공급하는 아파트의 주차장 입구에 기존 주민들이 설치한 우주항공청 직원 환영 현수막이 지난 20일 걸려 있다. 이정호 기자

우주항공청 직원들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는 점은 기존 주민들에게도 즐거운 일인 듯 보였다. 이날 직원들이 거주할 한 아파트 단지에 찾아가 보니 주차장 출입구에 ‘우주항공청 임직원 여러분 입주를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경남도에서는 현금 지원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초중고 자녀 1인에게 매월 50만원을 지급하는 장학금을 포함해 4인 가족 기준 최대 3000만원을 지원한다. 온가족이 동반 이주할 수 있도록 하려는 정책이다.

이처럼 과기정통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우주항공청 직원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계도 보인다.

아파트 내부 공간이 가족 동반 직원들에게는 다소 좁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 과기정통부가 제공하는 사천 시내의 한 임대아파트 단지는 전용 면적 36㎡, 46㎡, 51㎡다. 사천시가 제공하는 아파트는 59㎡, 76㎡다. 주택 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아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면적 84㎡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문제는 큰 병원을 이용하려면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승용차 기준 우주항공청 청사에서 진주 국립경상대병원까지는 25분(19㎞)이면 도착하지만, 창원 국립경상대병원까지는 1시간 10분(86㎞)을 달려야 한다. 만약 여기서 치료를 못 받으면 120㎞ 떨어져 있는 양산부산대병원까지 가야 하는데, 1시간 40분이 걸린다.

과기정통부가 공급하는 임대 아파트는 진주에도 마련될 계획이다. 사천에서 출발할 때보다 이동 시간이 줄어들지만, 10여㎞ 내에 대학병원이 모여 있는 수도권과는 큰 격차가 있다. 응급 진료나 대학병원 통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남도와 사천시가 우주항공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행할 정착금이나 월세 지원 등 핵심적인 재정 프로그램 대부분이 2년 한도라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우주항공청에서 일할 임기제 공무원 기본 계약기간이 5년이어서 “지원 기간이 짧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이재형 우주항공청 설립추진단장은 “우주항공청이 출범하면 지역혁신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며 “경남도, 사천시와 함께 우주항공복합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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