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울 1·2호기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정부가 공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대해 시민사회는 일제히 비판의 입장을 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너무 낮고, 원전 확대를 고집하며, 여전히 화석연료에 과도하게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전력수요를 부풀렸다는 해석도 나왔다. 환경단체들은 “기후위기 대응 포기 계획” “무책임한 계획” “의지의 실종”이라고 총평했다.

전기본 총괄위원회는 31일 오전 10시 제11차 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했다. 2038년 최대 전력수요를 129.3GW로 전망하면서 설비를 157.8GW까지 늘리겠다는 게 실무안의 요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10.6GW의 발전 설비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형원전, SMR(소형모듈원자로), LNG 열병합으로 충당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조화로운 확대로 탄소중립에 적극 대응하고 에너지안보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첫 번째로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과도하게 낮게 설정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실무안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21.6%로 정했다. 이는 지난 윤석열 정부가 기존 10차 전기본에서 30.2%였던 발전 비중 목표를 21.6%로 낮춘 목표를 그대로 유지한 수치다. 녹색연합은 “영국은 2022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40%였고, 독일은 2023년 50%를 넘어섰다는 점은, 이번 11차 전기본의 재생에너지 목표가 어떤 수준인지를 말해준다”고 비판했다.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21.6%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도 매우 모자란 수치”라면서 “다양한 연구기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 최소 36%(110GW)에서 최대 53%(199GW)의 재생에너지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72GW로 전망하면서 “COP28에서 합의한 재생에너지 3배 서약을 달성할 수 있는 수치”라고 자평했으나, 이 역시 국가별 책임의 상이함을 고려하지 않은 왜곡된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태안화력발전소 공공운수노조 제공

이번 전기본이 원전 중심으로 설정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기본은 4.4GW를 대형 원전에 할당하면서 최대 원전 3기를 새로 건설할 것을 시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대형원전의 경우 167개월의 건설 기간이 필요한데,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리는 원전으로 당장 탄소를 줄이겠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이미 26개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으나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플랜 1.5도 “경제성과 안정성, 시민 수용성 측면에서 논란이 많은 원전은 온실가스 감축 수단 측면에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원전산업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의 지난해 발전단가는 180달러 /MWh 수준으로 50~60달러 /MWh 수준인 풍력 및 태양광보다 3배 이상 비싸다. 또 전 세계 원자력 발전 비중은 1996년 17.5%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2년 기준 9.2%로 낮아졌다. 글로벌 차원에서 원전은 신규보다 폐쇄가 추세라는 것이다. 권경락 플랜 1.5 활동가는 “원전 확대는 글로벌 트렌드 역행이며, 탄소중립에 대한 기여도도 매우 낮을 것”이라고 봤다.

단체들은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은 SMR 도입이 실무안에 포함된 것도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권 활동가는 “SMR 에 대한 사회적 합의, 지역주민의 수용성, 경직적인 계통 운영 부담 등의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SMR 이 과연 싼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지 불투명하다”고 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정부는 이번 전기본에서 LNG 발전량을 142.4GWh에서 160.8GWh로 13% 늘리겠다고 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 LNG 발전 증가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더 높인 무책임한 계획으로, 정부의 탄소 중립 의지가 의심된다 ”며 “특히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인 수소 혼소 발전을 전력 수요 대응 방안으로 내세우며 조건부 LNG 발전소 건설을 제시한 것은 결국 발전 사업자에게 LNG 발전 설비를 늘리는 명분을 준 꼴” 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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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기후행동은 “가장 큰 문제는 잔뜩 부풀려진 전력수요 전망”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10차 전기본에서는 2036 년까지 최대전력 기준 135.6GW 로 전망했으나 이번 11차 전기본에서는 2038 년 기준 157.8GW 로 대폭 상향되었다”면서 “산출근거나 방식에 대한 기준도 공개하지 않은 채 잔뜩 부풀려진 수요 전망 , 에너지효율 증대나 수요관리에 소극적인 수요전망은 결국 핵발전 확대와 자본의 이익을 위한 정책에 토대가 될 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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