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벽에 소형 풍력 발전기 설치한 신기술

큰 화물차·선박 불필요…수송과 설치 쉬워

일부 발전기 망가져도 전력생산 ‘올 스톱’ 피해

40㎿ 설치 계획…중장기적으로 126㎿ 목표

신개념 풍력 발전기 ‘윈드 캐처’가 바다에 설치된 상상도. 높이가 최대 320m에 이르며 소형 바람개비가 일정한 가격을 두고 돌아가면서 126메가와트(㎿) 발전 용량을 실현할 수 있다. 윈드 캐칭 시스템스(WCS) 제공

#첫인상은 딱 거대한 ‘담장’이다. 웬만한 빌딩보다 높은 직사각형 구조물이 하늘로 쭉 뻗어 정면을 가로막고 있다. 그런데 담장 내부가 특이하다. 바람개비가 바둑판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다닥다닥 배치돼 있다.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기계 장치 가운데 이것과 비슷한 모양새를 지닌 것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 물체의 정체는 바로 풍력 발전기다. 커다란 바람개비 하나가 아니라 작은 바람개비 여러 개가 빼곡히 배치돼 돌아가는 새로운 기술이다.

풍력 발전기는 지금도 많다. 그런데 왜 이런 ‘이상한’ 풍력 발전기를 굳이 또 만들려는 걸까. 이유가 있다.

수송·설치에 탁월한 이점

지난주 노르웨이 기업 ‘윈드 캐칭 시스템스(WCS)’는 자사가 개발 중인 풍력 발전기 ‘윈드 캐처’가 국제공인기관인 노르웨이 선급협회(DNV)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설계가 기술적으로 타당하다는 확인을 받은 셈인데, 이로써 WCS는 윈드 캐처를 실물로 만들 수 있는 중요한 관문을 통과했다.

윈드 캐처의 겉모습은 네모난 담장 또는 벽이다. 바람개비 형상을 한 발전 용량 1메가와트(㎿)짜리 작은 풍력 발전기 수십 개가 간격을 일정하게 맞춰 배치돼 있다.

WCS가 이런 특이한 풍력 발전기를 구상한 가장 큰 이유는 풍력 발전기의 핵심 부품인 바람개비를 구성하는 3개의 날, 즉 ‘블레이드’를 쉽게 수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풍력 발전기로 전력을 최대한 많이 만들려면 블레이드는 무조건 길어야 한다. 블레이드가 길수록 바람을 받을 수 있는 면적이 넓어진다. 그래야 작은 바람에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 블레이드가 길어지면 문제가 생긴다. 제조 공장에서 출고시킨 뒤 도로를 통해 풍력 발전기 설치 장소까지 옮기기가 어렵다.

미국 뉴욕주의 한 도로에서 풍력 발전기의 바람개비를 이루는 ‘블레이드’ 1개가 화물차에 실려 옮겨지고 있다. 일반적인 풍력 발전기는 블레이드 3개로 이뤄진다. 블레이드는 길이가 최대 100m에 달하기 때문에 도로를 통해 이송하기가 어렵다. 미국 뉴욕주 교통국 제공

현재 블레이드 하나당 길이는 보통 40m 내외, 길게는 100m에 달한다. 이런 블레이드를 화물차에 싣고 도로로 수송하려면 안전을 위해 저속 운행을 해야 한다. 특히 곡선 구간에서는 이동 속도를 더 줄여 조심히 움직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주변 건물이나 신호등을 때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차량에 불편을 초래하는 교통 통제가 불가피하다.

배도 마찬가지다. 블레이드가 크면 수송 선박도 커야 한다. 배 안에 블레이드를 옮길 커다란 크레인도 갖춰야 한다. 아무 선박으로나 옮길 수 없다.

윈드 캐처를 쓰면 이런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길이 10여m짜리 작은 블레이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웬만한 크기의 화물차나 선박에 어렵지 않게 실어 옮길 수 있다. 덩치가 크거나 특별한 시설물이 설치된 수송 수단이 필요 없다.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

미래에는 에펠탑 높이 건설

윈드 캐처의 또 다른 이점은 고장이 나도 전력 생산이 완전히 끊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의 풍력 발전기는 바람개비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망가지면 발전도 완전히 멈춘다.

하지만 바람개비가 여러 개인 윈드 캐처에서는 그렇게 전력 생산이 ‘올 스톱’될 일이 사실상 없다. 바람개비 전부가 동시다발적으로 고장 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윈드 캐처는 일반적인 풍력 발전기와 비교하면 1㎡당 발전량이 2.5배 많다. 같은 면적에서 바람개비를 돌리면 윈드 캐처에서 훨씬 많은 전기가 만들어진다. 윈드 캐처가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극대화해 지구 온난화 완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WCS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앞으로 1기당 발전 용량이 40㎿인 윈드 캐처를 총 4기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중소형 화력발전소와 맞먹는 126㎿짜리 윈드 캐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윈드 캐처의 최대 높이는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비슷한 320m에 이르게 된다.

WCS는 “윈드 캐처에는 복잡한 기술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많은 공장에서 부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공급망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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