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소 74곳 중 72곳, 302일간

최저기온 역대 최고치 갈아치워

20년 중 최다… ‘초열대야’ 야기

폭염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말부터 2주간 일일 최저기온 역대 최고치 경신이 올해 들어 크게 증가해 지난 20년 중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최고기온 역대 최고치 경신은 예년 수준이었다. 낮기온보다 밤기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초열대야’는 올 더위의 특징이 되고 있다.

7일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기상청 종관기상관측(ASOS)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4일까지 2주 동안 전국 74곳의 관측소 중 72곳(97.3%)에서 최소 하루 이상 일일 역대 최저기온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관측일수로 따져보면, 74곳의 관측소에서 14일 동안 측정된 총 1036일의 최저기온 중 302일(29.2%)이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 관측소별로도, 관측일수별로도 지난 2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비해 최고기온의 최고치는 17곳의 관측소에서만 깨졌다. 관측일수로 살펴보면 36일만 최고치가 경신됐다. 지난해 경신일수인 10일보다는 많지만 지난 20년 동안의 평균 경신일수 39.1일보다는 적었다. 낮 시간대에 기록되는 최고기온보다 밤 시간대 나타나는 최저기온이 더 빠르게 상승한 것이다. 관측소는 20년 이상 데이터가 축적된 곳만을 한정했다.

올해의 최저기온 경신(72곳, 302일)은 기록적인 폭염을 겪었던 2018년보다 많다. 2018년의 일일 최저기온은 같은 기간 67곳 관측소에서, 285일 동안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다만 2018년은 올해와 달리 최고기온 상승과 최저기온 상승이 동반됐다. 2018년 일일 최고기온 최고치 경신은 69곳의 관측소에서 406일 동안 이뤄졌다. 최고기온 경신이 최저기온 경신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으로 낮이든 밤이든 다 더웠다고 볼 수 있다.

최저기온이 상승했다는 얘기는 열대야(밤 최저기온이 25도이상)가 더 심해졌다는 의미가 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7월 발생한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8.9일로, 1994년 6~7월의 8.6일 이후 가장 많다. 30년만에 가장 많다.

이 같은 현상은 기후변화라는 큰 트렌드를 빼놓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지구환경학)는 “한국의 여름철 기후를 지배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형성되는 바다의 수온이 기후변화로 예년에 비해 30~31도로 뜨거운 편”이라며 “높아진 바다 수온이 데운 공기가 남풍을 타고 한국으로 유입되는데 바다 수온은 밤에도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밤 기온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년 동안 같은 기간(7월22일~8월4일) 일일 최저기온 최고치 경신 일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4개 연도를 제외한 모든 연도에서 최저기온 최고치 경신 일수가 최고기온 경신 일수보다 더 많거나 같았다. 최근 10년간과 그 이전 10년간의 차이도 뚜렷했다. 최근 10년간(2015~2024) 74곳 관측소의 1036일 관측 중 경신 일수가 100일이 넘었을 때는 2016년(105일), 2018년(285일), 2024년(302일)으로 3차례였다. 반면 그 이전 10년간(2005~2014)은 2012년(109일) 한 번만 100일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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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는 충남 서산의 최저기온 최고치 경신이 가장 많았다. 14일 중 9일로, 거의 매일 밤 역대 가장 높은 최저기온을 기록했으며 7월28일과 8월2일에는 27.1도까지 기온이 올랐다. 서울과 전남 장흥은 14일 동안 하루도 없어 이와 대비됐다. 서울의 경우 2018년 30.3도까지 최저기온이 올랐던 탓이 컸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기후 변화로 최고기온보다 최저기온이 올라가는 속도가 빠르다”라며 “낮에는 지표면의 가열된 공기가 뜨거워서 높이 올라갈 수 있지만, 밤에는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아 공기가 올라가지 못하고 하층에 머물러 뜨거운 기온이 유지되는 ‘트랩’ 현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조 전 원장은 “한국은 도시화가 많이 진행됐기 때문에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포장된 지면이 열을 흡수해서 밤에 방출하는 효과가 높은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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