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8월 중순까지 운영
문 닫은 후 안전요원 없어
9월 들어 물놀이 사고 27건
폭염 지속·사고 무방비에
개장 기간 “연장” 목소리

지난 23일 강원 강릉 강문해수욕장 바닷가에 들어서자 맨발로 백사장을 거니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파도가 높고 기온도 30도 이하로 떨어져 물놀이를 즐기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한 상인은 “강문해수욕장은 8월19일에 폐장했는데 추석 명절 마지막 날인 지난 18일까지 많은 피서객이 찾아왔다”고 했다. 이어 “안전요원도 없는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자칫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됐다”며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해수욕장 개장 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릉·동해·삼척·속초·고성·양양 등 강원 동해안 6개 시군의 80여곳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해수욕장은 매년 6월 말이나 7월 초 개장해 8월 중순쯤 폐장한다. 이 때문에 8월 하순부터는 피서가 끝난 듯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하지만 올해는 9월 중순까지 30도가 넘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데다 바다의 표층 수온 또한 26도 안팎을 기록하면서 폐장한 해수욕장에도 많은 피서객이 몰렸다.

해수욕장 폐장 이후에도 피서 인파가 몰리자 해경은 각 자치단체와 협조해 주요 해변에 사고 예방 안내 현수막과 위험표지판 등을 설치하고 안전홍보 방송을 하도록 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최근 동해지방해양수산청, 강원도, 경북도와 해안가 인접 군부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광역 연안 사고 예방 협의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전국 곳곳에서 수난사고가 이어졌다. 지난 16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물놀이를 하던 20대 외국인 2명이 바다에 빠져 숨졌다. 지난 3일에는 강원 고성군 문암항 인근 해상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50대 1명이 파도에 휩쓸려 사망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전국 각 해수욕장 등에서 27건의 물놀이 안전사고가 발생해 7명이 숨졌다.

해수욕장 폐장 후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개장 기간을 연장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준화 양양군번영회장(57)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앞으로도 폭염 일수가 계속 늘어날 텐데 안전요원 없이 해수욕장을 방치하면 사고도 반복될 것”이라며 “주요 해수욕장의 개장 기간을 9월 말까지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 등 일부 기초자치단체가 기후변화를 고려해 내년부터 해수욕장 개장 기간을 9월 하순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대다수 시군은 예산 여건 등을 살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기상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해수욕장 운영 기간을 설정해야 한다는 요구에 공감하고 있으나 예산과 인력 투입에 한계가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동해안 지역 기초자치단체와 협의해 적절한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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