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여당 패배 이후 6일 만에 밝힌 입장에서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을 다시 밝혔다. 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 한계선 도달이 임박한 가운데, 윤 대통령은 갈등 해소에 관한 구체 방안을 내놓지 않고 개혁 의지 피력만 되풀이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국무회의 머리발언에서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과 의료 개혁을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겨 듣겠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규모 2천명, 이에 따른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이탈 등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겨 듣겠다’는 발언은 ‘의료계가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통일 대안을 제시하면 논의할 수 있다’던 윤 대통령의 기존 입장에 변동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의 의료 개혁 의지에는 변함없다”고 말한 데 이어 정부의 의료 개혁 의지를 다시 확인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제안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15일 정부와 의료계에 국회, 시민사회까지 참여한 공론화로 의-정 갈등을 해결해 보자며 ‘보건의료 개혁 공론화 특별위원회’를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와도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것”이라며 국무위원들에게 부처별 법안 통과 노력을 주문했다. 복지부는 국무회의에서 대화 협의체 관련 사안이 다뤄지면 브리핑을 열어 설명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이에 대한 언급이 없자 브리핑을 열지 않았다.

정부가 의대 신입생 2천명 증원에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서 ‘원점 재논의’를 요구하는 의료계와의 갈등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국무회의 머리발언과 관련해 “(의대 증원 관련) 언급된 게 없었다고 봤다”며 ”논평할 내용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당장 의-정 갈등을 해결해야하는 시간 한계선이 다가오고 있다. 우선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들이 이달 25일부터 병원을 떠날 수 있다. 민법에 따르면,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고용 계약은 해지 통고 한 달이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 일부 의대 교수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취합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관계자는 “강하게 사직 의사를 보이는 교수도 있고, 더는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어 못 하겠다고 하는 교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달 중순이 지나서도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오지 않으면, 학칙상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해 집단 유급 사태를 맞게 된다. 이 경우 의대 교수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환자단체와 노동계는 이날 윤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을 두고 “달라진 게 없다”고 평가했다. 송금희 한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의-정 갈등을 어떻게 풀겠다는 내용이 전혀 없었다”며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기존에 해오던 이야기를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 공백 장기화가 대통령 발표로 해결될 거라는 기대는 생기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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