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합뉴스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선거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방송을 연속 심의해 ‘월권’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이전 기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들은 방심위 위원장 혹은 사무처가 혼선 방지를 위해 안건을 조정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전엔 사무처가 ‘각하안건’을 만들어 방심위원장에 보고하는 등 조정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선방심의위원과 방심위원 경험이 모두 있는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선방심의위 안건인지 방심위 안건인지 모호한 경우엔 방심위원장이 결정을 하는 것”이라며 “안건 상정은 결국 방심위원장이 했다. 그게 규정”이라고 말했다.

선방심의위 운영 규칙 6조에 따르면 방심위원장은 선방심의위 회의 전 안건을 선방심의위에 통보해야 한다. 심영섭 교수는 “방심위원장이 결정을 하지 않으면 (선방심의위) 상정이 못 되는 것”이라며 “선방심의위원장은 안건을 이첩받아서 (심의)하는 것이지 안건을 고르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방심의위는 별도의 행정 지원 사무처가 없어 방심위 사무처가 선방심의위 사무처를 겸한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이전 선방심의위는 사무처가 선거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방송 등에 ‘각하’ 의견을 냈다. ‘각하 안건’을 별도로 만들어 방심위원장 보고 후 선방심의위 회의에 올려 각하 판단에 대한 위원들의 승인 절차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사무처가 어떤 판단을 내리지 않고 선방심의위 회의에 민원을 모두 상정한다. ‘민원인 취지를 존중하라’는 백선기 선방심의위원장 지시에 따라 접수된 모든 안건을 최대한 선방심의위원들이 심의하고 있다. 민원인이 선거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면 선방심의위에서 심의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그 결과 ‘김건희 특검법’ 등 선거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방송들이 선방심의위에서 중징계를 받았다. 심의 절차가 1년 정도 걸릴 수 있는 방심위와 달리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선방심의위는 비교적 빠른 심의와 징계가 가능하다. 두 기구는 중복심의를 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전 방심위 상임위원은 통화에서 “아무리 선방심의위로 민원인이 민원을 넣었다고 해도 그냥 넣어주면 안 된다. 정리를 했어야 했다”며 “이전엔 (사무처가) 판단을 해서 각하 의견을 냈다. 예를 들어 과거 ‘문제없음’ 결과가 나왔던 민원이랑 유사하면 ‘각하’를 시킨다. 그리고 심의위원들에 승인해달라고 보고를 했다. 최종 결정은 위원들이지만 절차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전 상임위원은 “그렇게 하다가 ‘왜 이걸 각하시켰냐’고 심의위원들이 지적하면 1년에 두 세 번 정도 회의에 다시 올라오는 경우도 있었다”며 “사무처가 경험이 많다. 경험을 살려 그렇게 하는 게 정상이다. 지금처럼 죄다 선방심의위에서 심의하는 건 보통 이상한 게 아니라 말이 안 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상정 예정'이라고 적힌 방심위 민원 리스트.

앞서 야권 추천 윤성옥 방심위원은 선방심의위 안건 41건이 방심위 민원과 중복됐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방심위는 신속심의(재적위원 3분의 1 이상 동의 필요)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 위원들에게 민원 리스트를 회람시키는데 리스트에 적시된 민원들이 방심위원 협의가 없는 상태에서 선방심의위 ‘기상정’(상정완료), ‘상정예정’ 등으로 이미 이첩됐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사라진 줄 알았던 ‘가짜뉴스센터’, MBC ‘파란색 1’ 신속심의 창구로]

[관련 기사 : 김건희 특검법 방송이 선거심의?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에 방심위 측은 미디어오늘 보도 해명자료(4월5일)에서 “민원인은 방송심의와 선거방송심의 모두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양쪽에 상정된 때에는 선방심의위가 우선하여 심의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방심위에서 신속심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에 따라 별도로 제의해도 된다”(4월11일)고 입장을 바꿨다.

관련기사

  • 김건희 특검이 선거방송? 방심위원장 책임론 나왔다
  • 김건희 특검 아이템이 선거방송? 선방심의위 “답변 의무 없다”
  • 김건희 특검법 방송이 선거심의? 이상하지 않습니까

심영섭 교수는 “방심위원장이 (선방심의위 이첩을) 결정한 상태에서 올렸는지, 방심위원장이 모르는 상태에서 사무처에서 임의적으로 올린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애초에 모든 사안을 (선방심의위로) 다 올릴 순 없다. 그런데 지금 선방심의위원장이 다 올리라고 지시를 한 상태라 (사무처가) 함부로 각하를 못하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지난 15일 전체회의에서 야권 추천 심의위원들이 선방심의위 ‘월권’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선방심의위는 방심위와 독립된 기구라 의견이 없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독립적인 선방심의위 활동을 보장해야 할 방심위원들이 문제 제기하는 것에 의아하게 생각한다”며 “저는 통보만 할 뿐이다. 제가 안건에 대해 선방심의위를 보고 어떻게 하라 말할 권한도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