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최근 검찰이 '자신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을 검찰청사에 모아 술을 마시게 하면서 진술을 조작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술판 진술조작' 주장에 검찰은 터무니 없다며 반발하고 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이라면 국기문란"이라며 자체 진상조사를 추진키로 했다.

이화영 "6월말에서 7월초 검찰이 회유".. 지난해 7월 두차례 입장 번복

지난 4일 이 전 부지사는 자신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재판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과 함께 이재명 대표를 엮기 위한 "사실상 세미나"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전 부지사는 "1313호 검사실 앞에 창고라고 쓰여 있는 방에 (김성태 등과) 모였다. 쌍방울 직원들이 외부에서 음식도 가져다주고, 심지어 술도 한번 먹었던 기억이 있다"며 "구치소 내에서 먹을 수 없는 성찬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수원지검은 13일 "이화영 피고인은 재판에서 다양한 객관적 물증,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수많은 증언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조작됐다는 등 상식 밖의 허위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급기야 1심 재판 변론종결 당일에는 '수원지검에서 교도관 계호 하에 쌍방울 관계자들과 술을 마시며 진술을 조작했다'는 주장까지 하기 이르렀다"며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엄격하게 수감자 계호 시스템을 운영하는 교도행정 하에서는 절대 상상할 수도 없는 황당한 주장임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더욱이 피고인의 주장은 김성태, 방용철 등 쌍방울 관계자, 당시 조사에 참여한 검찰수사관 등 관계자 진술에 의해 그 허구성이 명확히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온갖 허위 주장만 일삼아 온 이화영 피고인의 주장이 마치 진실인 양 호도하면서 수사팀을 계속해서 음해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을 왜곡하고 법원의 재판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재판 관여 행위"라며 "매우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전 부지사 측은 17일 해당 술자리는 창고가 아닌 진술녹화실에서 이뤄졌으며 여기엔 검사 수사관도 함께 있었다고 재차 주장했다.

채널A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은 "술자리가 벌어진 시기는 지난해 6월 말에서 7월 초순경"이라며 "6월 30일 19회차 조서를 쓴 직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술자리에는 이 전 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수사 검사와 수사관 1~2명, 쌍방울 관계자 1명에 추가로 1명이 더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술자리 장소는 당초 이 전 부지사가 재판에서 말한 1315호 '창고'가 아니라 맞은편 1313호 검사실 오른편 진술녹화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진술녹화실 대기공간에 교도관을 위치시키고 칸막이 안에서 중요한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며 "김 전 회장이 얼굴이 시뻘게질 때까지 술을 마셔서 (검찰이) 시간을 끌어서 술을 깨게 만들어서 보냈다고 한다"고 했습니다.

이번 이 전 부지사의 법정 발언은 그간 민주당측이 제기해 온 검찰의 진술조작 의혹에 부합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하여 두차례 진술을 번복했다. 쌍방울의 대북 송금 의혹은 경기도가 북측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 지원비(500만 달러)와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을 쌍방울 측이 북측 인사에게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는 자신은 물론 이 대표가 전혀 관련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검찰 피의자 신문에서 쌍방울에 이재명 지사 방북을 한번 추진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옥중 자필입장문을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다시 한번 자신의 입장을 재번복했고 민주당은 "검찰의 조작수사 증거"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해당 의혹과 관련 "검찰의 협조 없이는 그야말로 불가능한 일이 검찰청 안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며 "관련 검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감찰과 수사가 즉시 시작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연일 검찰을 겨냥해 날선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진술 모의 술판, 검사 승인 없이 불가능" "CCTV·출정기록 공개하라"

관련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는 연일 검찰을 겨냥해 날선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출석하면서 "검찰의 태도로 봐서 이 부지사의 진술은 100% 사실로 보인다"며 "검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날 같은 시간에 3명의 피의자를 어느 검사실에서 소환했는지 확인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연히 CCTV가 있었을 것이고, 그날 연어회에 술까지 반입한 쌍방울 직원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선 출입자 기록을 확인하면 나올 것"이라며 "교도관들도 개인적으로 담당하는 수용자가 있기 때문에 이들이 수감자를 데리고 왔는지 확인하면 쉽게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검찰청에서 공범자들을 한 방에 모아놓고, 진술을 모의하고 술판을 벌였다는 것은 검사의 승인 없이 불가능하다"며 "교도관들이 지시 없이 그런 일을 했다면 실형을 받아 마땅한 중대 범죄 행위인 만큼 담당 교도관들을 조사하면 간단하게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15일에도 자신의 SNS에 "구속된 쌍방울 관계자들 검찰청에 모아 술판 허용하며 이재명 죽일 허위진술 연습 시킨 수원지검"이라며 "그런 일 없다고? 그러면 CCTV와 출정기록을 공개하라"고 적었다.

또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선 "누군가를 잡아넣기 위해 구속 수감자들을 모아 술 파티를 하고 진술 조작 작전회의를 하고 그걸 검찰이 사실상 승인하고…. 이게 나라냐"라며 "대명천지에 대한민국 검찰이라는 데가 어떻게 이런 동네 건달들도 하지 않는 짓을…"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일이다. 그냥 있는 징계 사안이나 잘못이 아니라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같은 자리에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묵인 혹은 방조하에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바꾸기 위한 목적으로 연어 회덮밥 술 파티를 벌였다는 것"이라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당장 감찰에 착수해서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 철저하게 밝혀내야 할 사안임에도 대검찰청이 이 사안에 대해 감찰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며 "대검은 관련자들이 증거를 인멸하기 전에 즉시 수원지검을 감찰하고 진상을 투명하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민주, '이화영 진술조작' 진상조사기구 구성.. 출정기록·쌍방울 관계자 조사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회유진술 조작' 논란에 대한 당내 진상조사기구를 구성키로 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17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부지사가 얘기한 술판 회유는 100% 사실로 보여진다. 검찰이 진술 회유 조작을 하는 것 아니겠나. '모아 놓고, 술판 벌이면서 회유했다',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나. 이게 나라인가"라고 일갈했다.

박 대변인은 진상조사기구가 맡게 될 역할에 대해 "1313호 앞 창고 CCTV를 공개하라고 검찰에 요구할 것"이라며 "이화영, 김성태, 방용철 이들의 출정기록을 공개하면 되지 않겠나. 그리고 이화영, 김성태, 방용철 담당 교도관도 조사할 필요가 있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쌍방울 관계자가 음식을 갖다 줬다는 거 아닌가. 쌍방울 관계자가 누구인지, 출입 내역을 공개하면 되는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검찰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검찰청사 안에서 벌어진 일인데 이건 수원지검이 오히려 수사대상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18일 수원지검 민원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이어 수원구치소 항의방문 및 교도관 면담을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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