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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 지난달 18일 의정부고용센터에 사업장변경 신청을 요청하면서 함께 제출한 이주노동자 3명이 살고 있는 가설건축물 사진. 이주노조 제공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난 3년간 비닐하우스·컨테이너 등 가설건축물을 이주노동자의 임시숙소로 사용하겠다는 신고를 80건 이상 승인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가설건축물이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의 숙소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느슨한 규정에 더해 정부와 지자체가 떠넘기기 하는 탓에 이주노동자들의 주거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향신문이 18일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국토교통부의 ‘임시숙소 용도 가설건축물 처리 현황’을 보면 전국의 지자체 17곳은 2021년부터 3년간 가설건축물을 ‘외국인 임시숙소 또는 외국인 노동자 숙소’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신고를 82건 접수해 모두 수리했다. 불허하거나 반려한 사례는 전무했다. 섹 알 마문 이주노동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컨테이너 등 주거환경이 적절하지 않은 숙소를 제공한 사업주에 대한 신고가 이주노조로 꾸준히 들어온다”며 “(가설건축물을) 임시숙소로 쓰겠다고 하면 지자체에서는 큰 고민 없이 승인을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20년 난방시설이 없는 비닐하우스에서 이주노동자 속헹이 사망한 채로 발견된 후 이주노동자 숙소에 관한 제도적 논의가 시작됐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부터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 신규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사업주가 지자체로부터 ‘가설건축물 축조신고필증’을 받은 경우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사용하더라도 이주노동자 고용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간단한 요건만 갖추면 가설건축물 축조신고필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건축법에 따르면 필증은 대지위치, 건축면적, 존치기간 등을 쓴 축조신고서와 배치도·평면도 등 서류를 지자체에 제출하면 받을 수 있다. 이한숙 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은 “근본적으로 가설건축물은 주거용 건물이 아닌데 정부에서 편법으로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시설 혹은 공간인지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설건축물은 ‘임시’숙소로 한정했지만 이주노동자를 사실상 ‘상시’ 거주시킬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정영섭 이주노조 활동가는 “임시숙소가 얼마만큼의 기간 동안 지내는 곳인지 건축법 등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고용주가 숙소를 계속 활용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 활동가는 “고용허가제를 신청할 때 신고필증을 내는 것도 번거로워하는 사업주들은 숙박시설 제공 여부를 묻는 란에 ‘미제공’ 등으로 허위 기입하기도 한다”며 “가설건축물에 사는 이주노동자의 수는 정부가 파악하는 것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주노동자 주거권에 관련해서 노동부가 업무를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고용허가제를 담당하는 노동부와 비자를 관리하는 법무부 등 이주노동자와 관련한 기관은 많은데, 서로 떠넘길 뿐 제대로 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자스민 의원은 “올해 고용허가제로 사상 최대인 16만5000명의 이주노동자가 입국할 예정이지만 주거 환경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노동부의 지도·점검 권한을 강화해 실질적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자스민 의원은 조만간 관련 내용을 담은 외국인고용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축조신고필증을 받을 정도면 사람이 살만한 곳이라고 해석해 허용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의 주거권을 점검하기 위해 이주노동자 숙소 실사를 이달 내에 마칠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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