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를 제출한 의대교수 중 일부는 25일부터 병원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는 지난 19일 2025학년도에 한해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도록 각 대학에 허용했다. 사실상 의대 증원에서 한발 물러난 셈이다. 그러나 의대생 단체를 포함한 의료계는 여전히 2천명 증원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의정갈등은 오는 25일 최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교수 중 일부는 25일부터 병원을 떠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는 이날 의료개혁 특위를 출범시키고 의료개혁 과제 이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25일부터 의대 교수 사직 행렬.. 36시간 연속 근무에 "더는 못 버텨"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두 달 넘게 메워오고 있는 의대 교수들이 이르면 오는 25일부터 사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는 25일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에 반대해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다. 앞서 각 의대 교수들은 지난달 25일을 기점으로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사직서를 취합했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한지 한달이 지나면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고 병원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과는 최근 공지문을 통해 담당 교수진의 사직을 알리며 전원이 가능한 병원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안내하고 있다.

한 달 전께 사직서를 낸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약속된 수술 환자들을 진료한 후 이달 말께 떠날 것"이라면서 "원래 내달 10일 정도 병원을 떠날 생각이었지만 그 때까지도 못 버틸 것 같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 결정과 관계 없이 두 달 넘게 병원 진료 전반의 업무를 도맡고 있어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태인 데다 절대적인 인력 부족으로 진료에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더는 못 버티겠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의대 교수들 중에는 야간 당직 후에도 혼자 수십명의 입원 환자를 진료하고 검사, 수술을 하는 등 36시간 연속 근무를 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일부 대학 병원에서는 주1회 휴진 결정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대 교수비대위는 23일 총회에서 일주일에 하루 요일을 정해 외래 진료와 수술을 하지 않는 방식의 휴진을 의결할 계획이다. 22일에는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교수 비대위가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를 휴진한다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관계자는 "정부에서 사직 서류를 수리할 수 없다고 한다 하더라도 '나는 사직했으니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교수도 있을 것"이라며 "(교수들이) 전임의와 전공의 일까지 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장기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진료 시간을 지금의 3분의 1 내지는 2분의 1 정도로 조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의대교수, 공무원 신분.. 사직 승인 받아야".. 법조계 "무기한 연기시 행정소송 대상"

정부는 의대교수들이 지난달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법적으로 사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계에서는 민법 660조 등을 근거로 교수들이 사직 서류를 내고 한 달이 지나는 오는 25일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법 660조는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및 '상대방은 그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대학 교수가 사직 의사를 표시하면 대학 총장이나 사립학교 이사장, 병원장의 의사와 관계 없이 1개월 이후 효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의대 교수들은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임용권자의 사표 수리가 없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즉, 임용권자인 국립대 총장과 사립대 학교법인 이사장이 승인을 해야 사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열고 "교육 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학본부에 접수돼 사직서가 수리될 예정인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일각에서는 4월25일이 되면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지나 자동적으로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일률적으로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며 "사직서 제출 여부, 제출 날짜, 계약 형태는 상이하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의대교수들과 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의대 교수들은 집단행동이 아닌 대화의 자리로 나아와 의견을 제시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반면, 법조계에선 정부와 다소 다른 해석도 나온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자문 변호사인 김광산 법률사무소 교원 대표변호사는 "사립학교법에서 의원면직(사직)에 대한 제한 규정을 둔 것은 임용권자가 사직원을 마음대로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사직서를 제출한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사직을 불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혹시 모를 징계 사유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상이 없을 경우 사직을 승인하기 위한 규정이라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국가공무원법이나 사립학교법에 '의원면직을 언제까지 처리하라'는 기간을 정해두고 있지는 않지만 심사 절차가 마련돼 있고 중징계 대상자 등 특정 사유에 대해서만 거부하도록 돼 있다"면서 임용권을 갖고 있는 대학 본부가 이를 무기한 미루거나 일방 거부하게 될 경우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5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하고 의료개혁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25일 의료개혁 특위 가동.. 의협은 특위 참여 거부

이런 가운데 정부는 25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개최하고 의료개혁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위는 민간위원장 1인, 정부위원 6인, 민간위원 20인으로 구성된다. 민간위원은 각 단체가 추천한 대표 또는 전문가로 의사단체를 포함한 공급자단체 10인, 수요자단체 5인, 분야별 전문가 5인 등으로 구성된다.

특위 내에는 분야별 전문위원회가 구성되며, 복지부 내 위원회 운영을 지원하는 전담조직도 설치될 계획이다. 특위에서는 의료체계 혁신을 위한 개혁과제와 필수의료 투자방향, 의료인력 수급의 주기적 검토방향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박 차관은 22일 "의료개혁과 관련된 크고 작은 모든 이슈에 대해 각 계를 대표하는 분들이 모여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열린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해법에 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협과 전공의 여러분도 특위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며 "본격적인 논의가 되려면 시간이 더있으니 정부도 계속 참여를 촉구하고 대화를 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특위 참여를 거부하고 '증원 백지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20일 입장문을 내고 "특위는 구성과 역할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돼 있지 못하다"며 "제대로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는 위원회가 된다면 참여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전공의단체 또한 특위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정부가 내린)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 달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은 2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전공의들, 교수들, 의협은 한 명도 늘릴 수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임 차기 회장은 "(의대 증원은) 타협의 여지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고, 움직일 수 없는 원칙"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의대 정원을 좀 줄여야 된다는 입장이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임 차기 회장은 지난달 의협 차기 회장에 당선된 후 "우리나라는 지금도 동네 사거리에 수없이 많은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의원들이 있을 정도로 의료 접근성이 좋다"며 "오히려 의대 정원을 500명 내지 1000명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차기 회장은 '환자들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질문에 대해선 "이렇게 길게 끌어서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며 "정부가 이렇게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면서까지 (의대 증원을) 강행했어야 하는 일인지 분명하게 답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사에 속해 있는 한 사람으로서 환자분들께는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도 지적했다. 그는 "의대 증원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문제가 심각한 의료 파괴 정책인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폐기인데,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조차 없다"며 "정부가 낸 안을 보고 전공의들, 의대생들, 교수들이 과연 수용하겠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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