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3월18일자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위한 묵념> 세월호서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진행한 전국시민행진 마지막날인 16일 세월호 기억공간이 마련된 서울시의회에 도착한 세월호 유가족과 이태원 참사 유가족, 시민들이 기억과 약속의 달 선포 문화제에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아침에 받아보는 신문 속 사진은 되도록 전날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사진을 쓰려고 합니다. 같은 정치인의 사진도 이틀 전 사진보다는 전날 사진을 우선으로 하고요, 사진 퀄리티가 높은 이틀 전 이미지보다는 좀 떨어져도 전날 것을 선호하는 게 종이신문 업자의 마음입니다. 대개 월요일자는 전날 일요일 발생 사건 사진으로 주요 지면을 구성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생각합니다. 이번 월요일자 1면에는 드물게 이틀 전인 토요일 행사 사진을 썼습니다. 하루가 더 지난 행사기사와 사진을 주요지면에 내세운다는 건 신문의 가치가 주요하게 반영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제주에서 서울까지 21일간의 행진을 마무리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과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을 1면 사진으로 골랐습니다. 참석자들은 ‘안전한 사회가 될 때까지 연대하고 기억하자’고 다짐했습니다.

■3월19일자

<이것이 ‘스트롱맨’의 스코어> 러시아 대선 관계자들이 사흘간 진행된 투표가 끝난 17일 밤(현지시간) 모스크바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앞선 개표 결과를 보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외신에서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선 확정 뉴스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었습니다. 계속 굴러가고 있는 국내 이슈 관련 사진에서 잠시 눈을 돌렸습니다. 1면 회의에는 푸틴 사진을 여러 장 챙겨갔습니다. 자신만만한 제스처와 표정의 푸틴 사진 몇 장과 대선 후보자 득표율 모니터가 찍힌 사진 몇 장이었습니다. 표정이냐 득표율 사진이냐를 두고 회의에선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침묵이 흐르기도 했지요. “얼굴 크게 나오는 사진은 부담스럽다”는 멘트 하나로 정리됐습니다. 압도적인 ‘스트롱맨’의 득표율 스코어가 뉴스의 핵심에 더 가까웠습니다. 때론 숫자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법이지요.

■3월20일자

<의료공백 한 달...마냥 기다릴 수 없는 시민들> 한 달 동안 이어진 의료공백으로 외래진료 및 수술이 줄어들자 병원 내원객 수도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수서역 버스정류장에서 병원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수가 전공의 근무 중단 이전인 지난 2월15일(위 사진)과 약 한 달 뒤인 19일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분 2000명에 대한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하기로 하면서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의·정 갈등이 더 격화됐습니다. 정부 발표는 다음날이고, 그래서 이날은 ‘거센 반발’을 찾아 찍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이런 반발이 시위·집회 형태로 거리에서 터져나오지 않는 이상 사진으로 담아내긴 쉽지 않습니다. 거세게 반발한다는 내용의 브리핑 장면을 찍어 쓰는 건 좀 없어보이지요. 지역 의대생의 피케팅 사진이 있어 1면 후보로 추렸습니다만, 무심히 지나쳤던 사진이 치고 들어왔습니다. 두 장 이상의 사진을 엮은 소위 ‘콤보사진’엔 시선이 끌리지 않았던 겁니다. 한 달 이어진 의료 공백 전후의 사진을 붙였습니다. 강력한 이미지는 아니지만 의료 공백 한 달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3월21일자

<한국서 열리는 첫 MLB 개막전> 한국에서는 처음 열리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을 찾은 야구팬들이 2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간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정원을 3058명에서 2000명 더 늘리고, 이 중 1639명을 비수도권 지역 대학에 배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가 정원배정위원회를 꾸린 지 닷새 만에 증원을 강행했지요. 의대 증원 배정 발표 사진은 전날부터 1면 후보로 점찍었습니다. 발표 사진 자체가 사진적 임팩트는 없지만 의료계 반발에도 정부는 강행했다는 의미를 전달하는데는 딱이었습니다. 회의에서는 정부 발표로 1면 사진이 정해졌지만 회의 직후 메이저리그 서울 개막전 사진으로 바꿨습니다. 편집자의 의견이었습니다. 의대 증원 발표에 함몰돼 메이저리그 개막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겁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경기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뜨거웠지요.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장 유력했던 1면 사진이었습니다. 이날 종합일간지들의 1면 사진은 MLB개막전과 정부 발표 사진으로 공평하게 나뉘었습니다.

■3월22일자

<논란 속 귀국> ‘도피 출국’ 논란을 빚은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대기하던 차량에 오르고 있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대사는 출국 11일만에 귀국했다. 조태형 기자

전날 밤 9시부터 카톡 문자와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도피 출국’ 논란을 빚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다음날 오전 2시 이전에 싱가포르를 경유해 들어올 수 있다, 오전 5시경 대한한공편으로 들어온다는 정보가 있다 등등의 내용이었습니다. 퇴근 후 흩어졌던 부서 후배들이 줄줄이 저마다 입수한 정보를 알려왔고, 타부서장들도 전화와 문자로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누구도 확실하다고 말하지 않고 당장 확인도 안 되는 정보였지만 가능성이 없다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지요. 공항으로 가서 이른바 ‘뻗치기’를 해야겠다 판단을 했습니다. 야근하던 후배가 내일 오전 5시 경이 유력하다는 문자를 남긴 채 밤 11시쯤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해가 뜨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지요. 밤을 꼴딱 샌 후배는 아침 8시쯤 교대자를 보내겠다는 제 문자에 “현장썰에 따르면 9시10분 비행기가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라고 답해왔습니다. 본인이 남아서 챙기겠다고 덧붙였지요. 8시 20분쯤 외교부에서 이 대사의 도착 항공편과 시간을 기자들에게 알렸고, 오전 9시30분 경 입국장으로 들어서는 이 대사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날밤 새고 고생한 후배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1면에 사진을 써야했습니다. 기자들이 몰려 몸싸움을 하고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마이크를 들이대는 동안 차량에 올라타는 이 대사의 사진을 골랐습니다. 현장의 느낌이 진한 사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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