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갈무리]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해 8월 2일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자료를 서둘러 회수했다. 이 과정에서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통화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와 관련해 용산 대통령실이 은폐·외압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통화 내역이 스모킹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일제히 특검으로 진상규명을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보도, 지난해 8월2일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통화 사실 확인

국방부, 통화 당일 경찰에 이첩된 수사자료 회수

22일 MBC는 공수처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휴대전화 내역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유 법무관리관과 이시원 대통령실 비서관이 지난해 8월2일 오후 늦게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 법무관리관에게 한 휴대전화 번호로 여러차례 전화가 걸려왔는데 이 휴대전화 가입자가 이 비서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서관과 유 법무관리관이 통화한 날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상병 사망과 관련해 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수사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날이다.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해 8월2일 오전 10시30분쯤 경북청에 수사자료를 이첩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오전 11시경 이첩 사실을 보고 받았고 이후 오후 1시50분경 유 법무관리관이 경북청에 전화해 수사자료 회수 가능성을 타진했다.

오후 2시40분경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이 회의를 열고 수사자료 회수를 지시했으며 오후 3시경 국방부 검찰단 수사관이 경북청에 연락해 수사자료를 가져가겠다고 알렸다.

앞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도 수사자료 회수 당일 두 차례 통화하는 등 해병대, 국방부 측과 대통령실 측이 수차례 연락을 주고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방부 검찰단 수사단이 수사자료를 회수하는 과정에 용산 대통령실 등 윗선이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 중이다.

유 관리관은 지난해 8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북청에서 채상병 사건 기록을 가져오라고 지시한 게 누구냐"는 이탄희 민주당 의원 질의에 "국방부 검찰단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경찰청에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장관이 지시하신 것이냐"고 최강욱 민주당 의원이 묻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수사를 지시했고, 그것은 항명죄의 증거서류로서 가져온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사건 기록 회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유 관리관이 누구의 지시로 경북청에 전화해 사건 기록 회수를 문의했는지 등이 의문으로 남은 상황이었다.

이 비서관과 유 법무관리관의 통화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정황상 윤 대통령의 핵심 참모가 이첩된 수사자료 회수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윗선' 개입의 스모킹건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당시 수사자료를 경찰에 이첩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첩을 보류하라는 이종섭 전 장관의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항명죄)로 현재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민주 "윤 대통령, 이 비서관 파면해야" "공직기강비서관이 국기 문란"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용산 대통령실이 채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이 비서관을 파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비서관은 수사 이전이라도 누구의 지시를 받아 어떤 통화를 하고 누구에게 어떤 보고를 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안은 공직기강비서관이 공직기강을 무너뜨려 국기를 문란하게 한 것"이라며 "(이 비서관이) 스스로 물러나거나 대통령이 먼저 선(先) 파면 이후 수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도 "(국방부가) 경북경찰청에서 수사기록 회수할 때 대통령실 공직기강실 행정관이 조율했다는 보도도 이미 나온 바 있는데 (이시원-유재은 통화가) 같은 날 이뤄진 것이다. 행정관은 경북경찰청에 전화해서 수사기록 회수에 협조해달라고 조율하고, 그 시간 언저리에 이시원 비서관이 직접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관련해 통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실이 전방위적으로 이 사건에 관여했다는 게 계속 드러나고 있다"며 "그럼에도 특검을 받지 않겠다는 건 공멸의 길이라는 말을 다시 드린다.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고 시간을 끌고 지연시키는 만큼 국민적 분노는 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당 "공수처, 이 비서관 소환조사해야" "대통령실 수사 반드시 필요"

조국혁신당은 "용산 대통령실이 '채 해병 순직 수사 외압 사건'에 관여한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며 공수처가 이 비서관을 소환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보협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검사 출신인 이시원 비서관은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 중에 측근이고, 유재은 관리관은 채 해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 수사 외압 사건에 깊이 연루된 자에게 전화해 어떤 지시를 했는지 공수처는 즉각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방부 검찰단이 누구 지시로 수사기록을 되찾아갔는지 밝히게 될 경우, 수사 외압 사건의 절반은 풀린다"며 "대통령실의 이시원 비서관을 통로로 윗선일 가능성이 처음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용산 대통령실은 도대체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채 해병 사건의 몸통을 가리려 하니, 애꿎은 군인과 공무원들이 말 못하는 고뇌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숨쉬기도 벅찬 하루하루를 감내하고 있지 않나"라며 "하나의 거짓을 가리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입을 맞추고 또다른 거짓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거대한 거짓의 피라미드에 관련된 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진실을 털어놓아야 죄의 무게가 가벼워질 것"이라며 "그것이 4·10총선에서 확인된 국민의명령"이라고 덧붙였다.

박은정 당선인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수사 외압에 대한 대통령실의 직접 개입 여부가 정말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대통령실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 특검법에 대해서 대통령이 거부하면 안 된다"며 "통신 기록이 보존 기한이 1년이다. 7월이 지나면 사건 관련자들의 통신 기록 (보존 기한이) 지나버린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수사 동력에 한계가 있다며 특검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서둘려야 한다"며 "이시원 비서관은 왜 통화를 했고, 누구의 지시를 받아서 통화했는지 그런 부분에 대한, 윗선에 대한 수사가 빨리 진행이 돼야 한다. 특검법이 빨리 진행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공수처는 사건 관련자들에게서 확보한 압수물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절차를 마치고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장·차장이 부재하기 때문에 원래 수사팀에서 세운 일정과 계획에 따라 계속하고 있다"며 "수사가 너무 지체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최선을 다해 속도를 내려고 한다. 그런 점을 감안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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