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S] 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

육아휴직 불이익

Q. 인사팀장과 면담하고 왔는데 제가 1년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복직 후 2023년 연봉계약서 쓸 때 2022년 평가가 0점이라서 연봉 동결이래요. 육아휴직에 대한 부당한 처우 아니냐고 했더니, 시험을 치는데 안 치러 왔으니 0점을 주는 건 당연하다고 합니다. 말이 되는 일인가요?(2024년 3월 닉네임 ‘열받은 방구’)

A. 육아휴직자는 시험에 결석했으니 0점이라. 신박한 발상이네요. 산재휴직 1년도 0점, 출산휴가 쓰면 -30점, 장례휴가 7일 쓰면 -10점, 연휴에 휴가 붙여 쓰면 -3점, 거꾸로 휴일에도 출근하면 +10점, ‘야근왕’은 +20점, 결혼·출산 안 하면 +30점, 뭐 이런 회사인가요? 이러니 누가 아이를 낳겠어요?

사장님 혼 좀 나셔야겠어요. 남녀고용평등법 19조 3항에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되어 있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도 성과 평가 결과에 따른 임금인상률에 육아휴직을 사용한 노동자에게 불리한 출근 성적을 곱하여 임금인상률을 정하는 것은 육아휴직에 대한 불이익 처우라고 판단합니다.(여성고용정책과-129, 2015년 1월13일)

또 남녀고용평등법 7~11조에는 채용·임금·복리후생·배치·승진·퇴직에서 남녀를 차별할 수 없도록 했고, 차별행위가 발생하면 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사업주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1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인사팀장과 대화한 녹음 등 증거를 모아 노동청과 노동위원회에 신고하세요. 신원이 드러나지 않게 근로감독 청원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중앙노동위원회는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직원을 승진에서 차별한 사업주에 대해서 육아휴직 기간의 근속기간 차감을 남녀 직원에게 동시에 적용했더라도 육아휴직 사용 비율이 현저히 높은 여성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육아휴직 기간은 일을 한 것으로 인정되는 기간이에요. 그래서 근속기간에 포함되고 연차유급휴가도 발생합니다. 육아휴직을 한 직원은 회사에 기여하지는 못했지만 나라에 기여했잖아요. 높은 연봉 인상을 하지는 못해도 육아휴직 전의 고과를 적용하거나 직원 평균 인상액을 지급해야 불리한 처우가 되지 않습니다.

회사만 탓할 일은 아닙니다. 4분기 합계출산율 0.65명. 분기별로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며 망해가는 나라인데 21대 국회를 통과한 저출생 법안은 230건 중 단 7건인 3.2%. 지난 5년간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임신·출산·육아 관련 법 위반 사건 중 기소되거나 과태료가 부과된 비율은 6.8%.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권이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놓은 거죠.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2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저출생 문제 해결 방법 1위는 ‘부부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였고, 다음으로 현금성 지원 확대와 불이익 주는 사업주 처벌이었습니다.

학교가 사라지고 유치원이 ‘노치원’으로 바뀌는, 미래가 없는 나라. 정부와 정치권은 당장 부부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를 법제화해야 합니다. 제발 입만 나불대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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