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글로벌 대형 K팝 기업인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역대급 갈등이 아티스트의 콘셉트 카피부터 주식지분에 대한 처리 방안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이어지면서 'K팝'을 뒤흔들고 있다. 

하이브 측이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비롯해 어도어 경영진이 어도어를 하이브 레이블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경영권을 탈취하려 한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한 것에서 시작한 하이브와 민 대표의 갈등은 뉴진스의 콘셉트 카피 주장부터 시작해 민 대표가 보유한 어도어의 주식지분에 대한 보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외신들도 역시 이에 대해 집중조명을 하며 'K팝 성공 이면이 드러났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이브 "어도어 경영권 탈취 시도 정황", 민희진 "뉴진스 콘셉트 카피에 항의했을 뿐"

하이브 측은 지난 22일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이 하이브의 자회사인 어도어를 하이브 레이블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정황이 드러나 민 대표 등 경영진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하이브 주장에 따르면 어도어 경영진들이 올해 초부터 하이브로부터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해 하이브가 어도어에 부당한 요구를 한다는 점을 빌미로 여론을 악화시켜 하이브의 보유 지분 80%를 어도어 경영진에게 우호적인 투자에게 매각하도록 유도하는 계획을 포착했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4.25 mon@yna.co.kr

하지만 민희진 대표는 지난 22일 곧바로 공식 입장문을 내고 하이브의 주장에 반박했다.

민 대표는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나라 음악 산업과 문화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에 대해 공재적으로 입장을 전한다"며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도어 및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가 이룬 성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브에 의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일릿의 티저 사진이 발표된 후 '뉴진스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출연 등 연예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며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아일렛 데뷔 앨범을 프로듀싱했다.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는 빌리프랩이라는 레이블 혼자 한 일이 아니며 하이브가 관여한 일이다. 아류의 등장으로 뉴진스의 이미지가 소모됐고 불필요한 논쟁의 소재로 끌려들어가 팬과 대중에게 걱정과 피로감을 줬다"고 덧붙였다.

또 민 대표는 "어도어는 실제 하이브, 빌리프랩을 포함해 그 어느 누구에게도 뉴진스 성과를 카피하는 것을 허락하거나 양해한 적이 없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에서 데뷔했다는 이유만으로 누가 누구의 동생 그룹이니 하는 식의 홍보는 결코 용인할 생각이 없다"며 "뉴진스의 문화적 성과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항의가 어떻게 어도어의 이익을 해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인지, 어떻게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희진 "하이브가 뉴진스 키워줄 생각 안한다, 써먹기만 한다" 차별 언급하며 분통

민 대표는 다음날인 23일 모 스포츠 매체와 인터뷰에서도 하이브 측의 주장과 달리 자신은 어떠한 투자자와도 만난 적이 없고 대초에 어도어의 경영궈너을 탈취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이브와 민 대표의 갈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하이브는 지난 25일 민 대표 주도로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됐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물증도 확보했다고 주장하며 민희진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민 대표는 25일 서울 서초동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가 제기한 의혹은 모두 근거없는 음해라고 해명하며 억울하다는 심정을 전했다. 

시종일관 격앙된 어조로 기자회견을 이끌어간 민희진 대표는 "내가 '뉴진스가 잘돼도 존중이 없잖아. 견제만 하고 키워줄 생각을 안 한다. 써먹을 생각만 하고. 이런 회사 어떻게 믿음을 갖냐'라고 얘기했더니 주위에서도 '하이브 좀 이상하다. 르세라핌 런팅도 이상하게 했고 걔네가 요구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리고 홍보하지 말라는 둥의 얘기를 한다'는 말이 있었다"고 말하는 등 알게 모르게 차별이 있음을 공개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의혹을 갖고 있는 '경영권 탈취' 에 대해 자신은 "경영권에는 관심없다"고 잘라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관훈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3.15 yatoya@yna.co.kr

민희진의 어도어 지분 18% 풋백옵션 놓고 하이브와 갈등 "노예계약" 주장

그런데 이 자리에서 민희진 대표는 주주간 계약 협상 내용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민 대표는 당시 주식 계약서에 대한 얘기를 언급하자 동석한 변호인이 주주간 계약 협상 내용 그런거는 얘기할 수 없다고 제지하기도 했다.

언론에 따르면 민희진 대표가 지난해 3월 하이브와 체결한 주주간 계약에 불합리한 조항이 있어 8개월 뒤인 11월에 수정을 요청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견이 있어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민 대표가 주식 지분에 대한 풋백 옵션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이브가 100% 갖고 있던 어도어의 지분 가운데 20%가 민 대표에게 넘어갔다. 지난 2021년 지분 10%에 해당하는 스톡옵션과 현금 특별상여 5%가 먼저 넘어갔고 뉴진스 성공에 따른 보상으로 인한 지분 5%가 추가로 넘어갔다. 이 가운데 2%는 어도어의 경영진으로 넘어가 현재 민 대표의 어도어 지분은 18%다.

이 가운데 13%에 대해서는 시장 가격과 무관하게 지정된 가격에 지분을 팔 수 있는 권리인 풋백옵션이 부여됐다. 당시 계약에 따르면 하이브는 어도어의 2년간 영업이익 평균치의 13배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주식을 팔 수 있도록 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 측에 추가 지분 5%에 대해서도 풋백옵션을 요구함과 동시에 풋백옵션 배수를 기존 13배에서 30배로 늘려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5%에 대한 풋백옵션 적용은 수용 가능하다고 하면서도 30배 적용은 과도하다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경업금지 규정도 문제가 됐다. 계약서에 들어 있는 경업금지 규정에 따르면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 주식을 단 1주라도 보유하고 있거나 주식이 없더라도 대표이사나 사내이사로 재직한다면 특정기간 경쟁 업종에서 일할 수가 없다. 민 대표가 추가 지분 5%에 대해서도 풋백옵션 적용을 요구한 것도 경업금지 규정과 관련이 있다. 추가지분 5%를 처분하지 못한다면 하이브 측이 이를 볼모로 민희진 대표의 다른 기획사 창업이나 이직 취업을 무기한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추가 지분에 대한 풋백옵션 적용을 하이브 측에서 수용했다고는 하지만 배수에 있어서 이견이 너무 커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대해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와 갈등은 내가 경영권 찬탈을 모의해서가 아니라 주주간 계약 수정에 따른 이견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며 "이 계약은 내게 올무나 다름없다. 내가 영원히 하이브의 노예일 수는 없지 않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하이브는 노예계약은 민 대표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외신 "K팝 사업 성장통"... 국내 언론, 전문가 "수습 여부에 따라 K팝 산업 발전 좌우"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역대급 분쟁에 대해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다.

국내 언론에 따르면 미국 음악매체 빌보드는 지난 26일 "하이브가 뉴진스의 레이블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고 민 대표는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전했고 AFP도 "BTS 뒤에 있는 한국 회사가 자회사 대표를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역시 "한국 최대 음악 회사인 하이브가 소속 레이블 중 한 곳의 경영진이 이탈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해 감사를 벌였다"며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고 수익성이 높은 음악 산업 가운데 하나인 K팝에서 벌어진 최근의 내분 사례다. K팝 산업을 강타한 카카오-SM 경영권 분쟁과 피프티피프티와 소속사 사이의 분쟁과 더불어 여러 분쟁 가운데 하나"면서 "K팝 산업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도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년간 한류 취재를 하고 있는 요시자키 에이지뇨 칼럼니스트는 지난 26일 야후 재팬을 통해 "일본의 상황가 비유하면 지난 2016년 쟈니즈와 SMAP의 독립소동과 가깝다. 지난 2021년 르세라핌의 데뷔 시기를 둘러싸고 대립이 있은 이후 방시혁 의장과 민희진 대표의 감정대립이 계속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요시자키는 "민희진 대표는 사임 또는 해임의 방법으로 하이브를 떠날 것으로 보이며 하이브 안에서 민희진 대표의 프로듀싱 작업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며 "민 대표와 뉴진스가 하이브에서 독립한다면 하이브로서도 BTS 부재 기간에 에이스를 잃게 돼 주가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국내 언론과 전문가들도 K팝을 이끌어온 양측의 분쟁에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K팝 아티스트 BTS를 키워낸 하이브의 방시혁 대표와 엑소, 소녀시대를 키워낸 민희진 대표의 분쟁은 단순한 개인 갈등을 넘어 'K팝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24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이건 K-Pop 산업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갈등"이라며 "같은 모기업을 공유한 두 레이블 간의 갈등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수습이 되는지에 따라서 한창 모멘텀을 확보한 K-Pop이 발전적으로 갈 수 있느냐 이런 부분이 있다"고 했다. 

김 평론가는 "하이브라는, 즉 K-Pop을 어쨌든 리드하고 있는 굉장히 중요한, 가장 중요한 지금 그룹인데, 이 하이브가 이런 멀티 레이블 체제를 유지를 하고 있는 것은 결국 K-Pop의 다양성에 이바지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이번에 신인 걸그룹이 런칭을 했을 때 이런 유사성에 대한 우려 없이 조금 더 오리지널한 방식을 채택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정지우 변호사는 중앙일보 27일자 보도에서 “아이디어가 저작권 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컨셉트가 표현된 디자인이나 형태, 색감을 구체적으로 따라하면 저작권 침해라는 접근도 가능하다”면서 “저작권 범위가 넓어지고 있고, 부정경쟁방지법 같은 다른 법으로 아이디어를 보호할 여지도 있다. 아이돌의 컨셉트가 고도의 노력과 창작성을 갖고 만들어진 것이라면 법형식만 따르기보다 폭넓게 보호할 방법을 찾는 게 현대 문화산업의 의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7일자 김태훈 논설위원은 '방시혁과 민희진의 K팝'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방시혁·민희진 두 대표가 어도어 경영권을 둘러싸고 볼썽사나운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분이니 풋옵션이니 하며 K팝을 사랑해온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 영어 의미를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연결과 확장을 지향하는 뜻’이라고 했다. 하이브는 벌집(hive)도 떠올리게 한다. 많은 K팝 팬은 여러 레이블을 거느린 하이브가 큰 벌통이 되어 레이블이란 방을 키워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장르가 차별화되지 않은 레이블들 간 지나친 경쟁도 한 이유라고 한다. 유니버설 뮤직처럼 각각을 개성 뚜렷한 레이블로 키우는 방안도 고민했으면 한다"고 고언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