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공수처 등 수사기관들도 채상병 사망 사건 관련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5월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 통과를 추진 중인 가운데 경찰과 공수처 등 수사기관들도 채상병 사망 사건 관련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경북경찰청은 채상병의 순직과 관련한 과실 책임을 밝히기 위해 지난해 8월 수사전담팀을 편성하고 최근 사고 당시 채 상병 소속부대 대대장을 소환 조사했다.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윗선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는 핵심 피의자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두 차례 소환 조사한데 이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채상병 사망 사건 이틀전 수색작전 통제권 육군으로 전환.. 임성근 "지시할 권한이 없었다"

경찰, 통제권 전환 후 임 전 사단장 수색 지시 정황 확인

현재 채상병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갈래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먼저, 채상병이 사망한 문제의 수중 수색 작업 지시를 누가 한 것인지가 첫 번째이다.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은 채상병 사망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책임자(업무상 과실치사)로 지목한 수사보고서를 작성하여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이후 수사보고서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수사단장은 '항명' 혐의를 받게 된다. 국방부장관이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는데 박 전 수사단장이 무단으로 경찰에 이첩했다는 이유다. 반면, 박 전 수사단장은 이첩 보류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고, 오히려 국방부로부터 임 전 사단장을 보고서에서 제외하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에 공수처는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윗선 '외압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채상병이 사망에 이르게 된 수중 수색 작업 지시에 대한 수사는 경북경찰청이 맡고 있다.

임성근 전 1사단장은 채상병이 사망한 7월 19일 이전인 17일을 기준으로 수색작전 통제권이 육군으로 넘어갔다며 자신은 "통제 권한이 없어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당시 채상병의 소속 부대(포병여단)는 지난해 7월 17일 자로 작전통제권이 합동참모본부, 제2작전사령부, 육군 50사단 순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최근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이 구체적인 지시를 한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 22일 해병대 제1사단 7포병 대대장 이 모 중령을 소환 조사했다. 이 중령은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채상병 순직 사건 발생 하루 전날인 지난해 7월 18일 오후 3시께 7여단장(작전 과장)에게 전화통화로 "호우로 인한 수색 종료"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 중령은 "마침 예천 현장에 방문한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을 수행 중이던 7여단장이 대화로 임 사단장에게 종료 명령을 건의했으나 임 사단장은 '오늘은 그냥 지속해야 한다'고 지속 명령을 내렸다"고 변호인을 통해 주장했다.

이 중령은 지난해 7월 18일 오후 3시 17분께 이뤄진 7여단장과의 전화 녹취 등 관련 음성 파일을 경찰에 제출했다.

녹취록에서는 작전통제 전환에도 7여단장이 육군 50사단장이 아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작전 지속 명령'을 묻거나 호우 상황을 알리며 보고 체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나타났다.

7여단장은 이 대대장에게 현장 상황을 확인하며 "정식으로 '철수 지시'는 좀 상황이 애매하다"며 "내가 (임성근 해병대) 사단장님께 몇 번 건의를 드렸는데 첫날부터 알잖아"라고 말을 줄였다.

이 중령의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녹취 파일을 근거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에게 통제권이 없기 때문에 명령을 내린 바가 없다고 하지만 바로 작전 지속명령을 스스로 내렸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또 "이것(작전 지속 명령)은 합참 단편명령이나 제2작전사령부 단편 명령상 육군 50사단장이 작전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는 명령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이고, 정상적으로 7여단장이 50사단장에게 보고하였다면 육군처럼 작전을 종료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임 전 사단장의 자필 서명이 담긴 문건도 나왔다.

JTBC는 29일 '호우피해 복구 작전 투입'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경찰 수사 결과 본 문건이 예하 부대에 배포된 시간은 17일 오후 9시 55분으로 작전통제권이 2작전 사령부로 넘어간 지 약 12시간 뒤였다고 한다.

즉, 임 전 사단장은 수색작전을 지시할 권한이 없는 상황임에도 해병 제2신속기동부대의 실종자 수색을 명령했고, 채상병이 소속된 포병여단에는 복구 작전 시행을 명령한 것이다.

소환되는 유재은 관리관 [사진=연합뉴스]

공수처, '윗선 핵심' 유재은 2차 조사…김계환·신범철·이종섭 등 줄줄이 소환

공수처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6일 박정훈 전 수사단장에게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소환한데 이어 29일에도 소환해 12시간 넘게 조사했다.

공수처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주요 피의자를 소환한 것은 사실상 유 관리관이 처음으로 지난해 8월 고발장 접수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유 관리관은 지난해 7~8월 채상병 순직 사건을 초동 조사한 박 전 수사단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혐의자와 혐의 내용, 죄명을 (조사보고서에서) 빼라'며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채상병 사건 수사 자료를 국방부 검찰단이 압수영장 없이 위법하게 회수하는 과정을 주도하고,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건을 재검토해 혐의자를 8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와 관련해 유 관리관이 대통령실 등 윗선의 지시를 받고 경찰과 수사 자료 회수를 협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공수처는 유 관리관이 회수 당일 이시원 비서관과 통화한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 관리관은 지난해 국회에서 박 전 단장과 5차례 전화를 주고받았고 혐의를 빼고 사실관계만 경찰에 넘기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설명하긴 했지만, 외압을 행사하진 않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은 채상병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고, 수사 자료 회수도 박 전 단장의 항명 사건에 대한 증거 자료 확보 차원에서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의 설명이었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이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유 관리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수처는 윗선의 '외압'을 박 전 단장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는 김계환 사령관의 소환 조사 일정도 조율 중이다. 박 전 단장은 군 검찰에 낸 진술서에서 김 사령관으로부터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사령관은 이를 부인했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도 이르면 이번 주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받을 것으로 알려졌으며,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도 차례로 불러 조사할 전망이다.

민주당, 5월 채상병 특검법 처리 공언.. 홍익표 "진실의 조각 계속 드러나"

현재 민주당을 비롯한 6개 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의 본회의 신속 통과와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영수회담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영수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특검법 처리를 정식으로 언급한 만큼 5월 임시국회에서 특검법 통과의 명분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30일 5월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법 규정대로, 국민 명령대로, 정부·여당이 책임 있는 자세로 5월 임시국회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며 "5월2일 본회의는 반드시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 "공수처가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피의자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부관리관을 두 차례 소환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했다"며 "핵심관계자들이 숨겨온 사실들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재은 관리관이 경찰에 이첩된 수사기록 회수 과정에 국방부 수뇌부의 개입이 없었다고 지난해 9월 국회서 답변한 것과 달리 직접 경찰과 협의를 했다는 증언이 나와 위증문제까지 불거졌다"며 "또 김계환 해병사령관은 수사기록 회수과정에서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 당시 국방부 군사보좌관과의 통화기록을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그동안 수색지시를 내린 적 없다고 발뺌해 온 임성근 1사단장이 실종자 수색, 물가 위주 수색을 강조하는 호우 피해복구작전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당시 육군으로 작전 통제권 넘어간 상황에서 권한도 없는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강변했다.

홍 원내대표는 여당을 향해 "아무리 권력을 압력 넣고 방해해도 진실의 조각이 계속 드러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회법 어기면서까지 직무 유기하고 특검법을 반대하는 것은 수사 방해이자 진실을 은폐하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상병 관련 공수처 고발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박정훈 수사단장 무죄 나오면 정권 내놔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28일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박정훈 대령이 무죄 나오면 정권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모친의 언론 인터뷰 링크를 공유했다.

그는 "포항의 어느 강직한 군인의,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모친이 이런 말씀들을 하게 된 것 자체가 보수의 비극의 서곡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채상병 특검을 막아서고, 박정훈 대령의 억울함을 풀기 보다는 외면하는 '보수정당 국민의힘'. 정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잘못된 것인지 파악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그저 눈치만 보면서 박정훈 대령 재판 결과에서 조금이라도 박정훈 대령의 흠을 잡을 만한 결과가 나오기만 학수고대 하는 그들에게 경고한다. 박정훈 대령이 무죄 나오면 정권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탄핵? 아니다. 그럴 필요도 없다. 채상병의 죽음과 얽힌 진실을 규명하는 것에 반대하고 어떻게 젊은 세대의 표심을 얻을 것이며, 포항의 어느 한 군인 가족을 나락으로 내몰고도 보수정당의 본류를 자처할 수 있겠나"라며 "다음 대통령 선거를 이길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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