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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에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교수들이 주 1회 외래 진료와 수술 중단을 시작한 30일 서울대 병원에서 한 의료인이 통화를 하며 걷고 있다. 조태형 기자

서울시내 이른바 ‘빅5’ 병원인 서울대학교 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일부 교수들이 30일 수술과 외래 진료를 하지 않고 휴진했다. 이날 병원들은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 속에 운영됐고 일부 환자들은 휴진이 장기화하면 영향을 받을까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곳곳에는 일부 교수진의 휴진을 알리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의 안내문이 붙었다. 비대위는 안내문에서 “남아있는 교수들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진료 현장을 지킬 것이나 부득이하게 앞으로의 진료는 더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갑작스러운 교수들의 휴진 신청으로 직원 여러분의 부담이 늘어나게 돼 대단히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병원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 휴진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지만 “휴진 때문에 평소보다 병원이 한적하다”고 입을 모았다. 평소라면 접수하려는 인원으로 붐볐을 어린이병원 1층은 신경과 쪽만 일부 북적일 뿐 그 외 대기석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중학교 1학년 아들과 함께 소아과 외래병동을 찾은 김세준씨(45)는 “어린이병원은 원래 올 때마다 북적북적하는데 오늘은 휴진 여파 때문인지 예전의 3분의 1 밖에 없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병원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환자들은 불안함을 호소했다. 암병원 접수처 앞에 서 있던 담도암 환자 조모씨(71)는 일부 병원 휴진을 알리는 TV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는 “오늘 수혈 일정은 예약을 잡아둔 덕에 휴진이나 의사 파업 영향을 받진 않았다”면서도 “영향을 받게 될 일이 생길까 불안하긴 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이 항상 최선을 다해 치료하는 것을 본다”며 “누구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갈 일이 아니라 서로 대화로 풀어나가서 빨리 국면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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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에서 일하는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한 30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이날 휴진과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이유를 알리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수빈 기자

같은 시각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본관에선 연세대 의대 교수 7명이 ‘오늘 4월30일 하루 휴진합니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섰다. 안석균 연세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휴진은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라 참여 인원은 알 수 없다”며 “전공의와 학생들이 무사히 돌아오려면 의대 증원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 말했다.

2년 전 폐 이식을 받은 오빠와 2주마다 병원을 찾고 있는 보호자 A씨(49)는 “원래는 병실이 꽉 차 있는데 요즘에는 특히 외과에 빈 병실이 많고 환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보인다”며 “(오빠를 담당하는) 교수님은 이번 파업에 대해 언급도 안 하셨지만 (휴진 안내를 보면) 걱정스럽긴 하다”고 말했다.

이날 휴진한 경남 진주·창원 경상국립대병원도 휴진한 의료진이 적어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휴진으로 전문의가 바뀌어 불안함을 더했다. 경남 의령군에 사는 80대 B씨는 남편과 함께 진주경상국립대병원 대기실에서 외래진료를 받으려고 3시간 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그는 “호흡기내과 의사가 휴진하는 바람에 오후에 가정의학과 의사에게서 진료받고 신장내과도 들러야 한다”며 “바뀐 의사가 환자 상태를 제대로 알 수 있겠냐”고 말했다.

50대 산부인과 환자 C씨는 “따로 연락받은 게 없어서 오늘 일부 과가 휴진하는지도 몰랐는데,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매우 불편할 것 같다”며 “하루빨리 의료진들이 현장으로 돌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응급의료센터는 휴진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고 정상 운영돼 119구급차량들이 바쁘게 오가는 모습이었다. 40대 토혈 환자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119구급대의 도움으로 진주경상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119구급대원은 “환자 이송에 걸린 시간이 다른 날과 비슷했다”며 “응급구조시스템을 통해 휴진 등의 병원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서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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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 일하는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한 3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와 보호자가 의자에 앉아 쉬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일각에선 일부 교수의 휴진으로 인한 진료 일정 조정이 병원 직원과 간호사에 떠넘겨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노동조합은 “교수들의 휴진으로 3000건에 가까운 환자의 검사, 수술, 진료가 변경 및 취소돼 직원들의 업무 고충이 발생했다”며 “휴진 계획을 불과 5일 전에 통지해 환자를 기만하고 직원에게 업무 과중을 부여한 이번 사태를 법치체제를 무시한 ‘의치국가’ 수립의 뻔뻔한 시도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날 의사 38명이 휴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브란스병원노조 관계자는 “병원별로 다르지만 의사가 직접 환자들에게 예약 취소를 안내하도록 병원 차원에서 공지한 곳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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