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3월2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자신에 대한 항명 사건 재판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채 상병 특별검사법’이 2일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현재 진행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채 상병 사건 관련 고발장을 접수받은 뒤 현재까지 9개월째 수사를 하고 있다. 채 상병 사건의 골자는 지난해 7월 말 집중호우 때 실종자를 수색하다 사망한 채모 상병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이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의 혐의자로 적용한 수사결과를 경찰에 이첩했지만 군 윗선이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하게 개입해 축소했다는 의혹이다. 이 건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이 고발됐다.

공수처는 지난 1월 핵심 인물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3일엔 유 법무관리관을 불러 본격적인 피의자 조사에 돌입했다. 공수처는 이날엔 피의자 중 한 명인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불러 조사했다.

일단 공수처 수사의 향방은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지 여부에 달렸다. 윤 대통령이 특검을 수용하면 공수처는 수사를 중단하고 수사자료를 특검에 넘길 가능성이 크다. 이날 국회가 가결한 채 상병 특검법안을 보면 특검은 관계기관의 장에게 수사기록과 증거 등 자료 제출, 수사활동 지원, 검사와 수사관 파견 등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요청을 받은 관계기관의 장은 반드시 이에 응해야 한다. 일례로 2016년 국정농단 특검이 설치됐을 때 앞서 수사하던 검찰은 사건을 정리한 뒤 수사기록을 특검에 넘겼고, 검사와 수사관을 특검에 파견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특검을 수용해 특검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더라도 특검·특검보 등 임명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특검이 본격 수사에 돌입하기까지는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당분간 공수처가 수사를 계속하게 된다. 다만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신속히 사건을 종결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공수처장과 차장 등 지휘부가 여전히 공석인데다 수사 인력이 적어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17일 열리는데, 곧바로 청문보고서 채택과 임명이 이뤄지더라도 차장 제청 등 지휘부 구성이 완비되려면 최소 이달 말은 돼야 한다는 예측이 나온다. 공수처의 채 상병 사건 수사팀은 검사가 6명 뿐이다. 대장동 사건 등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의 검사가 14명인 것과 대비된다.

공수처가 수사를 계속하더라도 기소권이 없다는 점은 향후 뇌관이 될 수 있다. 공수처법에 의하면 공수처 검사는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이 아닌 나머지 고위공직자의 범죄에 대해선 수사만 할 수 있고 기소는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끝내면 수사기록을 검찰에 보내고 검찰이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공수처가 기소 의견을 내더라도 검찰이 다른 결론을 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수사 외압 의혹의 실체가 없다고 주장하는 만큼 검찰이 과연 독립적으로 채 상병 사건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군 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특검법의 본질은 채 상병의 사망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고, 그 정점에 수사 개입으로 반헌법적 국가범죄를 저지른 윤 대통령이 있다”며 “윤 대통령은 특검법을 즉각 수용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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