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문화일보 1면 톱기사

방정환은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주장했다. 100여년이 지났지만 ‘놀 권리’는 여전히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입시 등의 압박으로 어린이들의 놀 시간과 장소는 더욱 부족해지고 있다. 관련해 어린이날을 앞두고 언론에서는 어린이들의 관점을 얼마나 반영했는지 살펴봤다. 

가장 주목할 만한 기사는 문화일보 지난 2일자 1면 톱기사 <“놀 권리를 돌려주세요”>다. 어린이의 목소리를 담아 ‘놀 권리’를 주장하는 내용이다. 문화일보는 서울 송중초등학교 6학년 2반 학생들의 의견을 전했는데 “학원과 숙제 때문에 줄어드는 놀이터와 어른들의 눈치 때문에, 친구들의 바쁜 일정 때문에 원하는 시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과 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어린이들은 “일주일에 8개 학원을 다녀요. 학원을 마친 뒤 숙제를 하면 잠자리에 들기 바빠요”, “어린이끼리 마음 편히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문화일보는 초록우산이 지난해 아동·청소년 1만140명을 설문조사해 지난 2일 발표한 ‘2024 아동행복지수’를 인용했다. 이들은 하루 학업시간으로 8시간34분을 썼지만 여가시간은 4시간27분에 불과했고, 학업시간 중 2시간45분은 학원·과외 등 ‘학교수업 외 학습’이었다. 

초록우산은 국내외 연구를 토대로 초등학생 저학년은 1시간(고학년은 2시간), 중학생은 2시간30분, 고등학생은 3시간 이상 공부할 경우 적정수준을 넘었다고 봤는데 적정수준을 넘은 ‘과다 공부 아동’ 비율은 전체 65.1%에 달했고, 57.3%는 선행학습을 위해 주말에도 학원을 다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한 초록우산이 집계한 올해 아동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45.3점이었다. 문화일보는 “행복지수가 낮은 아동·청소년일수록 공부 압박과 사교육 부담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문화일보는 3면 <“내겐 놀이가 밥인데…학원만 가라하고 놀이터선 시끄럽대요”>에서 1면에 이어 송중초 6학년 2반 학생들과 ‘놀이’와 관련해 나눈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해당 기사를 보면 박서현은 “공부하는 시간이 많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줄어들면서 놀이터나 키즈카페 등 어린이들의 놀이 장소도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일보는 “전국에 설치된 어린이 놀이시설은 8만2086개, 그러나 주택·아파트 단지 내 위치한 놀이터는 4만3712개인데 반해 공공놀이터는 1만1848개에 불과하다”며 “올해 4월 기준 0~18세 미만 인구가 700만여 명이란 것을 감안하면 아동·청소년 590명당 공공놀이터 1개가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일보는 또한 “저는 주택에서 살고 친구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자주 노는데, 아파트에 사는 한 할아버지가 ‘이 놀이터는 아파트 주민 거야’라고 해서 저만 쫓겨난 적이 있다”고 말한 박서현의 인터뷰를 전하면서 “아이들은 어렵게 찾은 놀이터에서마저도 어른들로부터 제재와 차별을 경험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는 <“놀지 못하는 아이들, 주체성·창의력 향상 기회 못얻어”>란 기사에서 전문가들 의견을 전했는데 “‘아동기본법’ 제정을 통해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주장했다. 노혜련 숭실대 명예교수는 문화일보에 “놀이는 아이들이 주체성과 창의력을 향상하고 친구들과 놀며 사회성을 익히는 기회”라며 “그런데 어른들이 아이들의 놀 시간을 빼앗고, 그마저도 어른들이 허용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3일자 한국일보 기사

한국일보는 지난 3일 24면 <“옷·놀이로 남녀 가르지 말아요” 완전한 어린이, 존중에서 나온다>라는 서한영교 작가의 글에서 어린이 권리를 규정한 선언이나 협약 등을 소개했다. 작가는 “부모의 소유물이거나 어른들의 부속물로 취급되는 어린이가 아니라, 동시대에 ‘함께’ 살아가는 지구 거주자로, 보호와 육성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법을 익혀나가는 시민으로, 미래의 꿈나무로 현재로부터 끊임없이 유예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동반자로 여겨주기를 100년 넘게 요구하고 있다”며 “102번째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는 본책의 별책부록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작은 책이라는 걸 새롭게 느껴 보았으면 한다”고 썼다. 

지난 3일 황호진 전북대 특임교수는 전북도민일보 칼럼 <다시, 어린이 해방운동을 제창한다>에서 “대학입시 등 제도적 속박이 크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어린이에 대한 인식과 관행”이라며 “어린이가 ‘독립된 하나의 온전한 주체’로서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며 자기주도적 삶을 꽃피워 가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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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매일과 광주일보 지난 3일, 중앙일보는 지난 4일, 박지영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원의 글 <“어린이에게도 사람의 권리” 선전지 12만 장 뿌린 방정환>(종로구청·종로문화재단·중앙SUNDAY 공동기획)을 실었다. 해당 글에선 어린이 인권운동가 방정환의 활동과 그를 중심으로 만든 잡지 ‘어린이’ 등을 소개했다. 

어린이신문인 소년한국일보에서도 지난 3일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말고 쳐다봐 주세요”>란 기사에서 102주년 어린이날 특집, 소파 방정환과 어린이날에 대해 다뤘다. 잡지 ‘어린이’와 ‘어린이 해방 선언문’, 방정환의 발자취를 만날 수 있는 곳 등을 소개했다. 

▲ 3일자 소년한국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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