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나온 KBS 카드 한 장 들고 출국…불 붙은 ‘여행 카드’ 경쟁 보도 갈무리.

KBS가 특정 종류 카드의 혜택을 소개하면서 인터뷰한 일반 직장인이 해당 카드사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KBS는 “여행을 앞둔 환전 특화카드 실제 사용자”라고 해명했지만 네티즌들은 “공영방송에서 사실상 뒷광고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KBS는 지난 4일 <카드 한 장 들고 출국…불 붙은 ‘여행 카드’ 경쟁> 리포트에서 “해외에서도 실시간 환전과 결제가 가능한 카드가 여행 필수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카드사들도 각종 혜택을 담은 ‘여행 카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뉴스 화면에서 하나은행 어플 ‘하나머니’를 클릭한 후 기자는 “연계된 통장에 현지 통화를 입금해 두면 이 카드로 여행지 현금입출금기에서 돈을 뽑거나, 체크카드처럼 결제할 수 있다”고 했다. 직장인으로 소개된 조아무개씨는 “환율이 우대돼서 좋고. 그리고 환전도 바로바로 할 수 있고 영업점도 방문 안 해도 되고, 잔돈이 안 남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익명의 카드업계 관계자가 등장해 “환전 수수료도 무료로 해주고, 결제 수수료도 무료다 보니까 그렇게 막 수익이 나는 사업은 아닌데,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라고 말한다. 이 리포트에는 ‘여행 카드’ 환전 이용 등 관련한 하나카드 자료들이 인용됐다.

▲ 4일 보도에서 하나은행 어플 ‘하나머니’를 클릭한 화면.

보도가 나간 뒤 한 네티즌이 해당 인터뷰이가 일반 직장인이 아닌 카드업계 관계자라고 지적했다. 실제 직장인 조아무개씨는 하나카드 과장으로 각종 언론 인터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네티즌들은 “사실상 뒷광고 아닌가”, “공중파 뉴스도 PPL을 받나”, “아무리 그래도 KBS에서 이러면 안 되지 않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KBS는 4일 미디어스에 “인터뷰이는 여행을 앞둔 환전 특화카드 실제 사용자”라며 “실제 사용자의 경험을 소개하는 것이 기사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유용하다고 판단해 인터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기사는 여러 카드사에서 동시에 출시한 카드에 대한 경쟁을 다루고 있고, 특정 카드사 한 곳에 대한 홍보 내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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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특이한 것은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로 둔갑해서 인터뷰했는데 정작 업계 관계자의 카드에 대한 설명은 얼굴 없이 음성변조해서 사용해 좀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이라며 “KBS의 해명은 어쨌든 그 사람도 실제 사용자이니 문제없다는 것인데 문제가 없다면 왜 신분을 속였는지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심석태 교수는 “이전에도 여러 방송사들이 업계 관계자를 소비자로 둔갑시킨 사례가 종종 있었다”며 “기자가 전지전능한 섭외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데일리 아이템을 만들면서 딱 맞는 인터뷰이 섭외하는 걸 기대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 딱 맞는 사례 가져오라고 데스크가 닦달하지 말아야 할뿐더러 그런 사례에 맞게 기사를 써오면 ‘업계 관계자’나 ‘지인’ 아닌가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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