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출마 계기가 됐던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방해 사건이 관련 혐의자 전원 무죄로 결론이 났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출마 계기가 됐던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방해 사건이 관련 혐의자 '전원 무죄'로 결론이 났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실시한 감사가 적법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대법원이 내린 것이다.

감사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감사원이 '정치질을 했다'며 당시 감사를 주도한 유병호 감사위원을 향해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감사원, 2020년 월성원전 조기폐쇄 감사 진행 "경제성 지나치게 낮게 평가"

검찰 수사 과정서 윤석열-추미애 '추윤갈등' 격화.. 윤 대통령 대선 출마 계기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9일 오전 감사원법 위반, 공용전자기록손상등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전 공무원 A(56)·B(53)·C(48)씨 등 3명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10월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 대한 감사를 벌였으나 감사보고서가 감사위원회 심의 통과를 하지 못했다.

그러자 2020년 재감사를 진행해 같은 해 10월 "2018년 6월 월성원전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이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병호 감사위원이 당시 공공기관감사 국장으로 재감사를 지휘했으며, 감사원은 7000쪽 분량의 수사자료와 산업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자료를 포렌식 해 복구한 것을 검찰에 전달했다.

유 감사위원은 감사 당시를 언급하며 "이토록 너저분한, 오만가지 감사 방해는 처음이었다"며 "문재인 정권 공직 기강이 인체로 치면 뼈와 장기가 다 망가진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12월 검찰은 A·B씨를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1월께 월성원전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이를 묵인·방조한 혐의로, C씨는 2019년 12월 1일 밤 11시께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월성원전 관련 자료 530건을 지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기소가 이뤄진 2020년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충돌하며 이른바 '추윤 갈등'이 격화되기도 했다.

당시 추미애 장관은 "정치적 목적의 편파수사"라며 윤석열 총장을 향해 물러나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윤 대통령도 지난 2021년 "정치에 참여하게 되는 이런 계기가 된 것 역시 결국은 월성 원전 사건하고 무관하지 않고 결국은 정부의 탈원전과 무관하지 않다"며 대선 출마 계기가 됐음을 인정한 바 있다.

1심은 일부 유죄 → 2심은 모두 무죄 "적법한 감사 절차 아니다"

1심에서는 감사원법 위반,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세 사람 모두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심 재판부는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산업부가 관여했는지 여부를 감사하기 위한 감사원 자료 제출 요구를 알면서도 피고인들이 공모해 일부 최종본만 제출하거나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정당한 감사 행위를 방해했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반면 지난 1월 2심 법원은 전부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자료는 담당 공무원이 개별적으로 보관한 내용으로 공용전자기록 손상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공공기록물에 해당하는 중요 문서는 문서관리 등록 시스템에 등록돼 있고, 상당수 파일은 다른 공무원의 컴퓨터에도 저장돼 있어 손상죄 객체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감사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법령에서 정한 절차에 따른 감사 활동으로 보기 어렵고, 디지털 포렌식 또한 적법하게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C씨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한 것은 실지감사 통보 등 법 절차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임의적 요구였기에 응하지 않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을 수 없고, 오히려 감사원이 필요한 최소한도를 넘어서 디지털 포렌식을 실시하며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날 대법원이 2심의 판단을 모두 수용하면서 '적법하게 이뤄진 감사 절차가 아니므로 방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당시 감사원의 감사가 '정치 감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감사원 "납득 어려우나 존중" vs 野 "조작 감사 드러나.. 유병호 사퇴하라"

하지만, 감사원은 대법원 판결 후에도 '감사원의 감사는 적법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감사원법 및 관련 내규, 감사 관행 등을 고려할 때 판결 내용을 납득하기 어려우나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앞서 감사원은 이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해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 의견서에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에 대한 감사는 적법했고, 산업부 전 공무원 3명들의 자료 삭제로 감사 방해의 결과가 발생했다'고 쓰였다.

또 '감사 방해 처벌 조항은 강제 조사권이 없는 감사원이 실효성 있는 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유일한 그리고 최소한의 장치'라면서 '이번 사건에서 감사 방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권력자의 지시로 법과 원칙에 맞지 않는 행위를 한 경우일수록 관련자들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삭제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조작 감사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이를 주도한 유병호 전 사무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10일 "조작 감사를 주도한 공으로 감사위원으로 임명된 유병호 전 사무총장은 조작 감사에 책임 지고 사퇴하라"고 밝혔다.

고 최고위원은 "재판부는 감사원의 감사 자체가 적법하지 않았고, 디지털 포렌식 또한 적법하지 않다고 밝혔다"며 "감사원이 위법한 감사를 실시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의 감사원을 동원한 조작 감사, 조작 수사의 실체가 밝혀진 것"이라며 "감사원이 타깃을 정해서 조작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검찰이 받아서 조작 수사와 기소를 하는 패턴이 반복됐다"고 강조했다.

고 최고위원은 "정권의 사냥개를 자처한 감사원의 위법적 행위는 셀 수 없을 정도"라며 "엄정해야 할 독립기구가 정권의 정치보복 기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배수진 대변인도 9일 논평을 내고 유병호 감사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배수진 대변인은 "월성원전 감사라는 감사원 정치질에 무고한 공무원들이 희생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병호 감사위원이 사무총장 시절 이관섭 당시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관련 문자를 보내 감사원 독립성 침해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인 동시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표적감사를 주도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배 대변인은 유병호 감사위원을 향해 "전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사과하고 엉터리 정치감사에 책임지고 사퇴하라"며 유병호 감사위원이 평소 '기교 없이 직선으로 살았다'고 말한 것을 인용해 "기교 없이 직선으로 쭉 감사원 밖으로 나가라"고 질타했다.

한편, 자료 삭제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들은 무죄가 확정됐으나 다른 사건들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檢,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관련 文 정부 산업부 장관 및 청와대 정책실장도 기소

2021년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업무방해)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이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관한 수사가 '감사원 감사 방해'를 넘어 문재인 정부 청와대 개입 의혹으로 확대된 것이다.

백 전 장관은 월성 원전 조기 폐쇄는 정당한 절차를 밟은 것이라면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실장도 "정책 전환과 개혁 노력에 대해 형사적인 직권남용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정치보복에 버금가는 정책보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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