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의대 증원 집행정지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의대 증원을 두고 의사단체와 정부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주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의대 증원 집행정지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의대 증원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법원에 의대 증원의 근거 자료를 제출하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사단체는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공개하면서 과학적 근거 없이 누군가 외부에서 결정한 사안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 보정심 회의록 등 47건 자료 법원 제출.. "반대 위원도 증원 자체는 찬성"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수험생·의대생·전공의·의대교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며 보건복지부 조규홍·교육부 이주호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배정 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결정을 이번주 내릴 예정이다.

앞서 법원은 정부에 의대 2000명 증원과 대학별 정원 배분의 근거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증원 결정에 문제가 없는지와 증원 규모가 적정한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10일 47건의 자료와 2건의 별도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지난 2월 6일 의대 2000명 증원 발표 직전 개최해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한 '보정심' 회의록과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전문위) 회의 결과 등이 포함됐다. 의료현안협의체(현안협의체)의 경우 의정 협의에 따라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기로 해 회의록 대신 회의 결과를 정리한 보도자료 모음을 냈다.

이밖에 각 대학의 의학교육 여건 등을 실사한 의학교육점검반의 활동 보고서와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등 각종 연구자료도 냈다.

또, '전체 증원 규모 결정 관련 자료'와 '정원배정 및 이후 조치 관련 참고자료'는 별도 참고자료로 냈다.

법원의 판단을 좌우할 핵심은 보정심 회의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정심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보건의료에 관한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법정 위원회다. 환자단체·소비자·노동자 등이 추천하는 수요자 대표, 의료단체가 추천하는 공급자 대표, 보건의료 전문가, 정부 위원 등이 참여한다.

당시 회의에서는 위원장을 포함해 전체 25명 위원 중 23명이 참석했다. 불참한 2명은 대한의사협회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측이다.

복지부는 이 회의에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의대 2천명 증원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참석한 위원 23명 중 총 19명이 찬성했다"며 "보정심은 만장일치로 의결하는 방식이 아니며,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끝에 최종적으로는 안건 의결에 대해 이견이 없음을 확인해 의결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인 위원 3명을 포함한 총 4명이 반대했으나, 반대의 경우에도 규모에 대한 이견이었고 증원 자체에는 찬성했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자료 검토 후 집행정지 항고를 인용할 경우 정부의 의대 증원 처분의 효력은 임시 중단된다.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면 본안 판단 시까지 효력이 중단되는데 이 경우 2025학년도 의대 증원에는 제동이 걸리게 된다. 하지만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실상 증원은 확정된다.

의사단체 "2천명, 과학적 근거 없이 외부에서 누군가 결정"

회의록에는 "굉장히 충격" "폐교된 서남의대 20개 이상 만드는 것" 우려 담겨

반면, 의사단체는 13일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공개하면서 반박에 나섰다. 당일 20명이 넘는 위원이 참석한 회의가 1시간으로 너무 짧게 끝났고, 정부가 들고 온 2천명이라는 숫자를 확인하는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는 주장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대한의학회 그리고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입학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두고 "검증을 하면서 저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천 장의 근거 자료가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기존 보고서 3개를 인용한 주장 외에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숫자인가"라며 "국가의 중요한 대계는 주술의 영역이 아니다. 과학적 근거와 치열한 논쟁, 토의를 거쳐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일 서울대의대교수협의회 회장은 의대 2000명 증원에 따른 구체적인 예산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의사 인력 양성에 들어가는 연간 비용 2조7175억원으로 우리나라는 상당수 대학이나 병원이 부담한다"면서 "2000명 증원 시 연간 1조8000억을 추가 투입해야 하고, 예과 시기에는 연간 300억, 본과 시기에는 연간 600억이 필요하지만 예산 계획이 전혀 없어 부실 교육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가 물적·교육여건 확보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영국, 일본처럼 단계적 점진적 증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 측 법률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복지부의 설명은 순 거짓말"이라고 일축한 뒤 공개된 회의록을 통해 판단을 구하겠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국민께 철석같이 약속했던 의대정원배정위원회(배정위) 회의록, 참석자가 의대교수인지, 공무원의 소속이 어디인지조차 제출하지 않는 기망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2000명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외부에서 누군가가 결정한 숫자이고, 이를 복지부 장관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요식 절차만 거쳤다"고 했다.

보정심 회의록에 따르면, 참여 위원 일부는 "굉장히 충격" "지금 이렇게 대규모로 의대 정원을 늘리면 폐교된 서남의대를 20개 이상 만드는 것과 같은 결과가 초래될 것" 등 2천 명 증원에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원에 찬성하는 위원들 중에서도 "제가 생각하던 규모는 약 500명에서 1천 명 사이가 맥시멈" "예과부터 문제없을 거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게 (준비가) 가능하지 않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또, 증원규모가 졸속으로 결정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한 위원은 "기존에 있는 어떤 전문위원회, 토론회 같은 것들을 주최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정심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장관이) 토론만 이끄신다는 점은 사실 보정심이 무의미하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반면 의대 증원을 강력 지지해온 일부 시민단체 측 위원은 증원규모를 3천 명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의료계에선 이를 두고 보정심은 이미 정부가 정해놓은 결론(2천 명 증원)을 승인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보정심 구성 자체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복지부의 거수기들이 의사 증원에 찬성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게 근거가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 "고령화로 인한 의사 부족 명확" "의대 증원은 꾸준히 논의해 온 사안"

의사단체의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는 즉각 재반박에 나섰다.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3일 오후 '의대 증원 소송 관련 관계부처 합동 긴급 백브리핑'에서 "그간 논의에서 의대 정원 찬성과 반대에 대한 모든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했으며, 해당 내용은 회의록 등 자료에 가감없이 수록했다"며 "전체 자료 중에서 일부 자료나 특정 발언 부분만을 편집하여 전체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문제 삼거나 왜곡하여 해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 결정 과정에 대해 전 실장은 "의사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은 지난해 1월 대통령 업무보고 때부터 들어가 있었던 상황"이라며 "의사협회와는 의료현안 협의체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해 계속 논의를 해왔고, 시민사회단체 등을 통해 (의대 증원이)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의견 수렴을 계속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대 증원에 대해) 객관적인 의견들을 듣고, 각 대학별을 상대로 (계획을) 수정하지 않고 증원할 수 있는 규모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왔다"며 "(증원 숫자로) 제일 적은 게 2151명이었고, 5년 정도 시간을 두면 4000명까지 증원을 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부적인 논의를 꾸준히 해왔지만, 수시로 논의를 해서 구체적으로 날짜를 특정하기는 어렵다"며 "이렇게 모은 안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 안건을 올리는 것으로 했고, 위원들이 참석을 해 의결하면서 2000명 증원이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 실장은 의사 수 추계에 '고령 인구 증가로 인한 의료 수요 확대' 등의 의견이 가장 많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전 실장은 "지금 1000만명 가까이 되는 65세 이상 노인이 2035년이 되면 약 15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0% 가까이 되고, 2050년이 되면 40% 가까이 된다"며 "의사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결국 고령화"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정한 것은 2035년에 (의사 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거기에 맞춰서 수급을 하려면 2025년부터 2000명을 증원해야 한다고 본 것"이라며 "2035년도에 의사 인력이 얼마나 부족한 지 등은 객관적 과학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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