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소개. 한겨레 누리집 갈무리

1988년 5월15일, 군부독재정권 시절 해직된 기자들이 주도해 한겨레신문사를 창간했다.

한겨레는 창간주주 2만7000여명이 창간기금 50억 원을 모아 1987년 12월 설립했고 1988년 5월15일 창간호를 발행했다. 초대 발행인(대표이사)은 송건호, 편집인(부사장)은 임재경, 편집위원장은 성유보였다. 창간호를 보면 1987년 6월 민중항쟁과 같은해 대선 결과가 모금불꽃을 부채질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간호에서는 창간 과정도 소개하고 있다. 1987년 7월초 해직기자들 모임에서 신문제작이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모집할 것인지 논의가 나왔는데 이병주 전 동아투위 위원장이 온 국민이 한주씩 갖는 국민주 캠페인을 제안했고 정태기 전 조선투위 위원장은 인쇄·판매·광고 쪽 전문가들을 만나 기초자료를 수집해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7월 중순에는 송건호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찾아가 창간작업의 전면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 1988년 5월15일 한겨레 창간호 1면

한겨레 제호는 같은해 10월22일 최종 결정됐다. 독립신문, 민주신문, 자주민보, 한겨레신문 등 네가지를 두고 발기인 중심의 장년층 200명과 대학생 중심의 청년층 200명에게 설문이나 전화문의로 조사를 진행했다. 한겨레가 164표, 자주민보가 118표를 얻었다.

창간호는 36면으로 발행했다. 한겨레는 창간사 <국민 대변하는 참된 신문 다짐>에서 “한겨레신문의 모든 주주들은 결코 돈이 남아 돌아 투자한 것이 아니요, 신문다운 신문, 진실로 국민대중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참된 신문을 갈망한 나머지 없는 호주머니 돈을 털어 투자한 어려운 시민층이므로 이 신문은 개인 이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재래의 모든 신문과는 달리 오로지 국민 대중의 이익과 주장을 대변하는 그런 뜻에서 참된 국민신문임을 자임한다”고 했다.

창간호 1면에는 “한라산 백록담이 4천 만의 것이 아니듯 백두산 천지는 2천 만의 것이어서는 안 된다. 6천 만의 것이어야 한다”며 백두산 천지 사진을 실었다. 한겨레라는 신문 제호의 의미를 담은 1면 사진기사라고 볼 수 있다.

▲ 1988년 5월15일 한겨레 창간호 4면과 5면

한겨레 창간은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새로운 언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다. 1985년 6월15일 ‘말’ 창간호 <새 언론기관의 창설을 제안한다>에서도 제도권 언론의 외면으로 노동·농민 등 여러 분야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자생적 언론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면서 “민중언론시대의 요청에 따라 새로운 언론기관의 창설을 위한 범민중 운동을 지체없이 전개할 것”을 제안했다.

민주화 분위기로 탄생한 신문으로 초기에 정권의 주목과 감시를 받기도 했다. 1989년 10월4일자 한겨레 기사 <안기부, 본지독자 성향 조사>를 보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는 같은해 9월 한겨레의 독자층 성향 등을 전국에 걸쳐 은밀히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 독자층의 계층·연령별 현황을 비롯해 지사·지국·보급소 운영실태, 지방주재 기자들의 특이동향 등을 수집·보고하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안기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다른 언론사의 경우도 같은 사항에 대해 수시로 파악하고 있다”며 “한겨레도 예외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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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에 따르면 한겨레는 국내 최초 컴퓨터 조판 시스템(CTS)를 도입했다. 언론 최초 윤리강령과 취재준칙을 만들었고, 대표이사 직선제와 시민편집인 제도를 도입했다. 일간지 최초로 토요판을 발행했으며 젠더데스크를 신설했다.

한겨레 본사는 서울 안국동과 양평동 임대사무실을 거쳐 현재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하고 있다. 1991년 건립한 사옥으로 건축가 조건영이 디자인했으며 준공 당시 여러 건축상을 수상했다. 한겨레 사옥 중심부는 사람이 두 팔로 세상을 감싸 안는 형상으로 곡선 모양이고 건물 오른편에는 펜을 상징하는 뾰족한 탑을 세웠다. 한겨레 창간 정신을 사옥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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