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전날 법무부가 단행한 인사에 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김건희 여사 수사라인을 중심으로 한 검찰 인사가 야권으로부터 '김건희 여사 방탄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도 걱정과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권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과 해당 수사라인을 교체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심기에 어긋나는 일이면 누구라도 날릴 수도 있다는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함꼐 이어진다.

특히 이원석 검찰총장이 검찰 인사 다음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7초 침묵'을 한 것에 대해서도 여러 분석이 나온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뜻과 맞지 않는 인사가 이뤄지면서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여권 일각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에 비해서는 비판 수위가 다소 낮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읽지 못한 인사라는 것이 주된 이유다.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사 치욕의 날…궁예식 인사" 야권 비판 한목소리

박주민(3선, 서울 은평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검찰인사를 '방탄용'으로 규정하고 이원석 검찰총장이 침묵으로 자신의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의원은 "22대 국회가 되면 여러 특검법이 재가동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대해 적절히 방어하려면 지금 인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을 것"이라며 "총선이 끝난 다음에 민정수석이 부활하고 대규모 인사를 했다. 또 검찰총장이 보여준 태도를 통해 '총장 패싱'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원석 검찰총장이) 7초 침묵을 했지만 침묵했을 때 표정 등을 보면 굉장히 불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멘트도 눈여겨봐야 하는데 '검사들 수사팀을 믿습니다', '누가 위에 오더라도 제대로 할 거다', '인사는 인사고 수사는 수사다'라는 말은 위에 지금 오는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들고 자기 생각과 다르다는 걸 얘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박 의원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신속하게 수사하라, 철저하게 하라고 했지만 실제 수사 실무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그 밑의 차장이 한다"며 "(일선에서) 물개버리면 검찰총장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총장 본인이 사실 인사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경태(재선, 서울 동대문 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1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통해 "검찰 인사가 있었던 5월 13일은 검사 치욕의 날이다. 이번 인사는 궁예식 인사"라며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던 검사들마저도 내쳤다"고 밝혔다.

부산고검장을 지냈던 양부남(초선, 광주 서 을)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번 인사는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면 누구라도 날리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날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당선자는 "다른 지방검사장을 하다가 부산고등검사장을 갔으면 영전이지만 서울중앙지검장은 그 이전에는 고등검사장격이었다. 내용과 권한에 있어서는 고등검사장보다 훨씬 좋은, 의미 있는, 영향력 있는 자리"라며 "송경호 서울지검장이 부산고등검사장으로 간 것은 좌천성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양 당선자는 "인사의 시기나 절차, 내용면에서 많은 의문이 있다. 한마디로 검찰 통제권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라며 "대통령실 내지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면 누구든지 검찰을 인사로 날리겠다는 강한 메시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은 국민 관심이 매우 중요한 사건이고 중요한 사건의 수사지휘 라인에 있는 사람들은 정기인사 때도 그 자리를 남겨놓는다. 명령은 내더라도 근무를 하도록 한다"며 "수사를 마치고 새로운 임지에 가도록 하는건데 이번에 몽땅 다 바꿨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전날 법무부가 단행한 검찰 고위직 인사에 관해 입장을 내놓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SNS을 통해 비난의 수위를 더 높였다.

조 대표는 15일 자신의 SNS에서 "송경호, 김창진, 고형곤 모두 '윤석열 라인'의 핵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했지만 윤 대통령은 '충성하지 않는 놈은 필요없다'고 경고했다"며 "검찰 조직 전체를 향해서도 알아서 기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이런 인사는 윤 대통령이 불안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또 조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수족처럼 부리던 자신 라인에 있는 검사도 믿지 못하게 된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끝이 보인다"고 직격했다.

한편 지난 13일부터 더불어민주당은 비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이해식 수석대변인 명의의 서면브리핑에서 "이창수 지검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이 김건희 여사 수사 방탄의 서막이냐"며 "김겅희 여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는 때에 대통령의 심복을 중앙지검장에 앉힌 것은 기어코 김건희 여사를 성역으로 만들라는 신호로 읽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14일 국회 본청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검찰 정권의 최일선에서 야당 탄압의 선봉에 섰던 대표적인 친윤 라인인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것은 검찰을 더 세게 틀어쥐고 김건희 방탄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이라고 직격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 역시 이 자리에서 "영부인에 대한 수사를 원천 봉쇄하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인사"라며 "국회에서 김선희 특검법 입법이 임박해지자 검찰로서도 김건희 여사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고 검찰 기류가 수사 불가피론으로 급격히 타오르는 것을 봉쇄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운데)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에서도 우려 목소리 "동지마저 내친 것"

비난 수위는 야권에 비해 떨어지지만 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웅(21대, 서울 송파 갑) 의원은 지난 14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송경호 중앙지검장이나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특수부 검사 시절 삶과 죽음을 함께 했던 동지와 같은 사람인데 비해 이창수 신임 중앙지검장은 친윤이라고는 해도 동지 관계까지는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소환조사만큼은 절대 안 된다고 보고 가장 믿을 수 있는 동지들마저 내쳤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 들어간 김용태(초선, 경기 포천가평) 당선인도 이번 인사를 위험한 것이라고 봤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은 1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자리에서 "이유야 어떻든 사실적인 부분보다 국민들이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국민의 역린이 무섭다는 것을 인지하고 눈치를 좀 봤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김용태 위원은 지난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국민들의 우려가 많다는 것을 대통령실이나 검찰이 인지해야 한다. 김건희 여사나 권력자, 권력에 가까운 사람들까지 공정한 수사와 법의 집행이 지금 이 시대의 정신"이라며 "검찰총장이 수사에 대해 더 힘을 실어줘야 하고 더 공정한 수사에 대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 수사를 지시했는데 검찰의 간부 라인이 바뀌는 것에 대해 언론과 국민의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장검사 출신인 곽규택(초선, 부산 서·동) 국민의힘 당선인은 15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검사장이 바뀌더라도 기존 수사에 지장이 없도록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검찰총장의 말에 방점을 둬야 할 것 같다"며 "오히려 늦춰진 간부급 인사라고 보여진다. 법무부 장관 취임 후 3월에 했어야 될 검사장급 인사가 총선 때문에 한 두 달 정도 미뤄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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