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소극적이고 내향적이라 새 학년이 시작될 때마다 친구 사귀는 걸 무척 힘들어해요. 올해 6학년이 되어서 조금 나아지나 싶었는데, 예의 없거나 상처 주는 말을 하는 이른바 ‘기가 센(?)’ 친구들을 대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해요. 자신의 의견을 잘 표현하면서 능동적으로 친구를 사귀는 방법이 없을까요?”

박은정(43)씨는 “아이가 1년 동안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 헤어지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환경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은 걸 알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자녀가 독립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첫 단계인 초등학교 시기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대화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배려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친구가 되고 싶어’(파스텔하우스)와 ‘아홉 살 관계 사전’(다산에듀)을 쓴 김정 서울 대림초 교사(필명 김시윤), ‘다투지 않고 좋은 친구 만드는 다정한 대화법’(물주는아이)을 쓴 23년차 초등교사 초등샘Z(필명), ‘상처 주는 말하는 친구에게 똑똑하게 말하는 법’을 쓴 김윤나 말마음연구소 소장, ‘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1, 2’(사계절)을 쓴 김원아 교사의 조언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정리했다.

내향적인 아이들 특성

친구를 포함한 인간관계의 능력은 초등학생에게도 아주 중요하다. 내향적인 친구들이라고 해서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김윤나 소장은 “내성적인 친구들은 ‘가깝게 지내고 싶다’는 판단을 내리는 데 신중하다”며 “학기 초에 금방 친한 친구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지만, 자신의 속도와 리듬으로 자신과 에너지 수준이 비슷한 친구를 찾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친구에게 천천히 마음의 문을 여는 성향을 갖고 있어서 학기 초 친구들의 성향과 상대를 관찰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시간이 필요해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김정 교사는 “학교 특성상 새 학기가 된 후 서로 탐색하다가 2, 3주 안에 친한 친구나 그룹이 결정되는데, 소극적인 아이들이 그 시기를 놓쳐서 친한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사례가 생긴다”며 “간혹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말을 걸지 못하고 자리에 앉아서 지켜만 보는 아이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개인의 호불호와 스스로의 성향에 대한 자기 객관화가 진행되면서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 난도가 올라가고 교사의 개입이 힘들어진는 점이다.

초등샘Z는 “저학년일수록 내향적이어도 그리 오래지 않아 마음에 맞는 친구들을 한두 명씩이라도 사귈 수 있고, 교사의 노력이 빛을 본다”며 “하지만 고학년일수록 자아와 취향이 확실해져 교사의 개입이 어려우며, 각 반에서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한두 명쯤은 반드시 있다”고 말했다.

잘 형성된 친구 관계는 학생들이 학교를 잘 다니기 위해 필요한 요소다. 의사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아이는 싫을 때 싫다고 말하지 못해서 속으로만 쌓아두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초등학교 단계에서 부모가 자녀 친구 관계 맺기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지도한다면 자녀는 능동적으로 적극성을 발휘하며 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내향적인 자녀의 친구 관계에 부모가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줘야 하는 이유다.


먼저 인사하고 말하는 용기

내향적 성향의 학생 다수는 부끄러워하거나 혹은 내가 원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을 것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다른 친구들에게 말을 걸 용기를 내지 않는다. 또한, 모든 일에 조심스럽고 미리 확인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 낯설고 새로운 것들에 대한 거부감이 다른 아이들보다 큰 편이다.

초등샘Z는 “요즘 아이들은 관심과 흥미가 금세 바뀌고 진득하게 한자리에 앉아 같은 놀이를 오랫동안 하는 것보다 속도감 있게 바뀌는 놀이를 선호한다”며 “그러다 보니 내향적이고 소극적인 아이들은 대부분 그 속도감을 따라가는 것을 어렵게 느낀다”고 설명했다.

모든 새로운 시작에 용기가 필요하듯 내향적인 학생들이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먼저 다가가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친구가 먼저 놀자고 다가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모가 자녀에게 용기를 주고,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기 위한 요령을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김윤나 소장은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친구들은 친구를 만났을 때 속으로는 반갑지만 표현하기를 주저해 먼저 인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부모가 ‘친구한테 먼저 인사하자’ ‘같이 놀자고 표현해야 친구가 네 마음을 알아줄 수 있어’ 등의 말을 하면서 직접 해볼 수 있도록 격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정 교사는 “친구가 다가올 것을 기대하기 전에 먼저 ‘같이 보드게임 할래?’ ‘나도 같이해도 되니? 나도 하고 싶어’처럼 좋아하는 것을 같이 하자고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며 “경험치가 쌓이면 친구에게 다가가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고 말했다.

초등샘Z는 “차분하게 주변 친구들을 관찰하고 친해지고 싶은 친구를 정한 다음 그 친구가 하는 놀이나 활동에 관심을 먼저 보이는 작은 용기 정도는 연습해서 시도하면 대부분 효과가 좋다”며 “‘너 지금 뭐 그리는 거야?’ ‘너도 ○○○ 캐릭터 좋아해?’ ‘너 태권도 다녀? 재미있어? 나도 다니고 싶은데….’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따른 첫 번째 말 걸기 질문을 직접 하면 그 뒤에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거친 언어를 사용하거나, 몸으로 자꾸 밀어붙이면서 같이 놀려고 하거나, “너는 이거 해!” 식으로 강요하려는 친구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김윤나 소장은 “내성적이고 소심한 친구들은 정확하게 불편하다는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울거나 피하지 않고 ‘하지 마’ ‘아파’ ‘싫어’ ‘그만해’라고 자신을 보호하는 표현을 하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와 교사의 노력도 필요

요즘 같은 새 학기에는 부모가 자녀에게 학교생활에 대해 자주 질문하고 경청하며, 자녀의 든든한 심리적 지지자가 되어 줘야 하는 시기다. 자녀가 속상했던 일을 이야기하면 그 감정에 공감해줌으로써 자녀가 언제든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허용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친구와 친해진 부모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자녀와 함께 친구에게 말을 거는 연습을 하고,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따라 대화를 잘하는 요령을 자세히 알려주는 것도 좋다. 아이가 친구에게 거절당했을 때 ‘괜찮아. 더 잘 맞는 친구를 찾아보면 돼’같이 편한 마음을 갖게 도와줘야 한다. 이때는 ‘친구랑 친하게 지내!’ 하기보다는 자녀의 성향을 이해하는 데 더 마음을 쏟고, 자녀가 어떤 친구를 편하게 느끼는지, 친구와 무엇을 하며 놀 때 즐거운지 알아가는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 친구 사귀는 방법과 요령, 대화법을 다룬 어린이책을 읽게 하거나 함께 읽으면서 실천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김윤나 소장은 “친한 친구가 없어 걱정된다고 해서 매일 ‘친구 사귀었어?’ ‘적극적으로 해야지!’ ‘친구가 안 좋아한다!’ 식의 염려되는 발언은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므로 하지 말아야 한다”며 “너무 걱정스러운 시선보다는 아이 스스로 자신의 기질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편하게 여기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으며, 에너지가 비슷한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자리를 먼저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정 교사는 “아이가 저학년이라면 친구와 체육, 미술 등 활동적인 체험을 같이할 수 있도록 돕거나 아이 친구 부모와 자녀를 동반해 만나는 등 친구와 친해지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며 “이때 부모가 억지로 아이들을 친하게 만들 수 없으며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향적인 성향을 지닌 자녀의 친구 관계가 걱정된다면 상담주간 등을 활용해 담임 선생님에게 먼저 자녀의 학교생활을 상담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담임 선생님이 학생 상담이나 관찰 결과를 토대로 자리 배치, 모둠 구성, 친구와 함께하는 활동 계획 등의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윤나 소장은 “실질적으로 많은 아이의 교우관계를 선생님께서 직접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내 아이의 사회성과 관련한 관찰과 더불어 친구 만들 기회를 부탁드릴 수 있다”며 “상담할 때는 ‘친구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요’ 식으로 큰 범위로 묻기보다는 구체적으로 물어볼수록 좋다”고 말했다.


실천 가능한 친구와의 대화법

친구와의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선 지키기, 물어보기, 싫다고 말하기라고 김정 교사는 말한다. 서로를 지키는 공간을 함부로 넘지 않아야 하고(경계선), 친구랑 하고 싶은 게 있을 때는 친구도 괜찮은지 물어봐야 하며(동의와 존중), 누가 자신을 함부로 대하거나 권리를 침해한다면 싫다(거절)고 말할 수 있어야 더 많은 친구와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김정 교사는 책 ‘배려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친구가 되고 싶어’에서 △경계선을 지키는 말로 “더 친해지면 하고 싶어.” “단짝이 되고 싶어. 넌 어때?” “문자는 나중에 다시 하자.” “그건 말하고 싶지 않아.” 등을 △동의와 존중을 말로 “이렇게 해도 될까?” “싫으면 편하게 말해 줘” “미안하지만 먼저 갈게.” “너는 어떻게 생각해?” “덕분에 재미있었어.” 등을 △거절의 말로는 “다음에 같이하자.” “글쎄, 잘 모르겠어.” “싫어! 하지 마!” “놀리지 마!” 등을 아이들이 익히면서 실천할 수 있는 대화 예시로 소개했다.

초등샘Z는 ‘다투지 않고 좋은 친구 만드는 다정한 대화법’ 책에서 학교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20가지로 나눠 실질적이 대화 요령을 제안했다. “우리 같이 놀래?”(같이 놀고 싶을 때), “괜찮아. 너무 속상해하지 마.”(위로할 때), “정말 미안해.”(사과할 때),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설득할 때), “부탁해도 될까? 도와줘.”(도움이 필요할 때), “미안하지만 안 될 것 같아.”(거절할 때), “멋지다. 너 정말 최고야!”(칭찬할 때), “그러지 마!”(친구가 나쁜 말이나 행동을 할 때), “그런 뜻이 아니었어.”(오해받을 때), “해도 될까?”(허락을 구할 때) 등이다.

김윤나 소장은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말해줄래?”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네가 선택할 수 있어. 네 의견은 어때?” 등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는 대화 예시 외에 친구 사이에 독이 되는 표현이 있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상처 주는 말 하는 친구에게 똑똑하게 말하는 법’ 책에서 “야! 너는 하나도 안 도와주냐?”(비난), “짝꿍보다 진짜 못했다!”(비교), “너 모르잖아!”(무시), “내 말대로 해!”(강요), “내가 언제?”(모른 척하기) 등의 다섯 사례를 관계에 독이 되는 표현의 예시로 들면서 되도록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