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의료계의 의대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을 오늘(16일) 오후 5시경 내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법원이 의료계의 의대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을 오늘(16일) 오후 5시경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의대증원이 최종 확정될 수도 있지만 정부의 정책에 제동을 거는 결과도 나올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현재 주1회 휴진으로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고 있는 의대교수들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진료 정상화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원이 의대 증원에 제동을 걸더라도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그 여파로 내년에는 무려 2900명의 의사 공백이 불가피해 보인다.

2천명 증원 근거 자료 검토 후 의대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여부 판단

법조계와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의대교수, 의대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을 이날 오후 4시쯤 판단한다.

법원이 각하(소송 요건 되지 않음)나 기각(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음) 결정을 하면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각 시 각 대학은 이달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으로부터 대학 입학 전형 시행 계획(대입 계획) 최종 심사를 받은 뒤, 모집 요강 공고를 거쳐 7월 초 재외국민 전형, 9월 초 수시 전형 접수를 시작한다. 이달 말 모집 요강이 수험생들에게 공고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현실적으로 되돌릴 수 없다.

반면, 인용(증원 효력 정지)하면 정부의 내년도 의대 증원 계획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되고 입시 일정이 줄줄이 밀리며 대혼란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용 결정이 나오면 정부가 대법원에 재항고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학별 정원 확정 때까지 대법원이 결정을 내리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재항고를 하면 고등법원이 적절한지 심사한 뒤 관련 서류를 대법원으로 옮기고 재판부를 배당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한데, 보름 사이 새로운 결정이 내려지긴 쉽지 않다.

이 경우 정부는 의대 증원을 포함하지 않은 대입 계획을 먼저 발표하고, 대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리면 의대 입시안을 다시 내놓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교육법은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거나, 대학 구조 개혁을 위한 정원 조정이 있는 경우'에는 대입 계획이 공표된 이후에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재판부는 정부에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법령상 어떤 절차를 거쳐 언제 최종 확정되는지, 증원 규모 2천명은 어떻게 도출했는지 등 의대 증원 근거 자료 제출을 정부에 요청했고, 정부는 지난 10일 49건의 증거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동안 2천명 증원의 과학적인 근거라고 했던 연구 보고서 3건과 각계가 참여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 대한의사협회(의협)과의 의료현안협의체 관련 보도자료, 교육부의 정원 배정심사위원회 회의 결과 자료 등을 냈다.

제출 자료 중에는 '3천명 증원'을 제안한 대한종합병원협의회의 의견 자료, 의사들의 평균 연봉이 3억100만원에 달한다는 내용이 담긴 '의사 인력 임금 추이' 통계 등도 포함됐다.

정부의 자료 제출 후에는 이들 자료를 증원 논의의 근거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공방이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이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2천명 의대 증원을 위한 충분한 논의가 있었으며 사회 각계가 참여한 보정심에서 참석 위원 23명 중 19명이 증원에 찬성했다고 강조했지만, 의사단체 등은 보정심 회의는 '거수기'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며 2천명 증원이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결정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대교수 "효력정지시 진료 정상화.. 기각되면 근무시간 재조정"

전공의 복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 내년 2900명 공백 불가피

이날 법원의 결정은 2월 말 이후 석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과 의료 공백 상황의 결정적인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과대학 교수들이 의료계의 의대증원 효력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을 앞두고 기각·각하되면 근무시간 재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15일 온라인으로 임시총회를 연 뒤 보도자료를 통해 "법원이 증원 효력정지를 인용할 경우 결정을 존중해 진료의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며 "반면 각하나 기각이 될 경우 장기화될 비상 진료시스템에서의 '근무시간 재조정'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상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전의비는 "각 대학별로 의대 정원 증원 배분에 대한 경과와 절차를 파악한 결과 인력, 비용, 시설 등에 대한 고려 및 정확한 실사 없이 무분별하게 배정된 사실이 재확인됐다"며 "이에 따라 정부의 증원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인 예산 투입 방안도 마련하지 않고 심층적인 현장 실사도 없이 정원 배정이 이뤄진 것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법원의 판결 이후 대학별로 공개할 예정이다"고 했다.

전의비는 "정부는 지금이라도 근거가 없는 2000명 증원 절차를 중지하고 의료계와 함께 의대 증원을 비롯한 전반적인 의료개혁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 한국 의료가 파탄에 빠지지 않도록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도록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용 결정이 나더라도 이탈 중인 전공의들이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전공의들을 비롯한 의료계는 증원 유예가 아니라, 정부의 증원 계획 전체의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부터 병원을 떠난 전공의(과별로 3~4년 레지던트)들이 오는 20일 전후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전문의 수련 규정에 따라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된다. 2026년 2월이 돼야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 전문의 2900명 가량이 배출되지 못한다. 전문의 배출 시점이 뒤로 밀리면 군의관, 공보의 배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이 낮아 의료체계가 급속히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 10명 중 7명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필요"

의대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정지 여부에 관한 법원 판단을 앞두고 국민 70% 이상이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설문 결과를 정부가 공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4∼1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 증원 방안 관련 국민인식조사' 결과(신뢰수준 95% 최대 허용 표집오차 ±3.1%p)를 16일 공개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정원 2천명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자는 72.4%(매우 필요하다 26.1% + 필요한 편이다 46.3%)에 달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 이상에서 '필요하다'는 응답이 78.2%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50대(72.1%), 40대(70.1%), 20대(68.3%), 30대(67.8%) 등의 순이었다.

이념성향으로는 보수에서 '필요하다'는 응답이 82.1%로 가장 높았고, 중도(70.9%), 진보(68.3%)에서도 70% 가까이 증원 필요성에 찬성했다.

의대 교수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8.7%를 차지했다. 교수 집단행동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모든 연령대에서 70% 이상을 웃돌았는데, 60대 이상에서는 84.8%로 특히 높았다.

정부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1.8%나 됐다. 의료계의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7.8%, '동의한다'는 응답이 36.7%였다.

집단으로 사직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면허정지 처분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55.7%에 달했다.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에 동의한 응답률은 20대(68.3%)에서 가장 높았다. 30대(55.7%)와 40대(54.2%). 60대(55.4%)에서는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고, 50대(47.2%)는 절반을 밑돌았다.

'면허정지 처분을 중지하고 대화를 통해 설득해 나가야 한다'는 응답은 38.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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