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는 운영이 종료된 방통심의위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 사진=박재령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신속심의 절차를 통해 중징계를 내린 방송 중 90%가 공정성 혹은 객관성 조항을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속심의 안건의 대다수를 차지한 정부·여당 비판 보도가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공정성·객관성 심의 위주로 중징계를 받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실이 방심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임기를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방심위가 신속심의 절차를 통해 심의한 안건은 23건이다. 사례들을 미디어오늘이 분석한 결과 23건 중 12건이 중징계 ‘법정제재’를 받았는데 이 중 11건에 공정성 혹은 객관성 기준 위반이 적용됐다.

이는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 징계 흐름과 유사하다. 22대 총선 선방심의위가 의결한 30건의 법정제재 중 28건이 공정성·객관성 심의였다. 공정성·객관성 조항은 기준이 모호해 심의가 줄던 추세였지만 윤석열 정부 시기에 꾸려진 방심위와 선방심의위가 역행하는 모습이다.

공정성·객관성 기준 위반이 적용된 방송은 대부분 정부·여당 비판 보도였다. △후쿠시마 오염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록 △윤석열 대통령 조롱 △‘바이든-날리면’ 논란 △김건희 여사 모녀 23억 원 수익 등에 공정성 혹은 객관성 위반이 적용됐다.

정부 비판 보도 18건 중 14건은 국민의힘과 보수성향 시민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에서 낸 민원으로 알려졌다. 또 신속심의 안건 23건 중 18건이 MBC로 약 80%를 차지해 특정 방송사에 몰렸다는 점도 특징이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합뉴스

신속심의를 하기 위해선 ‘위원장 단독’ 혹은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제의가 필요하다. 현재 방심위는 여야 6대2로 구성돼 있고 위원장 역시 윤석열 대통령 추천 류희림 위원장이라 사실상 여권 추천 위원만 신속심의 안건 부의가 가능하다. 실제로 23건의 사례 모두 여권 추천 위원들이 신속심의를 요구해 의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본래 방심위에서 신속심의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대형 참사 피해자나 범죄 관련 인권보호 등 사회적으로 긴급한 의결이 요구되는 상황에만 한시적으로 신속심의가 적용됐다. 류 위원장 취임 직전인 5기 방심위는 이태원 참사 관련 방송이 대상이었고, 그 이전에는 세월호 참사 등 4건이 전부였다. 하지만 류희림 체제 방심위가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현재는 운영 종료)를 설립하고 신속심의를 상설화해 횟수 자체가 이전보다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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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추천 위원들은 신속심의에 안건을 올려놓고도 ‘문제없음’ 의결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연한 KBS라디오 ‘주진우라이브’(2023년 9월22일) △강성희 진보당 의원의 ‘입틀막’ 퇴장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2024년 1월18일, 1월19일) △윤 대통령의 서천시장 방문을 다룬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2024년 1월25일) 등은 여권 추천 위원 제의로 신속심의에 올랐지만 ‘문제없음’ 의결이 나왔다. 류희림, 황성욱 위원 등은 자신이 신속심의로 올린 안건에 스스로 ‘문제없음’ 의결했다.

방심위는 지난 17일 신속심의 절차와 관련해 “신속심의 필요성은 국회 및 감사원 등 관계기관에서 심의 지연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해 요구돼 왔던 사안”이라며 “신속심의 횟수가 급증한 건 2023년 하반기 신속심의 절차가 수립 이후 신속심의 절차가 제도적으로 안정돼 올해부터 상시심의로 본격 전환해 일반 국민 및 단체들이 신고에 적극 참여한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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