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 위원별 법정제재 의결내역. 그래픽=이우림 기자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역대 최다 중징계를 의결했습니다. 구성 때부터 편파·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 선방심의위는 정부 비판적 방송에 집중 심의하고 선거와 무관한 안건까지 과잉심의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기획연재를 통해 선방심의위의 문제를 진단하고 제도적 해법을 모색합니다. <편집자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들을 위촉한 모습.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백선기·권재홍·손형기·최철호·김문환. 역대 최다 중징계를 기록한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는 위원 5인이 주도했다. 9명으로 구성되는 선방심의위 특성상 5인이 법정제재 의견을 내면 과반으로 확정되는 구조다.

미디어오늘이 22대 총선 선방심의위가 19차 회의 동안 의결한 법정제재 30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백선기 29건 △손형기 29건 △최철호 29건 △권재홍 28건 △박애성 21건 △김문환(10차 회의부터 활동) 17건 △임정열 16건 △이미나 10건 △최창근(7차 회의까지 활동) 8건 △심재흔 2건 순으로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특정 위원들이 90%에 가까운 법정제재에 참여했다. 백선기, 손형기, 최철호 위원은 30건의 법정제재 중 29건에 참여했고 권재홍 위원은 28건에 참여했다. 김문환 위원 역시 본인이 참석한 회의(10차 회의 이후)에서 의결된 18건의 법정제재 중 17건에 참여했다. 권재홍 위원이 17차 회의 의결(김건희 여사 관련 MBC ‘스트레이트’ 방송)에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걸 고려하면 백선기·권재홍·손형기·최철호·김문환 위원 5인이 1건을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법정제재에 참여한 셈이다.

법정제재가 의결된 안건 중 이들이 유일하게 법정제재 의견을 내지 않은 방송은 정정보도가 나온 공영운 후보 관련 4월2일자 채널A ‘뉴스A’ 보도다. 백선기 위원장을 제외한 권재홍·손형기·최철호·김문환 위원은 해당 보도에 ‘행정지도’ 의견을 내면서 보도가 선거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채널A가 성의 있는 후속 조치를 보였다는 점 등을 들어 중징계 의견을 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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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총선 선방심의위 법정제재 내역. 그래픽=안헤나 기자

특정 5인이 아니었다면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역대 최다 및 최고 수위 징계를 기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특정 위원 5인은 법정제재 의결을 내면서도 역대 두 번밖에 없었던 최고 수위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를 거듭 주장해 전체적인 징계 수위를 높였다. 이들 5인만의 합의로 의결된 법정제재는 6건이며 그중 ‘관계자 징계’는 2건이다.

위원 5인이 ‘관계자 징계’를 주장하는 동시에 다른 위원 4인은 ‘행정지도’ 의견을 내는 등 심의가 극단으로 엇갈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22대 총선 선방심의위원으로 활동한 심재흔 세종대 교양학부 겸임교수는 통화에서 “몇몇 분은 거의 무조건 법정제재였다”며 “개인적으로는 한 2~3차 회의서부터 몇몇 분들이 위원회 의결을 법정제재쪽으로 바람몰이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4월29일 선거방송심의위원 고발 기자회견을 개최 중인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사진=미디어오늘.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이호찬 언론노조 MBC 본부장, 김중호 언론노조 CBS 지부장, 고한석 언론노조 YTN 지부장은 지난달 29일 백선기·권재홍·손형기·최철호·김문환 위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선방심의위의 정치, 표적 심의가 정상적인 언론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이들을 법의 심판대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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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5인 위원은 어떻게 선방심의위원이 됐을까. 선거 시기에 일시적으로 구성되는 선방심의위는 대한변호사협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교섭단체 정당이 위원을 추천하고 이외의 단체는 방심위 논의를 거쳐 학계, 시민단체, 언론인단체 등에서 위원을 추천해 구성된다. 백선기·권재홍·손형기·최철호·김문환 5인 위원 중 다수는 그간 위원 추천 몫을 가지지 않았던 비교적 생소한 단체에서 추천돼 활동했다.

손형기 위원은 TV조선(방송사 몫) 추천이다. 이전 기수 선방심의위는 한국방송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등에서 방송사 몫의 위원을 추천했지만 22대 총선 선방심의위에선 처음으로 협회가 아닌 TV조선이 추천권을 가졌다.

권재홍 위원을 추천한 공정언론국민연대(시민단체 몫)도 22대 총선 선방심의위에서 처음 추천권을 가졌다. 김문환 위원을 추천한 한국방송기자클럽(언론인단체 몫)은 25번의 선방심의위 사례 중 추천권을 가졌던 적이 3회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방송기자클럽은 비교적 온건 성향의 최창근 위원이 중도 사퇴하자 보궐로 강경한 입장의 김문환 위원을 추천했다. 김 위원이 오기 전엔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을 제외한 다수 방송 심의에서 법정제재 의견이 과반을 넘지 못했지만 김 위원이 오면서 CBS ‘김현정의 뉴스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cpbc(평화방송) ‘김혜영의 뉴스공감’ 등의 다양한 방송에 법정제재가 의결됐다.

최창근 위원은 당시 미디어오늘에 한국방송기자클럽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서 중도 사퇴하는 것이라 해명했고 김문환 위원은 “선방심의위원 추천 권한은 회장 권한”이라며 “추천받은 것이기 때문에 어떤 과정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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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대 총선 선방심의위 법정제재 내역. 클릭하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통상 선방심의위 추천단체는 여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상임위원이 협의해 정한다. 22대 총선 선방심의위가 출범서부터 ‘편파구성’ 논란을 일으켰던 이유는 이전과 달리 추천단체를 여권 상임위원 2인(류희림·황성욱)만의 협의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권 상임위원(이광복)을 해촉한 후 보궐을 임명하지 않아 방심위 상임위원은 여야 2대0으로 구성돼 있다.

김준희 전국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미디어오늘에 “기존 선방심의위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적이 없다.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한 선방위 구성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며 “법률 취지에 따라 대표성 있는 단체들이 추천해온 관례를 깨뜨리면서 추천단체를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이 선방심의위 사태의 시작이었다. 결국 류희림 위원장의 의도대로 선방심의위가 운영되었다고 본다”고 했다.

5인 위원 중에선 ‘이해충돌’ 논란도 있었다. 방심위 추천인 백선기 위원장은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지도교수이며 국민의힘 추천 최철호 위원은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전 대표다. 권재홍 위원(공언련 추천)도 현 공언련 이사장이다. 선방심의위 민원 다수는 국민의힘과 공언련이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 TV조선 사옥.

5인 위원 다수는 방송사 재직 경험이 있다. 최철호 위원은 전직 KBS PD, 권재홍 위원은 전직 MBC 앵커, 김문환 위원은 전직 SBS 기자, 손형기 위원은 전직 TV조선 시사제작에디터다. 백선기 위원장은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다. 또 권재홍 위원은 TV조선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 이미나 위원은 TV조선 관련 자문 경험으로 TV조선 안건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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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진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명예교수는 통화에서 “심의 전문성에 의심이 든다. 방송사 재직했던 위원들 말하는 걸 보면 우리는 완벽한데 제작진은 미흡하다는 ‘무오류의 신화’에 빠진 것 같다”며 “우리 판단은 무오류기 때문에 제작진이 혼나야 한다는 것이다. 경력상 제작 현장보다는 관리, 경영 쪽에 가까운 사람들이라 (제작진을) 규제하거나 누르려는 것에 익숙한 태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원 교수는 “학계에서 공정성 심의는 굉장히 오랫동안 논란이 된 부분인데 학자 출신 위원들도 이에 대한 논의를 거의 하지 않았다. 관련 연구를 소개하거나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위원들이 자신들의 결정으로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정확한 그림을 못 그린 것 같다. ‘관계자 징계’는 인사고과 불이익 등 한 사람의 미래가 망가질 수도 있는 것이고 징계고 법정제재 자체도 재승인·재허가에 반영돼 한 방송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심의위원들이 그 무게를 알고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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