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의대 선발규모는 전년 대비 1509명 증원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2025학년도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모집인원을 정하지 못했던 차의과대가 증원 받은 정원을 모두 뽑기로 하면서 내년도 의대 선발규모는 전년 대비 1509명 증원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 의대 총 모집인원은 4567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며 향후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탈 전공의들의 수련 기간 산정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등 유화책을 내거는 동시에 행정처분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며 복귀를 촉구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또,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대해 휴학계를 제출하거나 수업을 거부한 의대생이 전체의 약 99%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집단유급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24일 대교협서 의대 증원 심의.. 이달 30일 모집요강 공개

이날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이 2025학년도 모집인원을 전년 대비 40명 증원한 80명으로 최종 결정함에 따라 내년도 의대 선발규모는 전년 대비 1509명 증원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의료계에선 아직 사법부 판단이 남아 있다는 입장이 나오지만 교육부와 대학들은 의대 선발 규모를 정하는 행정 절차는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오는 24일 대입전형위원회를 열고 의대 증원이 반영된 각 대학의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심의하게 된다.

심의 결과는 30일 공개되며 시행계획에는 수시·정시 비율,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 등이 포함된다. 심사 결과는 각 대학에게 통보되며, 대학들은 31일까지 무조건 수시 모집요강을 공표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5월 말 예정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학칙 개정 절차가 원래대로 마무리돼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의대 정원 문제는 증원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고3 학생, N수생, 학부모의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별로) 모집 요강이 공고되는 5월 31일 이후에는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이 곤란하다"며 "2025학년도 1천500명 (내외의) 증원이 확정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공의 미복귀시 내년 전문의 3천여명 공백.. 군의관 보건소 취약 의료 체계 붕괴

지난주 법원이 의대 증원·배정을 멈춰 달라는 의료계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각하·기각 결정을 내린데 이어 교육부도 이달 중 2025학년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문제는 여전히 대다수의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병원과 학교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서울 시내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의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지난 2월 19일부터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다음 날부터 병원을 이탈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전공의는 수련 기간에 공백이 발생하면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추가 수련을 해야 한다. 추가로 수련해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그해 수련을 수료하지 못해 매년 초에 있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을 앞둔 3·4년 차 레지던트는 총 2910명이다. 즉, 현재 상태가 지속되면 약 3천명의 전공의들이 내년이 아닌 2026년이 돼야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의 배출 시점이 밀리기 시작하면 군의관, 공보의 배출에 차질이 빚어져 취약 지역 의료 시스템 붕괴가 불가피하다.

이들 가운데 산부인과나 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 레지던트도 1385명으로 전체 대상 인원의 48%에 달한다. 필수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는데도 차질이 예상되는 이유다.

또한, 신입 전공의 1년차인 인턴들도 대부분 수련병원에 등록하지 않은 상태인 것도 문제다. 의대생은 졸업 후 전문의 수련 과정이 있는 대학병원 등에서 인턴(1년)과 레지던트(3~4년) 과정을 거치는데 올해 인턴 대상자 3068명 중 131명(4.3%)만 등록을 마쳐 나머지 2900여 명은 내년 레지던트 지원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적어도 향후 2~3년 동안은 레지던트 공백 상태가 생길 수 있다.

정부, 회유책 제시 "휴가 사유 소명하면 수련 기간 인정".. 의협 "복귀 전혀 없을 것"

이에 정부는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이탈 기간이 3개월을 넘겼더라도 일부를 휴가나 병가로 소명한다면 수련 기간으로 인정해주겠다는 회유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탈 기간 일부가 휴가나 병가 등으로 처리되면 실질적인 공백이 3개월을 넘지 않으므로 내년도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중대본 1차장)은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수련병원에 소명함으로써 추가 수련기간이 일부 조정될 여지는 있다"며 "개개인의 진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병원으로 조속히 돌아와 수련에 임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전공의들이 신속하게 돌아오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을 재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수련 기간의 유연한 산정과 행정처분 재개라는 두 가지 카드를 동시에 내세워 전공의들을 압박하는 셈이다.

전날 대통령실은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이행 여부와 관련해 "개별적인 사유 소명에 따라 개인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전공의 행정처분은 이런 시점(이탈 3개월)을 전후로 한 전공의들의 행동 변화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는 처분의 시점, 수위, 방식 등에 대해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소모적 소송전과 여론전을 접고,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 의료 시스템 개혁을 위한 대안 논의에 함께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1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오늘이 지나야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있지만, 복귀한 전공의가 아주 극소수에 그친다고 파악하고 있다"며 "전공의들이 합리적 이성에 근거해서 판단하고, 복귀에 용기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전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고연차 전공의들 복귀 가능성에 대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전공의들이 복귀할 경우 정부가 추가 구제책을 마련해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불법으로 근무지를 이탈해 있는데 정부가 먼저 (구제 관련) 대책을 말하는 건 순서에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의대생 98.7% 휴학계 제출 또는 수업 거부 중.. 정부, 휴학 불허에 집단 유급 우려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지속되는 것도 문제다.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등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대해 휴학계를 제출하거나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은 전체의 99%에 육박하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이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휴학계 제출 및 수업 거부 현황과 인식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의대협에 따르면 의대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을 합한 인원은 1만8348명이며, 이 중 80%에 해당하는 1만4676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조사에선 이달 13일 기준 휴학계를 제출하거나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98.73%로 나타났다.

설문 응답자 중 98.81%는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전면백지화 이후 원점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매우 반대'하는 비율도 80.39%로 역시 높았다.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장기화되면서 대학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부가 이들의 휴학을 받아주지 말 것을 요구함에 따라 상당수 의대생들이 집단 유급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계절학기 수강 가능 학점을 늘리고 1학기 유급 특례를 제정하는 등 집단유급 방지를 위한 학사운영 방안을 내놨지만, 대부분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어서 수업거부에 따른 집단유급 가능성을 줄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 없이 돌아오라는 요청만 반복하고 있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20일 의대생들을 향해 "수업 거부로 증원 정책을 철회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고 못박았다.

구 대변인은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를 하는 목적은 의대 증원에 따라 의학 교육이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며 "수업 거부를 안 해도 (정부가) 얼마든지 좋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수업 거부를 통해 (의대생들이) 달성하려 했던 목표가 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장기화되면 대학 신입생이라 휴학이 불가하고 유급이나 진급이냐 기로에 놓인 새내기 예과 1학년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구 대변인은 "(예과 1학년이) 유급 되면 증원 신입생들 4500명에 유급 1학년 3000여명을 합치면 7500명이 1학년에서 수업 듣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6년 간 (이런 상태로) 수업을 계속 들어야 하고 인턴, 레지던트 (선발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나아가 교육부는 휴학을 승인할 계획도 없으며 국가고시 연기 등 다양한 구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구 대변인은 '특혜' 논란에 대해선 "(집단행동에) 비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도 있고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며 "가급적 학생들이 불이익을 보지 않게 최대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의대생) 본인이 의사가 되는 어떤 직업 선택의 자유, 개인의 자유 측면도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매년 일정 정도 이상의 의료 인력을 양성해내야 되는 책임도 있다"며 "법의 테두리 내에서 다양한 방안을 통해서 유급을 감수할 때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대학들에서는 정부가 휴학 승인 기준과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껏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아니라는 교육부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요건을 갖춘 휴학계도 승인하지 않았지만, 수업에 복귀해도 진급이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학생들을 보호하려면 휴학을 승인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의과대학 교수는 "의대 교육에서 3개월이 없어지면 교육을 어떻게든 다시 해야 한다. 어차피 지금 돌아와서 3개월 알아서 (공부)하라고 하면 100% 유급당한다"라며 "배운 것으로 처리해서 올라(진급)가는 것도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집단유급이 현실화한다면 법정 다툼이 펼쳐질 수 있다. 특히, 정부의 동맹휴학 불승인 방침이 '법률적 후유증을 크게 남길 수 있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수도권 국립대 관계자는 "군휴학이나 출산휴학은 사유가 있는 휴학이지만 '일반휴학'은 사실 사유가 필요없다"라며 "그런데도 휴학을 승인하지 않아 유급이 되면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이어 "교육부는 '학생들이 휴학계를 낸 진짜 이유가 스트라이크(파업)를 하겠다는 것이지 정말 휴학을 원하는 게 아니니까 (휴학) 사유가 아니다'라고 하는데, 법정으로 간다면 그걸 어떻게 입증할 것이냐"라고 반문하며 "교육부가 용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