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동대문경찰서가 브리핑을 열고 필로폰 등 마약을 국내에 유통한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증거품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전국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를 분석한 결과,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 4년 연속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잔류 마약류 검출량을 토대로 추산해보면, 5만2000명이 매일 필로폰을 투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9일 ‘하수역학 기반 불법마약류 사용행태’에 대한 지난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오정은 부산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하수역학 연구팀은 2020년부터 연구용역으로 4년째 조사를 수행 중이다. 하수 역학이란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분석하고, 인구 대비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하는 것을 말한다. 수사·단속기관의 적발 외에도 실제 사용되는 마약류 종류 등을 파악할 수 있어 호주·유럽연합(EU) 등에서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조사 방법이라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전국 대표 하수처리장에서 분기마다 시료를 채집해 필로폰·암페타민·엑스터시(MDMA)·코카인의 검출량을 조사해왔다.

연구 결과, 필로폰은 2020~2023년까지 4년 연속으로 조사한 하수처리장 34곳에서 빠짐없이 나왔다. 1000명당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사용 추정량)은 2020년 24.16㎎에서 지난해 14.40㎎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긴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필로폰 1회 투약량(20㎎)을 고려했을 때 1000명 중 한 명이 필로폰을 매일 투약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라며 “단순 계산하면 한국 인구 5200만 명 중 5만2000명이 매일 필로폰을 투약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필로폰 검출은 줄었지만 코카인은 되레 늘었다. 코카인은 지난해 조사대상이었던 하수처리장 57곳 가운데 6곳(서울·경기·대구·부산·전북·세종)에서 검출됐는데, 세종 지역 하수처리장(15.46㎎)에서 코카인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 평균 사용 추정량은 2020년 0.37㎎에서 지난해 1.43㎎으로 증가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코카인 사용 추정량은 미국·호주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으로 사용이 확산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호주는 2022년 기준 코카인 사용 추정량이 각각 1800㎎과 610㎎에 이른다.

4년간(2020~2023년) 시도별 주요 마약류 검출 여부. 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지역별로 일일 사용 추정량을 살펴보면, 필로폰은 경기 시화와 인천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암페타민은 충북 청주와 광주광역시, 엑스터시(MDMA)는 경기 시화와 전남 목포, 코카인은 서울 난지·세종이 사용 추정량이 많았다. 서울·인천·경기·세종·전북·대구·부산에선 지난 4년간 주요 마약류 4종(필로폰·암페타민·엑스터시·코카인)이 모두 검출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하수에 마약을 누군가 버린 것일 수도 있고 강수량과 유동 인구 등을 따졌을 때 지역별 추정량은 트렌드를 보여주는 것일 뿐 특정 지역이 우범지역이라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화는 외국인이 많은 시화공단이 있어 추정량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지역은 예방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약류 중독자를 치료하는 인천참사랑병원의 천영훈 원장은 “국내 유통되는 마약류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이 우려된다”며 “마약류 중독 확산의 위험성과 사회적 손실을 고려할 때 하루빨리 국가적 차원에서의 예방·교육 및 치료와 재활을 위한 인프라 확충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향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장은 “국내 마약류 사용행태는 더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층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상자별 적절한 교육내용과 방식을 충분히 검토해 국내 실정에 맞는 교육방식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규한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은 “한국도 마약류 불법 사용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관세청·경찰청 등 수사기관 등과 협업해 해외 불법 마약류의 유입차단 및 국내 유통을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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