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새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30일 “새로운 각오로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해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반드시 찾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위기에 휩싸여 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저하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전날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마저 임금교섭 파행 끝에 파업을 선언했다.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경영진의 노력과 “정당한 보상을 달라”는 노조 요구가 부딪히는 상황. 일각에서는 ‘노조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업무 지장을 최소화하며 온건한 캠페인을 펼쳐 온 전삼노를, 실현 가능성도 ‘공장 셧다운’까지 거론하며 탓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전영현 부회장은 이날 사내 게시판에 올린 취임사에서 “현재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저를 비롯한 DS 경영진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메모리 수요 위축으로 지난해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인공지능(AI) 필수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경쟁사에게 뒤쳐졌다. ‘큰손’ 엔비디아와의 거래선을 오랫동안 뚫지 못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 사이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다. 조합원 2만8000명을 보유한 전삼노는 지난해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한 DS 직원들이 주축이다. 반면 지난해 실적을 선방한 DX부문(스마트폰·TV)은 40~50%의 성과급을 지급받았으며, 상대적으로 불만도가 낮다. DX 부문 위주의 ‘초기업노조’에서는 오히려 전삼노를 향해 “삼성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는 날선 반응이 나왔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사업부장 이후 7년 만에 다시 DS로 돌아왔다. 그 사이 사업 환경도, 회사도 많이 달라졌다”며 “무엇보다 반도체 사업이 과거와 비교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AI 시대”라며 “방향을 제대로 잡고 대응한다면 반도체 사업의 다시 없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독려했다.

이 와중에 전삼노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파업으로 인한 ‘팹(반도체 공장) 셧다운’ 시나리오까지 거론한다. 그러나 임금교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파업을 선언한다”고 했을 뿐, 물리적인 충돌은 노조도 최대한 회피하려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달 전삼노 관계자는 파업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진심으로 삼성의 파업을 원하느냐. 반도체 공장이 하루 선다면 그 타격은 노조와 국민 모두가 입는다”라며 “최대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이번 파업 계획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연차 캠페인’에 더 가깝다. 노조가 연차 지침을 내린 6월 7일은 현충일(6일)과 토요일 사이에 낀 징검다리 휴일이다. 노조와 무관한 직원들도 다수 연차를 계획하고 있어 애초에 출근자가 적은 날짜다.

아울러 전삼노는 지난달 화성사업장에서 벌인 첫 집회도 점심시간을 활용했으며 지난 24일 문화행사도 출근율이 낮은 패밀리데이(금요휴무제)를 활용해 업무 방해를 최소화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상적인 의미의 파업은 조업을 거부하고 회사에 타격을 주는 것인데 자기가 갖고 있는 (법으로) 보장된 연차를 쓰겠다는 것인만큼 연가투쟁에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들어가지도 않은 노조를 향한 ‘이기주의’, ‘몽니’ 비난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원이 아닌 한 직원은 경향신문에 “D램, HBM에서의 경쟁력 악화는 전임 경영진에서부터 내려오는 문제”라며 “노조 때문에 위기가 아니라 원래 위기였다”고 말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전날 “회사는 지난 10년간 계속 위기라고 해왔다”라며 “위기라는 이유만으로 노동자가 핍박받아선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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