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근처에서 발견된 물떼새 알. 이홍근 기자

전문들가이 세종보를 재가동할 경우 금강에 터를 잡은 멸종위기 민물고기와 수달이 모두 폐사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한국 민물고기 보존협회와 한국수달 네트워크, 보 철거를 위한 금강 낙동강 영산강 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는 30일 오전 11시 세종보 상류 천막농성장에서 세종보 담수 반대 전문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보 개방 이후 금강은 자연성을 회복하고 있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국가보호어류자원이자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는 금강 본류 전역에서 서식하고 있다”면서 “보를 재가동하면 이들이 모두 죽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 민물고기 보존협회 낙동강지부장이자 ‘한국의 민물고기’ 저자인 채병수 박사는 담수가 시작되면 흰수마자와 미호종개 모두 집을 잃어 폐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흰수마자와 미호종개는 모두 모래에서 서식하는데, 물을 가두면 진흙이 쌓여 이들이 살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채 박사는 “(세종보 자연화로) 물을 빼면서 모래가 퇴적되고, 여울이 생기면서 물고기가 돌아왔는데, 물을 담아버리면 모두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30일 한국 민물고기 보존협회와 한국수달 네트워크, 보 철거를 위한 금강 낙동강 영산강 시민행동 등 단체들이 세종보 담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단체 제공

채 박사는 모래무지, 밀어, 돌마자, 눈동자개, 갈문망둑 등의 어류도 깨끗한 모랫바닥이나 잔자갈이 깔린 곳에서 사는 터라 담수가 시작되면 연이어 사라지게 될 것이라 봤다. 그는 “어류의 먹이가 되는 수서곤충의 유충, 구조료 등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쳐 먹이의 양이나 종류가 변해, 전체 어류군집의 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민물고기 보존협회 회장 이완옥 박사도 “담수가 되면 1차로 유속이 없어지고, 2차로 수심이 깊어져서 미호종개와 흰수마자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면서 “그 자리를 배스와 블루길, 강준치, 잉어, 붕어가 대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호종과 멸종위기종이 많이 사는 수생태계가 건강한 생태계”라고 설명했다.

단체는 과거 세종보가 가동됐을 당시 강바닥이 오염된 펄로 가득 찼으며, 4급수에 사는 실지렁이와 깔따구 유충,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단체는 “물고기들은 알을 낳을 곳이 없어지고, 새들도 둥지를 틀 곳이 없어졌으며, 수질도 점점 나빠지고 사람과 강은 단절됐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2018년부터 수문을 완전히 연 상태로 유지되고 있던 세종보를 다시 가동하기 위해 가물막이 공사를 하고 있다. 당초 이달 중으로 보를 재가동할 예정이었지만 공사가 지연되면서 다음 달쯤 담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단체들은 지난달 30일부터 환경부의 세종보 담수 추진에 항의하며 천막 농성을 시작한 상태다.

세종보 근방에서 발견된 고라니 발자국. 이홍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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