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오른쪽). 경향신문 자료사진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에 관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측이 내놓은 해명의 진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 전 장관 측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항명 수사 지시는 무관하다며 내놓은 해명과 이 전 장관의 통화내역 사이에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나타나서다. 이 전 장관이 국방부 검찰단장과 통화한 시간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및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시간대가 겹친다.

3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박진희 당시 국방장관 군사보좌관은 지난해 8월2일 이 전 장관과 함께 출장 간 우즈베키스탄에서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과 오후 12시5분23초에 전화 통화(국제발신)를 했다. 이 통화는 2분35초 뒤인 12시7분58초에 끝났다. 이 전 장관은 이 전화 통화가 박 전 보좌관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이 김 검찰단장과 통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보좌관이 검찰단장에게 연락할 일이 없고, 통상 군사보좌관의 전화를 장관이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통화내역을 두고 “이 전 장관이 직접 김 검찰단장에게 박 대령에 대한 항명사건 수사를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전 장관이 김 검찰단장과 통화했다고 주장하는 시간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및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시간과 겹친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 개인 휴대전화에서 파악된 지난해 8월2일자 통화내역을 보면 그는 오후 12시4분37초에 김 사령관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이 통화는 12시7분43초에 끝났다. 이 전 장관은 이 통화 직후인 오후 12시7분44초에 윤 대통령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데 오후 12시11분49초까지 4분가량 지속된다.

박 대령 측은 이를 두고 김 검찰단장에게 직접 항명 수사를 지시했다는 이 전 장관 측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양쪽에서 전화가 걸려온 상황에서 김 검찰단장에게 항명 수사를 지시한 것이 된다.

이 전 장관의 개인 휴대전화 통화내역에서 김 검찰단장과의 통화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김 검찰단장과의 통화는 박 전 보좌관의 통화내역에서만 나온다. 두 사람은 8월에만 최소 5차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8월2일 외에도 이 전 장관이 출장에서 복귀한 8월3일 오후 1시36분, 오후 1시48분에 통화했다. 8월9일에도 오후 4시38분, 오후 4시43분에 통화했다. 8월9일은 이 전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초동수사기록을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날이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김 검찰단장과 통화했다고 밝힌 시간이 김 사령관 및 윤 대통령과의 통화 시간이 겹친다’는 지적에 “김 사령관과의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김 검찰단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을 뿐, 김 사령관이 이 전 장관 개인 휴대전화로 건 전화는 통화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장관은 그 무렵 김 사령관과 통화한 기억이 없다고 한다”며 “통상 군사보좌관의 휴대전화로 장관이 통화하기도 한다”고 했다.

김 검찰단장은 ‘지난해 8월2일 오후 12시 무렵에 이 전 장관으로부터 항명수사 지시를 받았느냐’는 경향신문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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