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의 당위성을 설명한 김동연 경기지사. 김지사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소통을 통한 진정성 있는 정면 돌파였다.

지난 29일 오후 9시 30분부터 장장 3시간 동안 진행된 김동연 경기지사의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라이브 방송에 대해 한 지역 야당 관계자의 평은 이랬다. 그는 “김 지사가 다수의 반대 의견에도 도민들과 소통하며 경기북도특별자치도 설치(경기북도 분도)에 대한 당위성을 진솔하게 설명했다”며 “이번 방송을 보고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도민들이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라이브 방송 대화창과 김 지사의 SNS 게시물에 달린 댓글 반응은 이 관계자의 의견과 달리 차가웠다.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분도 추진 통보”라는 성토가 이어졌다.
이런 반응이 나올 만 했다. 이날 김 지사는 뮤지컬 배우 박해미씨, 소순창 건국대 교수, 박정 국회의원, 윤종영·오석규 여야 도의원 등을 직접 연결해 분도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박씨와 소 교수는 2022년 12월 출범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민관합동추진위원회’ 소속 위원이다. 박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윤 도의원과 오 도의원은 경기도의회에서 분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방송에서 앞다퉈 “경기북도가 발전하려면 분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분도를 반대하는 의견은 김 지사가 읽은 댓글뿐이었다. 전문가와 유명인, 정치인의 견해는 전혀 없었다.
김 지사가 “라이브 방송에 참여한 사람 중 반대 입장인 분들의 이야기도 듣겠다”고 했지만, 방송 시간이 길어지면서 발생한 기계적 문제 등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한 도민은 “짜고 치는 고스톱도 아니고 찬성하는 사람들만 불러서 일방적으로 분도를 주장할 거면 그냥 기자회견을 하지 왜 밤늦은 시간에 SNS 라이브 방송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29일 오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 경기도가 추진 중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와 관련된 도민들의 댓글과 질문을 읽으며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지사는 분도 추진 이유를 “경기도를 쪼개는 것이 아닌 경기북부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으로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경기북부는 360만명에 이르는 인구와 잘 보전된 환경 등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의 낙후된 모습이나 남부와 불균형을 잣대로 평가받고 있다”며 “이런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북부의 개발 난제로 꼽히는) 중첩 규제를 한꺼번에 풀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특별법을 통해 특별자치도를 설치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김 지사는 최근 논란이 된 경기북도의 새 이름 공모전 결과에 대해서도 “대상을 받은 ‘평화누리특별자치도’가 경기 북부의 이름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새 이름은 국회에서 북부특별자치도를 만드는 특별법이 제정되면 정해질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김 지사의 호소에도 도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달 초 경기북도 새 이름 논란 이후 제기된 ‘분도에 반대한다’는 경기도민청원엔 30일 오후 1시 현재 4만7780여명이 참여했다.

한 도민은 김 지사의 SNS 게시물에 “경기도가 분도 추진 근거 중 하나로 내세우는 (지난해 조사한) 5000명 대상 여론조사(분도 찬성 55%)는 경기도의 뜻이고, 4만명이 넘는 도민들의 반대 청원은 소수 의견이냐”는 글을 남겼다.

경기북부 분도론의 핵심인 접경지역 규제 해제는 중앙정부 차원의, 특히 국회 차원의 각종 규제 법안 개정이 필수다. 문제는 22대 국회를 이끄는 다수당 대표이자 전임 경기지사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분도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속 당 대표조차 지지하지 않는 김 지사의 분도론의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도민들은 의아해 하는 이유다.

김 지사는 라이브 방송을 마치며 “여러분의 의견을 소중하게 함께 잘 검토하겠다. 도민들의 의견을 받드는 것이 제게 가장 소중한 일”이라고 말했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식 소통이 아닌 진정한 소통을 통해 결론을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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