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는데 쓰레기더라고요.”

2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안양남부시장은 마스크를 쓴 경찰·소방 관계자 등으로 북적였다. 인근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김연분(75)씨는 “영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오전 9시10분쯤 ‘퍽’하는 큰 소리가 들렸다. 나가 보니 쓰레기가 담긴 비닐봉지가 떨어져 있더라. 뉴스에 나왔던 오물 풍선 같아서 바로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주말 전국 곳곳에 북한이 살포한 오물 풍선이 떨어졌다. 강원도·수도권은 물론 접경지에서 직선거리로 230㎞ 이상 떨어진 경북에서도 풍선이 발견됐다. 떨어질 때 충격과 폭발로 차 앞 유리가 깨지고 타이어가 불타는 등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서울에선 구로구·영등포구·마포구 등에서 신고가 집중됐다. 오물 풍선이 발견된 구로구 신도림동의 한 아파트 주민 이경식(62)씨는 “사람이 많이 사는 아파트 코앞에 이런 게 떨어졌다니 무섭다. 만약 생화학 무기였으면 인명피해가 있었을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역시 오물 풍선이 발견된 영등포구 안양천 산책로에서 만난 강신정(45)씨도 “오물 풍선은 우리 집 앞에 떨어질 수도 있지 않느냐”며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고 할 때보다 더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인천에선 중구와 서구·미추홀구 등에서 신고가 이어졌고, 경기도에선 오물 풍선으로 인한 차량 피해가 잇따랐다. 오전 7시께 인천국제공항에 풍선이 떨어져 항공기 4편의 운항이 지연됐다. 또 오전 10시22분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빌라에 주차된 승용차에 오물 풍선이 떨어져 차 앞 유리가 박살 났다. 이 오물 풍선의 무게는 10㎏ 안팎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무게가 무겁지 않더라도 낙하 과정에서 중력과 가속도가 붙어 충격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아직까진 오물 풍선으로 인한 피해 보상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차량 소유주가 보험회사에 문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8시30분쯤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대장동에도 오물 풍선 2개가 떨어졌다. 이 중 1개가 폭발하며 인근 트럭의 앞 타이어와 운전석 일부가 불탔다. 경찰은 “풍선에 장착된 타이머가 터지며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불은 운전자가 금방 껐다”고 말했다.

강원도에선 오물 풍선이 워낙 많이 발견돼 수거에 많은 인력이 동원되고 있다. 홍천에 사는 김모(43)씨는 “오물 풍선 하나 치우겠다고 경찰관과 소방대원, 군인까지 출동하고 있다”며 “(정부가) 오물 풍선이 넘어오지 못하게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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