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재취업에 성공한 최윤영 메카투어 대리가 현재 근무 중인 사무실. 문희철 기자

4가지 장애물 뛰어넘어 취업 

서울 노원구에 사는 최윤영(43)씨는 지난해 여행 프로그램 개발 회사인 메카투어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최씨처럼 아이 둘을 둔 40대 여성이 정규직으로 취업한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육아·경력·나이 등 장애물이 많기 때문이다.

최씨의 첫 직장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주택영업본부 비서였다. 2001년 입사해 8년을 근무하다가 출산휴가를 다녀왔더니 갑자기 마케팅 업무를 하게 됐다. 근무지도 서울에서 천안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아직 엄마밖에 모르는 갓난아이를 두고 연고도 없는 지역에 혼자 갈 수는 없었다.

40대에 재취업에 성공한 최윤영 메카투어 대리. 문희철 기자

최씨는 어쩔 수 없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이후 보육교사·용역직으로 이곳저곳에서 근무했지만, 자녀가 자라면서 재능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하지만 육아 때문에 ‘경단녀(경력이 단절해 경제 활동을 중단한 여성을 축약해서 부르는 말)’가 된 그가 발을 들이밀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노원구가 배포하는 지역 소식지인 ‘힐링노원’을 접했다. 노원구 월계동 인덕대에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직업 전문 교육 과정 일환인 ‘여행 상품 상담 실무 과정’을 개설한다는 공고를 봤다. 2023년 8월부터 10월까지 총 114시간 강의를 들으면 수료증을 발급하는 과정이었다.

이후 중학교 졸업을 앞둔 딸과 일본 여행을 준비하다가, 이 과정을 수강하면 여행 계획을 짜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청했다. 주말에만 수강하고 비용도 무료라 부담도 없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자"
해당 강의는 여행사 출신 강사가 담당했는데, 인력 소개 요청을 받았다. 강사는 수강생에게 일자리를 제안했고 덕분에 최씨는 지난해 여행사에 취업해 광화문으로 출근했다.

그가 취업한 회사는 여행업계에서 현지 랜드사라고 불린다. 랜드사는 해외에서 여행 상품을 개발해 국내 여행사에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다. 하나투어·모두투어 등 국내 여행사가 여행객을 모집하면, 랜드사가 국내 여행사를 대신해 해외에서 현지 관광·쇼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말레이시아 현지 랜드사인 이 회사의 서울사무소에서 최씨는 말레이시아 동부 지역 보르네오섬 최대 도시인 코타키나발루를 담당하는 오퍼레이터(OP)로 일하고 있다. 코타키나발루 여행객을 모집한 여행사·홈쇼핑으로부터 고객 정보를 받아 말레이시아 본사에 넘겨주고 가이드·프로그램 등을 조율한다.

재취업 과정에서 그는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신조가 생겼다”고 말한다. 본인도 삼성에서 일하던 시절엔 딱히 적성을 따져보지 않고 일했다고 한다. "단지 삼성이라는 유명 브랜드와 대기업이 제공하는 임금·복지에 만족하며 일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메카투어에)새로운 일을 해보면서 본인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며 “덕분에 인생에서 큰 성취감·만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40대에 꿈꾸던 업종에 재취업한 최윤영 메카투어 대리. 문희철 기자

차장·과장이 모두 나이 어려

최씨는 국내 최고 기업에서 8년 가까이 일한 경력이 있지만, 새로운 회사 생활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서울사무소 직원 6명 가운데 5명이 그의 상사다. 직속 상사인 차장(38)·과장(41)이 모두 최씨보다 어리다. 또 고객사인 여행사 직원 일부는 최씨 나이를 알게 되면 다소 부담스러워한다고 한다. 최씨는 “경력을 보면 이들이 대우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나이를 따졌다면 재취업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재취업을 두려워하는 중장년층에게 “새로운 환경에 도전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는 “요즘 평생학습관 등 여러 곳에서 직업 전환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어떤 프로그램이든지 한 번 참여하면 주기적으로 교육 과정을 문자메시지로 보내준다”며 “부담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존심을 내려놓고 이런저런 교육 과정을 수강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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