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

‘윤석열 대통령 연설 짜깁기 풍자 영상’을 수사하는 경찰이 영상 제작자로 지목된 A씨를 소환해 조사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사 방향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달 10일 ‘윤 대통령 연설 짜깁기 풍자 영상’ 제작자로 지목된 A씨를 불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3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A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사항 등을 물었다.

경찰은 먼저 A씨에게 대통령 명예훼손 의도가 있었는지를 추궁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문에서 “윤 대통령이 하지 않은 발언을 마치 윤 대통령이 발언한 것처럼 짜깁기해 영상 내용 자체가 허위 사실로 보인다”거나 “해당 영상이 교묘하게 편집돼 실제로 윤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했을 거라고 오인할 정도라서 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발인은 진술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누군가 A씨에 대해 사실도 아닌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렸다면 A씨는 어떻게 느꼈겠냐”는 질문도 했다.

A씨가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다른 영상물을 제작한 것을 두고도 경찰은 “윤 대통령을 비방하는 다수의 동영상을 제작했는데, 계속 비방하는 동영상을 제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또 경찰은 A씨가 “챗GPT 등 인공지능(AI) 관련 사이트에 가입했는지” “AI 기술을 이용해 동영상을 편집하는 일을 하는지”도 물었다. 특히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서는 안 되고, 그 밖의 기간이라도 ‘선거운동’을 위해서는 해당 영상이 AI 기술 등을 이용해 만든 ‘가상의 정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표기해야 한다는 규정을 알고 있는지도 물었다. 모두 A씨가 공직선거법을 알고도 위반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질문들이었다.

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질의에 대해 “영상 내용이 특정 후보나 정당을 두고 한 발언이 아니고, 비난의 대상인 윤 대통령이 이번 총선의 후보자도 아니어서 불법 선거운동은 아니다”란 취지로 답한 것과 배치된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도 지난 3월 기자와 통화하면서 “(A씨의 영상에서) 딥페이크는 사용된 적 없고, 혐의도 명예훼손 혐의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수사가 언론·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정책 시행에 대한 풍자 영상은 공공 이익과 직결돼 ‘비방 목적’이 부인될 수 있는데도 처벌을 시도하는 것은 대통령 비판을 포함해 다른 유사한 표현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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