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상암동 MBC사옥. ⓒ연합뉴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여권 이사가 ‘MBC 경영평가 보고서’ 경영 부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제재와 관련해 MBC가 주의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자고 요구해 이사들 간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방문진 회의실에서 ‘2023년 MBC 경영평가 결과 승인 및 공표 결의건’을 안건으로 정기 이사회가 진행됐다. 경영평가소위원장을 맡은 윤능호 이사(야권)가 보고서 작성 과정을 보고하고, 위원들 사이 이견이 있었던 쟁점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 보고서 경영 부문에 ‘방송심의와 경영’ 관련 내용을 넣을지를 두고 이사들간 이견이 불거졌다. 방통심의위의 법정제재는 방송 재허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MBC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문장을 넣자는 소수안과, 관련 내용이 경영평가 보고서의 다른 부문에 포함돼있으므로 굳이 추가로 포함할 필요 없다는 다수안이 부딪혔다.

경영평가소위에서 소수안을 냈던 차기환 이사(여권)는 이날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방송 리스크가 될 수 있고 (방송통신위원회 재허가 과정에서) 감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라면서 “경영 부문에 간략하게 넣어두는 게 관리감독을 하는 방문진의 입장에서 방송 재허가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고 적절하다”고 했다.

이에 야권 이사들은 보고서의 ‘방통심의위 심의 제재’ 항목에 제재 건수 등이 모두 게재돼있다고 반박했다. 윤능호 이사는 “이미 ‘2023년 MBC가 방통심의위로부터 법정제재를 받으며 관행적으로 이뤄져오던 자율심의 시스템 전반을 살펴보고 프로그램의 공정성 및 객관성을 중시해 심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문장에 충분히 주의 노력 등 의미가 담겨있다”고 했다.

그러나 차 이사는 “경영 리스크로도 올 수 있다는 부분이 약하게 게재돼있어 경영 부문에 언급해주는 게 좋다”고 재차 주장했다. “(보고서 내용 중) 편성제작 분야 보도를 평가한 교수님이 ‘2023년에 공정성·객관성 심의 위반 사례가 크게 늘어났는데 프로그램 자체 문제인지 방통심의위 위원 구성이 바뀌어서 심의 기준이 바뀌어서인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고, 해당 프로그램이 저널리즘 관점으로 볼 때 과연 공정성·객관성 위반이라고 볼 수 있냐는 의구심이 있다’고 써놨다”며 “‘법정제재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봐야 한다’는 식으로 경영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맞냐”는 주장이다.

이에 권태선 이사장(야권)은 “(보고서에) 법정제재와 집행 정지 등 관련해 ‘현재 한국 사회에서 MBC라는 방송사, 방통심의위라는 심의기관, 행정법원을 비롯한 법적 권위, 시청자의 인식과 시민의 여론 사이에 입장과 견해의 심각한 불일치가 현존한다’고 게재돼있다”며 “‘이 상황에서 MBC가 지향해야 할 바는 권력 감시를 하되 책임성 있는 품질 좋은 프로그램 형태로 충실히 구현’하는 것이라고 돼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객관적인 발언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이사(야권)도 “다른 부문에서 워낙 많이 다뤄서 경영 부문에서 또 다룰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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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논의 끝에 방문진은 다수 이사들 의견대로 ‘방송심의와 경영’ 관련 문장을 경영 부문에 추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차 이사를 비롯한 여권 방문진 이사들은 방통심의위 심의 결과 등을 놓고 MBC 보도를 문제 삼아왔다. 지난 3월 방문진 이사회에서 차 이사는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보도(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보도)를 두고 “시정조치하겠다는 유화적 태도 없이 계속 강경 일변도로 의견을 개진해 중한 제재로 이어지고 있다”며 “(과거) MBC 간부급 직원들도 자사 방송이 옳다 생각되더라도 회사를 위해 문제되는 장면을 삭제·수정해서 제재를 낮춰왔다”고 주장했다. 김병철 이사도 “징계해서 끌려갔는데 오히려 자기가 잘했다고 큰소리 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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