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떨어졌습니다. 북한이 우리나라 상공에 날린 풍선 말입니다. 풍선에는 오물이 담긴 비닐봉투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봉투 속에는 각종 쓰레기가 가득했습니다. 이 묵직한 쓰레기가 대한민국 상공을 날다가 풍선이 터지면서 추락했습니다.

풍선이 일부만 터졌을 때는 오물 봉투가 서서히 땅으로 떨어져 시민들이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거대한 하얀 풍선 사진이 그렇게 보도됐습니다. 반면 풍선 여러 개가 공중에서 한 번에 터지면 오물 봉투는 빠른 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합니다.

무슨 상황인데?

떨어지는 오물 봉투는 타격 대상을 가리지 않습니다. 다행히 사람 없는 공터에 떨어진 경우도 많았지만, 외부 주차장의 차량에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서울 신정동에서 그랬고, 경기도 안산 단원구에서도 오물 봉투가 차량을 덮쳤습니다. 두 곳에서 모두 차량 앞유리가 완전히 박살났습니다.


차량 앞유리는 파편이 튀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추가 피해는 없었습니다. 차량 블랙박스에 녹화된 영상을 보면, 박살난 차량 바로 앞으로 한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습니다. 오물 봉투가 사람에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그런데 비닐봉투가 떨어져서 차량 유리가 깨진다?

사실 이상해 보입니다. 차량 유리가 웬만해서는 잘 깨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먹으로 강하게 때리면 유리 대신 손이 골절상을 입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요. 벽돌을 던져도 쉽사리 박살나지 않는 게 바로 차량 유리입니다. 쉽게 깨지고, 파편이 튀면 탑승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유리들입니다. 그런 단단한 유리가 북한이 날린 비닐 봉투에 깨진다니,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집니다.


봉투가 떨어질 때의 충격 에너지는 얼마나 될까요? 부경대 환경대기과학전공 신지훈 교수가 분석했습니다. 오물 봉투의 표면적은 저마다 다르지만 1제곱미터로 가정했습니다. 표면적을 알아야 공기 저항을 고려할 수 있고, 봉투가 바닥에 충격할 때의 최종 속도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충격 에너지를 계산하려면 오물 봉투가 몇 미터 높이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 풍선이 대략 3천 미터 안팎의 고도를 유지하며 날아온다고 했습니다.

남은 것은 오물 봉투의 무게입니다. 북한은 김강일 국방성 부상 담화를 통해 쓰레기 15톤을 각종 기구 3,500여 개로 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1개에 대략 4.3kg 정도인데, 사실 무게도 저마다 다르고, 실제로 수거된 오물 풍선은 대략 5kg으로 알려졌습니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봉투 무게는 5kg으로 가정했습니다. 신지훈 교수는 3천 미터 고도에서 떨어지는 오물 봉투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다 공기 저항을 받으면서 초속 13미터의 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봤습니다.
 

한 걸음 더

그렇게 구한 충격 에너지는 423줄에 달합니다. 투수가 야구공을 140km/h로 던질 때 에너지가 106줄 정도라고 합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북한의 오물 봉투는 140km/h 강속구 4배의 에너지를 갖고 있는 셈입니다. 2kg짜리 벽돌을 아파트 8층에서 떨어뜨렸을 때, 그리고 1kg짜리 화분을 15층에서 떨어뜨릴 때의 위험천만한 운동에너지와 맞먹는다고 신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오물 봉투 속 쓰레기가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해 주겠지만 423줄은 차량 앞유리를 한 번에 박살낼 정도로 큰 에너지인 셈입니다. 물론 오물 봉투의 부피와 고도 등 가정이 많기에 에너지는 그보다 더 클 수도, 작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차량 앞유리가 파손된 피해 차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반적인 쓰레기 투척인 줄 알았는데, 차량이 파손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요. 저 또한 그 에너지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습니다.

북한이 풍선을 날리면서 서울과 수도권 곳곳의 주민들에게 재난문자가 발송됐습니다. 'Air raid Preliminary warning'(공습 예비 경보)라는 문구가 포함돼 적절성을 놓고 논란도 일었지만, 재난문자가 발송된 것 자체는 바람직한 일입니다. 사람이 맞을 경우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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