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행동 활동가들이 7일 서울시청 앞에서 2024 홈리스 인권(형벌화) 실태조사 결과 발표 회견 중 사회적 약자의 공공장소 이용 권리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50대 도인씨(활동명)는 2년 전부터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집이 없어졌을 뿐인데, 이따금 시민의 권리조차 빼앗긴 기분이 든다고 했다. 얼마 전 서울 중구 서울로7017 공원 벤치에서 지원단체로부터 받아온 도시락을 먹으려 할 때 시설 관계자가 다가와 “밑에서 얻어온 음식은 여기서 먹으면 안 된다”며 그를 쫓아냈다고 했다. 그는 “우리도 선거권, 투표권이 있고 물건을 살 때 엄연히 세금을 내는데, 공공시설에선 왜 머물 수 없나”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은 7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4 홈리스 인권(형별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달 29일부터 나흘간 서울역·용산역·영등포역·고속터미널 일대 노숙인 10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응답자의 평균 연령은 57세로 최연소자는 30세, 최고령자는 75세였다.

홈리스행동 측은 “지난 1년간 지하 보도·광장 등 공공장소에서 홈리스에 대한 강제퇴거 및 부적절한 불심검문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지난 2월 범죄 예방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를 신설한 뒤 불심검문이 늘었다고도 했다.

지난 1년간 공공장소에서 퇴거 요구를 받은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34.6%(36명)로 조사됐다. 퇴거 장소는 역 광장(30.6%), 공원(25%), 철도역 맞이방(22.2%) 순이었다. 주로 민간용역 경비원이나 역무원으로부터 퇴거 요구를 받았다고 했다. 지난 1년간 잠을 자던 공공장소에서 더 잘 수 없게 된 이들은 21명(20.2%)이었는데, 그중 3명만이 주거지원·시설입소 등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경찰 기동순찰대 대원들이 지난 4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기동순찰대는 범행 시간·장소 예측이 어려운 이상동기범죄 및 강력사건 등 집중적인 경찰력 투입이 필요한 경우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 만들어진 전담조직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연이은 이상동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이 조직 개편에 나선 지난 2월 이후 서울역 등지에서 불심검문이 늘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찰은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일선서 범죄예방대응과 등을 신설했다.

응답자 중 절반 이상(51%)이 지난 1년간 경찰로부터 불심검문을 받았다고 했다. 이 중 94.3%가 경찰이 불심검문 이유 등을 ‘전혀·거의’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시보호시설에서 사는 A씨(54)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얘기도 안 하면서 우리에겐 다르다”며 “지저분하고 하니까 만만해보이나 보다”고 말했다.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장소에 머무른다는 사실만으로 홈리스를 불심검문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가난 자체를 범죄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퇴거 요구를 받은 이들의 75%는 거리에서 내몰리면 갈 곳이 없는 노숙인들”이라며 “공공장소에서조차 있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이들을 궁지로 모는 일”이라고 했다.

홈리스행동은 오늘부터 한 달간 서울시청 앞에서 ‘공공은 홈리스의 공공장소 이용 권리를 보장하라’는 취지의 1인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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