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주성진 기자] 1912년 6월 조선총독부에서는 풍수사상에 근거를 둔 미신을 타파하고 분묘의 위생적인 관리와 경관 보호 등을 이유로 「묘지 화장장 매장 및 화장 취체규칙」(조선총독부령 제123호 1912년 6월 20일)을 발포(發布)하였다.

비록 일본인들에 의해 제정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 현대적인 묘지와 화장장에 관한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 것이다.

「취체규칙」은 우리의 전통 장례문화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사건이었으며 화장 및 화장장에 관한 규정을 분명하게 담고 있다. 노천 화장터에서 장작으로 불을 때어 집행되던 고전적인 화장법이 사라지게 되었고, 또 조선 성종대 국법에 의해 금지되었던 화장이 근 500여 년 만에 합법적인 제도의 틀 안으로 들어오게 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또한 이 규칙에는 공동묘지와 화장장의 설치 허가, 시설 주변에 나무 식재 의무화, 화장장의 위생 관리 등과 같이 현대적인 시설 설치와 운영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현행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것과 거의 비슷한 연고가 없는 무덤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하나 의미 있는 내용은 사람이 죽은 다음 24시간 이내에는 매장 또는 화장을 할 수 없도록 한 내용이다. 이런 강제적인 시간 제한 규정은 고려 시대에 3일 이내 장례를 치르지 못하도록 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이후 현행법까지 존속됨으로써 우리의 장례를 삼일장으로 일반화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여 의미 있는 내용은 ‘사체 또는 사체를 넣은 관을 들판 등에 방치한 자’를 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여기서 전통적인 풍장이나 유기장의 풍습이 이때까지 이어져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건전한 장례’라는 명분을 내세워, 1934년에 제정 공포된 조선총독부의 「의례준칙」에서는 ‘상례’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고, 장사를 지내는 당일 하는 일을 ‘장식(葬式)’이라고 표현하였다. 『매일신보』(중동판) 1937년 4월 22일 3면 ‘의례준칙에 기(基)한 관혼상제(冠婚喪祭)를 영화화’라는 기사에서 “혼인, 장례”, “혼장례(婚葬禮)”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규정과 일상에서 용어 사용의 차이를 알 수 있다.

한편, 태평양 전쟁 당시인 1942년 국민총력조선연맹에서 ‘개선 혼례 기준’과 ‘개선 장례 기준’을 제정하였다. 그 목적은 전쟁 중 생활 개선을 철저히 하고, 애국 반원들은 이 기준을 따라 철저히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혼례, 장례의 신체제」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때도 장례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해방 이후 1961년 재건국민운동본부에서 ‘표준의례’를 제정하였으나 공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표준의례 해설』이라는 책자를 발간하여 ‘표준의례’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였다. ‘표준의례’에서는 우제와 , 과 , , , 를 모두 폐지하도록 규정하였다.

이 금지 조항은 상례 중 고인을 조상신으로 승화시키고, 상주가 일상으로 복귀하는 의례에 해당하는 상제(祥祭)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특히 “본 의례규범의 상기는 장례가 끝나는 동시에 종료되는 것이다.”라고 규정하였는데, 용어는 상례라고 하였지만, 시신을 처리하는 기간에 해당하는 장례 기간을 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규정에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해설서의 해설 내용에서는 상례와 장례를 혼용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장례종료와 ...”, “장례식”, “장례 의식에 무악을 쓰는 ...”, “여러 가지 종류의 장례 제도가 있었다고는 하나 ...”, “장례도 치르기 전에 혼인식을 ...”, “장례일~”, “장례식을 끝내고 나면 ...”, “장례식은 다음 식순에 따른다.” 등 규정과는 달리 장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국장, 국민장, 사회장을 설명하면서 “장례식장은”, “장례 행렬이”, “장례식에서”, “장례위원장과” “사회단체가 연합해서 지내는 장례이다.”처럼 장례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는 국장이나 국민장, 사회장 등이 모두 ‘장(葬)’을 사용하였기에 문맥의 흐름 편의성, 의미 전달성에서 상례보다는 장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기에 장례라는 용어의 일반화에 한몫한 것 같다.

장례라는 용어로 진행되는 현대의 장례 절차는 전통 상례 절차 중에서 장사 부분에 해당하는 절차가 축약된 것이다. 가장 최근에 개정된 「건전가정의례준칙」에서도 의 식순만을 제시할 뿐, 장례의 절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장례 절차는 장례식장이나 상조 회사에서 만든 절차를 상가에서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이것이 한국 현대의 장례 절차라 할 수 있다. 장례식장이나 상조 회사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큰 틀은 다음과 같다. 삼일장을 기준으로 하므로 날짜별로 구분하는 사례가 많다. 1일 차에 운명, 안치, 빈소 설치, 부고, , , 환복, , 조문, 2일 차에 입관, 성복제, 조문, 장지 확정, 3일 차에 발인, , 화장, , 귀가, 자가 의례인 로 마무리한다. 집안에 따라서는 불교의 사십구재를 중요 절차로 간주한다.

                                                                                              글 장준영 (한국장묘발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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