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낙엽 분해하는 ‘익충’

온난화 영향에 빨리 관찰

전문가 “주말쯤 대발생”

퇴치법 ‘물 뿌리기’ 추천

지난 9일 인천 남동구 늘솔길공원. 신승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실 소속 최종환 연구원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최 연구원이 모종삽으로 낙엽을 치우자 나뭇잎과 나뭇가지가 잘 썩은 부엽토 특유의 흙내음이 코를 찔렀다. 일명 ‘러브버그’로 알려진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알을 낳기 좋아하는 곳이다.

모종삽으로 검은 흙을 한 줌 떠내자, 우화(곤충이 번데기에서 탈피해 성충이 되는 것)를 앞둔 1㎝ 남짓한 검은 번데기 16개가 눈에 들어왔다. 최 연구원은 “지난 1일에는 애벌레밖에 못 봤는데 지금은 거의 다 번데기가 됐다”고 말했다.

신 교수 연구팀은 이날 붉은등우단털파리 서식지 현장 조사를 벌였다. 조사 지점인 늘솔길공원과 서울 은평구·경기 고양시에 걸쳐 있는 봉산 일대를 살펴본 결과 러브버그 애벌레는 대부분 번데기가 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말쯤 본격적인 ‘러브버그 대발생’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브버그 번데기들은 한 지점에서 200~300마리씩 무더기로 발견됐다. 무리 지어 알을 낳는 습성 때문이다. 늘솔길공원에서는 우화한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추정되는 러브버그 성체도 보였다.

러브버그는 2년 전쯤부터 수도권 일대 도심 등에 대거 나타났다. 일반적인 파리와 다르게 암수가 함께 붙어 다녀 러브버그로 불린다. 이들은 아파트 담벼락이나 베란다 방충망, 차량 보닛, 가게 쇼윈도 할 것 없이 빼곡하게 붙어 있는 것은 기본이고 시도 때도 없이 사람에게 달려들어 불만이 속출했다.

두 마리가 붙어 다니는 모양새에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러브버그는 해충이 아니다. 모기처럼 인간을 물지도 않는다. 오히려 나무와 낙엽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착한’ 곤충이다. 이런 러브버그가 월동을 거쳐 다시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러브버그 성체는 예년보다 이른 시기부터 관찰되기 시작했다. 시민과학플랫폼 ‘네이처링’ 기록을 보면 지난 2일 인천 부평구에서 첫 관찰 기록이 올라왔다. 지난 3일엔 용산어린이정원에서도 관찰 기록이 올라왔다. 지난해에 비해 열흘이나 빠른 것이다.

러브버그가 일찍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온난화 때문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지난 5일 올해 봄(3~5월) 평균 기온이 평년 대비 1.3도 높아 관측을 시작한 이후 봄철 기온으론 두 번째로 높았다고 밝혔다. 유충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땅속 온도도 예년보다 높았다.

러브버그는 지난해 서울 남·동부, 경기 시흥·과천·구리시 일대까지 범위를 넓혔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 관련 연구를 총괄하는 박선재 연구관은 “자체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이번 주말 정도에 대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지방자치단체 보건소 등에선 살충제 대신 물을 뿌리는 방법을 추천한다. 오래 비행을 하지 못하고 날개가 약한 편이라 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박 연구관은 “붉은등우단털파리는 생태적으로는 환경분해자 역할도 하고, 꽃의 화분 매개도 하는 등 ‘익충’으로 볼 수 있다”며 “한 종이 급격히 줄어들면 다른 벌레가 대발생할 가능성도 있어서 서식지에 화학적 방제를 하는 것은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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