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휴진 임박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오는 18일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 등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대학 병원이 의협 휴진에 동참하겠다고 밝히면서 초비상 상황이 임박하자 환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의사들의 움직임을 '노쇼'(No show)라고 규정하고 엄정히 대응하기로 했으나 일단 휴진이 시작되면 환자들의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환자단체와 시민단체, 의료계는 의사들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 등은 집단 휴진 참여를 거부하고 나서며 아픈 환자를 먼저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빅5 포함 전국 대학병원 휴진.. 개원의들도 동참

서울의대 비대위 "전공의 수련 환경.. 의료계와 협의체 구성해달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 등 '빅5' 병원에 근무하는 의대 교수들 대부분이 오는 18일 의협 휴진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앞서 서울의대는 오는 17일부터, 연세의대는 27일부터 모든 외래 진료와 비응급 수술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고려대 의대와 충북의대도 휴진에 동참할 것을 결의했다. 가톨릭의대와 울산의대 교수들은 대한의사협회가 예고한 18일 전면 파업에 우선 참여한 뒤 무기한 휴진 등 추가 대응을 모색하기로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역시 오는 18일 의협의 전면 휴진과 총궐기대회에 참가하겠다고 밝히면서 전국 곳곳에서 휴진 결의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일부 개원의도 18일 휴진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18일 당일 휴진을 신고한 의료기관은 총 1천463곳으로, 전체 명령 대상 의료기관(3만6천371곳)의 약 4%에 해당된다.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14일 휴진의 이유를 설명하면서 중증·희귀질환 진료는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먼저 중증·희귀질환 환자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마지막 몸부림으로 전체 휴진을 결의했으나, 정부를 향한 이런 부르짖음이 서울대병원을 믿어온 중증·희귀질환 환자들께 절망의 소리가 될 것이라는 걸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저희가 말씀드린 전체 휴진이란 다른 병의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들의 외래 진료와 수술 중단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대병원의 진료가 지금 필요한 중증·희귀질환 환자들께는 휴진 기간에도 차질 없이 진료가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을 개선하고, 의료계와의 협의체를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비대위는 "전공의 수련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하고, 수가체계를 개선해 부당한 노동 환경과 허술한 수련 환경이 아닌 전문의 중심의 교육수련병원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어 "의사들을 향해 다양한 명령을 동원하는 대신 긴 안목으로 정권과 공무원의 임기와는 무관하게 의료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 정부가 모여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상시적 의정협의체'의 구성과 운영을 서둘러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협의체의 논의 결과가 실제로 반영될 수 있는 법적 보장, 정책 집행을 위한 안정적 재원이 함께 명시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의료계와 정책 결정권자가 아무런 조건을 내세우지 않고 먼저 만나도 좋겠다"고 했다.   

정부, 진료 명령·업무개시 명령 등 강경 대응.. 미복귀 전공의 처분 취소도 거부

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휴진 결의가 들불처럼 번지자 정부는 불법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료법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칙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법을 근거로 이미 예약된 환자에게 환자의 동의와 구체적인 치료계획 변경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 예약을 취소하는 것은 의료법이 금지하는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3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비상진료체계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불법행위에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환자가 아니라 의사가 '노쇼'(no show)하면 안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전국 의료기관 3만6천여곳을 대상으로 진료 명령과 휴진 신고 명령을 내리면서 대응하는 중이다.

정부는 18일 당일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집단행동에 따른 것인지 등을 포함해 휴진 여부를 전화로 확인한 뒤 시군 단위로 휴진율이 30%를 넘으면 업무개시명령도 내리고, 명령 불이행 시 행정처분 및 처벌에 들어간다.

또, 의대 교수들의 요구 사항인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처분 전면 취소'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 실장은 "더 많은 전공의들이 더 빨리 복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이 같은 맥락에서 본래 원칙에 따라 해야 하는 행정처분을 복귀자에게 하지 않겠다고 완화했다"며 "여러 번 강조했지만 복귀한 전공의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의료계 요구를 수용해 복귀자에 대해선 여러 규정을 바꿔서라도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놨다"며 "그럼에도 집단 진료 거부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한 총리 의사 집단 휴진 예고에 "환자 곁에 머물러 달라"

한덕수 국무총리는 14일 일부 의대 교수과 개원의가 집단 휴진을 예고한 것과 관련해 "지금의 결정을 거두고 환자곁에 머물러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서울 신대방동 서울보라매병원에서 의사집단행동 대비 현장 점검을 하며 "환자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전공의를 돌아오기 손꼽아 기다리는 상황에서 선배 의사들이 환자의 간절한 목소리를 외면하는 결정을 내려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한 총리의 현장 점검은 서울의대 교수들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각각 오는 17일과 18일에 집단 휴진을 결의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한 총리는 "생명권은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고,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며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에게는 무한한 자유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헌법적·법률적 제한이 부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날 환자단체 대표를 만났다면서 "중증 환자들이 매일 매일 고통과 불안 속에 생활하고 있으며 수술 연기 통보가 올까봐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믿고 있던 의사에게 서운함이 크다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은 의료계에 주어진 법적 책임이기에 앞서 환자와의 소중한 약속"이라면서 "환자와의 신뢰는 의사들이 평생을 바쳐 의업에 헌신해온 이유이자 결과"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사직서를 내고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에게는 복귀 시 어떤 처분과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한 총리는 "의대 교수들이 제자인 전공의들이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해 집단 휴진을 예고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는 이제라도 전공의들이 돌아온다면 어떤 처분도 하지 않을 것이고, 수련을 정상적으로 끝마치는 데 아무 지장도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들도 집단행동이 아니라 환자 곁을 지키면서 정부와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진정으로 전공의들을 위한 길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의료연대·보건의료노조·참여연대·경실련 등 "집단 휴진 철회" "정부 대처" 한목소리

의료연대와 보건의료노조, 참여연대, 환자단체들은 연일 집단 휴진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조 등이 속한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4일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은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로 국민 여론이 무엇인지 확인됐는데도 불구하고 의사 수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며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명확한데도 의사들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수들은 전공의들을 구한다는 명분으로, 의협은 의사 증원 전면 재검토라는 요구로 휴진을 예고하고 있지만, 이는 합리적 판단이 아니며 그 목적지는 파국일 뿐"이라며 "의사들은 대한민국 의료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합리적 대안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의료공백을 버텨온 환자들이 이제 생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다"며 "이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의정 대립과 의료대란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진료·수술 연기와 예약 취소는 환자들에게도 고통이지만, 끝없는 문의와 항의에 시달려야 하는 병원 노동자들에게도 엄청난 고통"이라며 "병원 노동자들은 의사들의 욕받이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의사 집단휴진에 따른 진료·수술 연기나 예약 취소 업무를 거부한다"며 "예약된 환자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수술을 연기·취소하는 업무는 모두 의사들이 직접 담당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져라"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요양보호사 등 8만5000여명이 가입됐다. 경희의료원, 고려대의료원 등 대학병원을 포함해 전국 200곳의 의료기관과 복지시설이 소속됐다.

참여연대도 14일 성명을 내고 "의료 주권은 시민에게 있다"며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시민 모두의 건강권이 시장 의료 체계에 의해 위협받거나 농락되는 현실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며 "의사들은 명분 없는 집단휴진을 철회하고 환자들에게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18일 집단휴진을 계획하고 있는 의협과 관련해서는 "입에 담기조차 힘든 막말을 계속하고 있는 의협 회장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의사들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점철된 의협의 비상식적이고 의료의 본령을 잊은 듯한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의 17일 무기한 휴진 돌입 방침에 대해서는 "의사로서, 스승으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다가 이제 와서 전공의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무기한 휴진 결정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를 향해서는 "극한의 대치가 지속되는 데는 갈등을 줄이거나 합의를 도출하기는커녕 정치적 이익만 추구한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의료대란으로 드러난 의료공급체계의 문제를 점검하는 한편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건강보험을 강화하는 등 진짜 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지난 10일 입장문을 통해 "의료계가 환자 생명을 볼모로 한 불법 행동 카드를 다시금 꺼내들었다"며 "의사집단의 끊이지 않는 불법행동에 대해 공정위 고발 및 환자피해 제보센터 개설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정부가 의정 대치 국면을 수습하고 의료개혁의 속도를 내려는 시점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든 상대가 공공의료의 최상위 정점에서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국립대 교수라는 점에서 실망과 분노가 크다"며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의사의 불법 진료거부는 정당화될 수 없으며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비상상황을 대비해 환자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집단행동 가담자에 대해 법과 원칙이 적용되도록 조처해야 한다"며 "불법행동 가담자에게는 선처 없이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서울대 교수들이 불법행동의 선봉에 선 것이 전공의 병원 이탈로 인한 3차 병원 기능재정립과 전달체계 개편이 서울대에서 그간 누려왔던 각종 재정적·정책적 지원과 혜택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기관 기능재정립과 전달체계 개편을 통해 왜곡된 의료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3차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 진료, 연구 및 전공의 수련에 집중해 경증환자와 외래진료를 통한 수익 추구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분만병의원협회·대한아동병원협회 등 집단휴진 불참 선언 "아픈 환자 먼저 살려야" 

이런 가운데 일부 의사단체들은 집단 휴진 결의를 비판하며 휴진 불참을 선언하고 있다.

대학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이뤄진 '전국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는 14일 입장문을 내고 집단 휴진 불참 의사를 밝혔다. 

전날 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에 이어 집단휴진 불참 의사를 밝힌 세 번째 의사단체다.

전국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는 14일 입장문을 내고 "뇌전증은 치료 중단 시 신체 손상과 사망 위험이 수십 배 높아지는 뇌질환으로, 약물 투여 중단은 절대 해선 안 된다"면서 "협의체 차원에서 의협의 단체 휴진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의협의 단체 휴진 발표로 많은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이 처방전을 받지 못할까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서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갑자기 약물을 중단하면 사망률이 일반인의 50~100배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의료계 집단 휴진을 겨냥해서는 "환자들의 질병과 아픈 마음을 돌봐야 하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위기에 빠뜨리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며 "잘못이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줄 것이 아니라 삭발하고 단식을 하면서 과거 민주화 투쟁과 같이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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