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사건 특별검사법을 다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가 17일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재발의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 특별검사법안’을 채 상병 사망 1주기인 다음 달 19일 전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새 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 행사 이후 폐기된 법안에 비해 수사 외압 의혹의 ‘윗선’을 파헤치는 데 더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수사 범위와 권한 등을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특검법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찬반과 함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다시 행사할 것으로 예상돼 특검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의가 사건의 진실규명에까지 이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여당 의원들 없이 열고 특검법을 법사위에 상정했다. 17일엔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열고 법안 심사에 들어갔다. 법사위는 오는 21일엔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출석시키고 특검법 입법 청문회도 열 예정이다.

현재 수사를 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속도는 더딘 편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뒤 10개월째 사건을 수사 중이다. 수사 인력 부족과 지휘부 공백 등 문제로 이 전 장관이나 대통령실 등 윗선까지는 여전히 수사가 닿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 간 통화내역 등 주요 증거는 오히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사건 군사재판 과정에서 박 대령 측 변호인들이 확보하면서 드러났다. 그런 와중에 채 상병 사망 당시 대통령실·국방부·해병대 등 관계자들의 통신내역 확보 가능 기한은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게 된 상황이다.

시선이 다시 정치권으로 쏠리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법안 본회의 통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본회의 재의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새 특검법에 보장된 막강한 수사 권한과 대규모 수사 인력 등으로 답답한 진상규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적지 않다.

새 특검법은 수사 외압 의혹에 국한됐던 기존 특검법과 달리 외압 의혹은 물론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한 수사와 재판 과정을 모두 수사할 수 있도록 대상과 범위를 확대했다. 경찰(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공수처(수사 외압 의혹 수사), 군사법원(박정훈 대령 항명죄 재판) 등으로 쪼개진 수사·재판을 특검이 모두 넘겨받도록 한 것이다.

새 특검법은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공소취소 권한도 특검에 부여했다. 항명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는 박 대령에게 더는 죄를 묻지 않고 공소를 취소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특검 후보 추천권 조항도 대한변호사협회가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고 민주당이 2명을 추려 최종 후보로 추천하는 방식을 변협 추천 없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1인씩 총 2인을 추천하도록 하는 걸로 바꿨다. 대통령이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하지 않으면 연장자가 자동으로 임명되도록 강제하는 조항도 담겼다.

수사인력 규모도 공수처를 능가한다. 현재 공수처 수사팀에는 검사가 6명뿐이지만 특검은 특별수사관을 40명까지 임명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검찰에 검사 20명 파견을 요청할 수 있는 등 수사 인원만 최대 104명 규모에 달하게 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특검’과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새 특검법을 놓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검 후보 추천권을 비교섭단체까지 확대한 것을 두고 “한 정당만이 아니라 다른 정당까지 의견을 모은다면 좀 더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교수는 “정부에서 미온적으로 나오고,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석연찮은 점들이 나왔다”며 “특검을 해서 의문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가 사실상 정부의 수사권을 박탈하고 대신 행사하는 것으로 삼권분립 위반”이라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수사대상 범위가 확장된 것에 대해 “특검은 개별 사건에 대해 예외적으로 하는 것인데, 여러 사건을 잔뜩 포함시키면 야당에서 작은 검찰청을 하나 새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법안 자체에 대한 심사가 끝나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진실규명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전망이 많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특검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다시 행사하면 재의결을 위해 국민의힘 쪽에서 8표 가량의 찬성표를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 마지막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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