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전면 휴진’ 선포했지만

다수, 진료 중 걸고 오후 휴진

문 연 병원 찾아 종일 뺑뺑이

참여한 곳 불매운동 움직임도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8일 의료계 전면 휴진을 예고했지만 동네 병원까지 휴진하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동네 병원 곳곳은 오후에만 휴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면 휴진은 아닌 사실상 ‘꼼수’였다. 휴진을 미처 알지 못한 환자들은 병원 문 앞까지 찾아왔다가 돌아가야 했다.

이날 오후 1시쯤 서울 성동구의 한 이비인후과 앞. 허경애씨(64)는 발을 동동 굴렀다. 여섯 살배기 손주가 눈이 가렵다고 해서 병원에 왔는데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포털사이트에 ‘영업 중’으로 표시된 곳이었다.

이날 경향신문이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로 확인한 서울 강남구·송파구·마포구·성동구 등의 동네 병원 53곳 중 38곳은 평소와 같이 정상 진료했다. 백내장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병원을 찾는다는 김현숙씨(66)는 “긴가민가하면서 병원에 왔는데 병원이 열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휴진 병원 중 다수는 오후에만 휴진했다. 휴진 병원 15곳 중 3곳은 전일 휴진을, 나머지 12곳은 오후 휴진을 택했다. 앞서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오전 중 전화로 병원이 영업하는지 확인해 휴진율이 30%를 넘으면 오후에 현장 점검을 하라’는 지침을 보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오전에 휴진율이 30%를 넘겨서 현장 점검을 나간 곳은 없었다. 서울시는 오후에 휴진율 조사를 추가로 진행했다.

병원들의 휴진 사유도 제각각이었다. 일부는 “의료파업 때문에 휴진한다”고 했지만, 대다수는 ‘학회 일정’ ‘병원 대청소’ ‘원장 개인일정’ ‘여름휴가’ ‘내부 단수공사’ ‘에어컨 청소’ 등을 이유로 꼽았다.

오후부터 갑자기 휴진하는 병원 문 앞에 선 시민들에게선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병원들이 밀집한 성동구의 한 상가에는 오후 1시부터 2시30분까지 10대 학생부터 60대 노인 등 30여명이 불이 꺼진 병원을 보고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상급병원인 서울대병원에 가기 위해 동네 병원에 진료의뢰서를 받으러 왔다는 김성희씨(67)는 “다 같이 한꺼번에 (휴진을) 하면 환자들은 다 죽으라는 말이냐”고 화를 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휴진 병원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면서 ‘불매운동’을 결의하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휴진하는 병원 다 거르겠다” “리스트 만들어서 돌리자”는 반응이 나왔다.

지방 대학병원이나 동네 병의원 쪽에도 큰 혼란은 없었지만 휴진을 미처 알지 못한 일부 환자들은 불편을 겪었다. 80대 노모의 당뇨약 처방전을 받기 위해 충북대병원을 찾은 남모씨(60)는 “오늘 휴진으로 진료 일정이 닷새 뒤로 미뤄졌다”며 “의사들이 정부와 싸우기 위해 환자를 볼모로 잡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종 시민 A씨는 “파업에 동참하는 의사들에게 자유와 권리가 있듯이 병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휴진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이용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휴진 동참 병원과 의원에 대해서는 불매운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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