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찬 강서구청장이 에코델타시티 사업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강서구는 행정 편의를 위해 에코델타시티 대상지 법정동을 신설하고 명칭을 '에코델타동'으로 정하려 했지만 행정안전부 허가를 받지 못했다. 사진 강서구

신도시 법정동 이름을 외국어로 지으려던 부산 강서구 시도에 제동이 걸렸다. 행정안전부(행안부)가 강서구가 정한 ‘에코델타동’이라는 명칭을 최근 “국어기본법 등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불허했기 때문이다. 앞서 행안부로부터 “외국어 법정동명을 써도 법 저촉 사유가 없다”는 답변을 받아 에코델타동 신설을 추진한 강서구는 당혹해 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신도시만 뗀 법정동 추진, 왜?

강서구는 지난달 말 행안부로부터 법정동의 이름을 '에코델타동’으로 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 강서구는 본래 농ㆍ어촌 위주 지역이다.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汽水)생태계를 기반으로 어자원이 풍부했고, 면적은 182.2㎢로 부산 전체 면적의 23.6%를 차지할 만큼 넓다. 이에 대부분의 주민은 어업이나 농업에 종사했다. 유명한 ‘대저 짭짤이 토마토’도 이곳 특산품이다.

강서구가 에코델타동으로 법정동을 신설하려고 한 대상지는 현재 대저2동ㆍ강동동ㆍ명지동에 속하는 면적 11.8㎢ 지역이다. 이곳엔 한국수자원공사와 부산시·부산도시공사 등이 6조원을 들여 신도시를 조성하고 있다. 신도시 이름은 ‘에코델타시티’다. 대규모 주거와 상업시설이 들어설 이 신도시에는 2028년까지 3만 가구 8만여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부산 강서구 에코델사시티 조감도. 사진 부산시

강서구는 농ㆍ어촌 위주 행정서비스를 지원하던 기존 행정 체계로는 이 대단위 신도시 행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본다. 강서구 관계자는 “같은 생활권의 신도시인데도 법정동이 각기 다르면 행정 수행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저2동ㆍ강동동ㆍ명지동 가운데 에코델타시티에 속하는 지역을 묶어 새로운 법정동을 신설하고, 수요에 맞는 행정복지센터 등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민이 외국어 법정동명 원했다

신설 법정동 이름을 ‘에코델타동’으로 정한 건 주민 투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1월 강서구가 주민 81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정동명 선호도 조사에서 후보군 20개 중 ‘에코델타동을 선호한다’는 답변 비율이 4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람동(16%)·삼성동(9%)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국내에 외국어로 된 법정동 명칭은 아직 없다. 이에 강서구는 행안부에 문의해 “법정동 이름을 외국어로 해도 법에 명시적으로 저촉되지는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 강서구는 지명위원회를 연 뒤 부산시를 거쳐 지난 3월 ‘에코델타동’ 신설 승인을 행안부에 요청했다. 강서구 요청안을 먼저 검토한 부산시는 일부 주민과 한글 단체 반발 여론 등도 행안부에 함께 전달했다.

승인이 나면 전국 첫 외국어 명칭 법정동이 될 것으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행안부는 ‘불허’했다. 답변 공문에는 “법정동 신설 필요성은 인정된다. 다만 외국어 법정동 명칭은 국어기본법과 국어 진흥 조례 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강서구는 “행정동부터 신설” 추진

강서구는 행안부 불허 답변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행안부가 법과 조례를 근거로 들어 외국어 명칭을 불허한 만큼 재도전하더라도 ‘에코델타동’이라는 이름으로 허가받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 강서구청. 중앙포토

이에 강서구는 에코델타동을 행정동으로 먼저 신설할 방침이다. 등본 등 공적 부기에 표기되는 공식 명칭으로 행안부 허가가 필요한 법정동(행정구역)과 달리, 행정동은 행정 능률과 주민 편의 등에 따라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강서구는 또 법정동 명칭도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강서구 관계자는 “주민이 원한 이름인 에코델타동으로 추진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법정동에 앞서 행정동을 신설하고 운영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등을 따져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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