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마을 지켜줘 고맙습니다”…70년만에 전한 감사

20일 경북 칠곡군 가산면 응추리 주민들이 다부동 전투에서 희생된 고 김희정 중위의 유가족들에게 보낼 농산물을 들고 있다. [사진 칠곡군]

20일 오전 11시 50분 경북 칠곡군 가산면 응추리 마을회관 앞. 농번기에 주민 20여 명이 모였다. 6·25 전쟁 당시 이 마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다부동 전투에서 전사한 고(故) 김희정 중위를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주민들은 두 손 가득 마늘·고사리·산나물 등 농산물을 들고 있었다. 마을회관 앞에 ‘응추리에 잠들다 故 김희정 육군 중위 추모식’이라고 적힌 현수막도 내걸었다.

이날 감사편지를 낭독한 주민 홍승하(51)씨는 “저는 당신이 잠든 응추리에서 태어나 반백 년을 살았다”며 “당신이 목숨과 맞바꿔 지킨 이 땅에서 우리는 새로운 행복과 희망 속에 잘 살아가고 있다. 당신을 기억하고 또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추모식을 마친 주민들은 이 마을에서 직접 키운 농산물을 택배로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 중위 유가족에게 보냈다. 20㎏들이 박스 2개, 10㎏들이 박스 3개에 고사리·마늘·쌀·감자·참기름 등을 나눠 담았다. 추모식에 참석한 칠곡 천재어린이집 원생들이 고사리손으로 눌러 쓴 손편지도 함께 부쳤다.

추모식을 제안한 이종록 이장은 “고인의 희생이 씨앗이 돼 풍성하게 자라난 농작물을 유가족에게 전달함으로써, 감사와 추모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해지길 바란다”며 “먹고 살기 바쁘지만 6월만이라도 주민과 함께 김 중위 등 참전용사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에 참석한 김재욱 칠곡군수는 “이 땅을 지키다 희생된 수많은 호국영령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일에 칠곡군이 앞장설 것”이라고 전했다.

다부동 전투는 6·25 전쟁 때 가장 치열했던 전투다. 1950년 8월 1일부터 55일간 이어진 전투에서 북한군 5690여명, 국군과 미군 3500여 명이 전사했다. 백선엽(1920~2020) 장군을 중심으로 한 국군은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낙동강 전선을 지켰다. 김희정 중위는 백 장군이 지휘했던 육군 제1사단 15연대 소속이었다. 그는 장교로 임관하고 불과 보름 만에 응추리 야산에서 순국했다. 당시 나이 27세였다.

정부는 1954년 10월 김 중위에게 은성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했지만, 유해를 찾지 못해 전달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70여년이 지난 2022년 9월 국방부 유해발굴단은 응추리에서 김 중위 유해를 찾았다. 이어 유전자 검사를 통해 김 중위 조카 김창식(64)씨를 확인했고, 지난 5월 유해를 유가족 품으로 돌려보냈다. 현재 김 중위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