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친구 환송 속 안장식…“혐오 맞선 용기 헛되지 않아”

성확정(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숨진 변희수 하사의 안장식이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리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고 변희수 하사는 수년간 갖가지 혐오적 발언과 차별적인, 모욕적인 언사를 견뎌내고 긴 시간을 돌아 현충원에 왔습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충혼당에서 진행된 변 하사 안장식에서 추모사를 낭독하자 추모객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일부 추모객들은 참았던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변 하사의 부친은 단상 위의 영정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안장식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날 안장식에는 변 하사를 추모하는 또래 친구 등 100여명이 찾았다. 변 하사의 유족들과 군인권센터, 변희수재단 준비위원회 등은 차례로 헌화에 나서 고인의 넋을 기렸다.

변 하사는 2019년 성확정(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군으로부터 강제 전역 조치를 당하고 2021년 3월3일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현충원에 안장된 건 숨진 지 1209일 만이다. 변 하사는 사망 3년여 후인 지난 4월 순직을 인정받았으며, 지난 5일 국가보훈부로부터 대전현충원 안장이 결정됐다.

임 소장은 “오늘의 현충원 안장이 앞으로의 고통과 힘듦을 평생 가슴속에 묻고 가야 할 유족들에게 작은 위안이 됐으면 하는 바람뿐”이라며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오늘에서야 변 하사가 이곳 순국 선열들이 계신 곳에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고 추모사를 낭독했다.

카이스트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하모씨(23)는 “그동안 변 하사가 겪은 차별과 그로 인한 고통을 생각하면 분노와 슬픔을 느끼지만, 이번 현충원 안장은 변 하사의 용기와 투쟁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껴진다”며 “변 하사의 용기에 많은 사람이 위로를 받았고, 하늘나라에서는 편히 쉬기만을 바란다”고 추모했다. 향후 군인권센터는 변 하사의 명예를 되찾기 위한 활동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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