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5일 전세사기 피해 지원 대책과 관련한 입법 청문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5일 전세사기 피해 지원 대책과 관련한 입법 청문회를 열었다. 여당이 상임위에 복귀하며 국회가 정상화됐으나 국민의힘은 사전에 협의된 일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청문회에 불참했다.

이날 야당은 국토부장관의 과거 발언을 놓고 질타를 이어가며 정부가 제시한 구제 방안은 경매차익이 일정치 않아 오히려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본회의 통과 후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전세사기 특별법을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선구제 후회수'가 핵심인 특별법에 반대 입장을 거두지 않고 있어 본회의 표결 후 거부권 행사가 재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與 "여야 협의로 일정 다시 잡자"…野 "기차 떠났는데 이래라저래라"

국토교통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5일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한 입법청문회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당초 민주당 상임위원장 단독 배분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상임위 보이콧(거부)을 이어왔다. 하지만 전날 7개 상임위원장을 국민의힘 몫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날 국토위에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여야가 청문회 일정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여당 국토위 간사인 권영진 의원은 청문회 시작 전 야당 간사인 문진석 민주당 의원에게 "우리가 이 국회에 들어오기 전에 (야당이) 일방적으로 청문회를 정한 건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제 우리가 들어왔으니까 의사일정을 협의해서 정해야 될 게 아닌가"라고 항의했다.

이어 "일방적으로 정해진 것에 국민의힘 보고 들어오라고 하지 말고 청문회를 연기해서 하자는 거였다. 일주일만 연기해서 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문 의원은 "기차가 떠난 뒤에 와서 기차를 세우고 이래라저래라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우리는 청문회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간사를 선임하고 나가시든지, 같이 청문회 하시든지 선택하시면 된다"고 거부했다.

민주당 의원인 맹성규 국토위원장도 "국민의힘이 오늘 상임위원회가 교섭단체 협의 없이 진행됐다는 점을 들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어렵게 마련된 오늘 자리는 일단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오늘 청문회는 현안질의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데 국무위원 강제 출석을 위해 강행한 것"이라며 "청문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면서 회의실을 떠났다.

권 의원은 "청문회를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여야 협의를 통해 금주나 다음 주에 청문회를 하자고 제안했다"며 "야당이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가 목적인지, 이 청문회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인지 강한 의구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결국 국토위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위원들만 참석한 채 청문회를 시작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증인으로 채택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 등이 참석했다. 당초 증인으로 채택됐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일재무장관 회담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전세사기, 젊은 분들이 덜렁덜렁 계약“

野 "2차 가해.. 사과하라".. 박 장관 "정중히 사과"

이날 야당 국토위원들은 청문회에 출석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과거 발언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박 장관은 지난달 국토교통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라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전세사기는 개인의 실수라기보다는 법과 제도의 마비로 인한 사회적 재난의 성격이 강하다"며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마음 아프게 한 발언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사회적 재난에 대해, 국민들을 구제해야 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피해자 비난 발언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덟 번째 (전세 사기) 피해자가 목숨을 끊은 게 지난 5월 1일이다. 한 아이 엄마였던 30대 여성이 지난달 돌아가셨다"며 "국토부 장관이 여덟 번째 피해자가 돌아가시고 열흘도 안 돼서 피해자 비난 발언을 하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걸 2차 가해라고 한다. 직접적인 가해보다 피해자들을 더 심리적인 궁지로 몰아넣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제 진의는 그게 아니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어쨌든 저 말씀으로 상처받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겠다는 설명을 하다가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썼다"며 "이 사태의 책임이 (전세 사기 피해자의) 개인적 잘못에 근거한다는 뜻으로 한 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제 인식은 전세 사기가 여러 제도적·시장적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지, 피해자들의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회적인 문제로 고통받은 분들을 도와드리기 위해 하루빨리 실현 가능하고,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피해 구제책을 만들어 조치해야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박 장관에게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만나 직접 피해 현황이나 구제방안에 대해 청취한 적이 몇 번이냐 질문했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송구스럽지만 제가 직접 만나지는 않았고 (국토부) 직원들이(만났다)"라고 답했다.

주무장관이 피해자들과 간담회 한 번 하지 않았다는 점을 사과해야 한다는 질책이 이어지자 박 장관은 "질책을 달게 받겠다"며 "피해자들 못만나본 부분 송구하게 생각한다. 소홀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피해자들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토부가 정확한 전세사기 피해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손명수 민주당 의원은 "LH의 매입이 실행돼야 정부안이 진행될 수 있는데, 국토부가 아직 피해주택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 한 것 같다"며 "피해주택 중 몇 채가 불법 건축물인지, 저당권 설정이 돼 있는지, 선순위·후순위 채권이 있는지 파악해야 매입 가능 여부와 경매 차익 발생 여부를 알 수 있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연희 의원도 "피해지원 대책을 세우려면 정부가 전수조사를 통해 피해 유형을 나눠야 하는데 그것이 제대로 안 돼 있다"며 "재정 추계가 곤란하다고 답변하며 재정 소요가 얼마나 되는지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촉구하는 피해자들 [사진=연합뉴스]

국토장관 "전세사기 주택 경매차익 없을 경우 대안도 검토"

이날 박상우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돌려주겠다는 정부 방안과 관련해 경매 차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의 대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선(先)구제 후(後)회수'를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해당 법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다.

그러자 국토부는 본회의 하루 전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돌려주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LH가 경매에서 사들인 기존 거주 주택에 최대 10년간 무상으로 거주하거나 경매 차익을 받고 이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매 차익이 LH 감정가의 30%에서 50%까지도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6개월간 전국 연립·다가구주택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 금액의 비율) 평균이 67.8%라는 점을 고려한 추산이다.

하지만, 경매차익 지원 방식은 경매 사건에 따라 시일이 오래 걸릴 수 있으며 경매차익이 미미할 경우 최우선변제금만큼도 보상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경매차익 차이가 클 경우에는 피해자 간 불만이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맹성규 국토위원장은 "경매 차익이 아예 나오지 않을 수 있고, 생각보다 적게 나오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박 장관은 "정부 측에서 충분히 검토해 보겠다"며 "국회에 모여서 의논하고 토론하는 이유가 (대안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장관은 "경매 차익이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간 경험치를 보면 차익이 사실상 발생한다"며 "(LH가 경매에서 사들인 전세사기 피해자의 기존 거주 주택에) 최장 10년간 임대료 없이 사는 방안을 기본안으로 제시했지만, 사기 피해를 당한 집에 더 이상 살기 싫다면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바로 드린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경매 차익 규모를 결정할 수 있는 감정가를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활용하겠다고 밝힌 'LH 감정가'가 법원 감정가보다 낮을 경우 피해자가 가져가는 경매 차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 '선구제 후회수' 전세사기 특별법 22대 국회 재발의

민주당은 21대 국회 막판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전세사기 특별법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한다는 방침이다.

국토위 소속 염태영 민주당 의원은 22대 1호 법안으로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피해자 요건상 '다수'를 '2인 이상'으로 구체화하고, 이중계약이나 깡통전세 임차인도 위원회 심의를 거쳐 피해자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하는 등 법률상 전세사기 피해자 범위를 확대시킨 게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피해자로 인정되는 임차인에 외국인도 포함됐으며 피해주택이 경매나 공매에 넘어갈 때 국토부 장관이 긴급한 경우 법원에 유예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고, 또 우선매수권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3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국회 토론회를 열고 피해자 단체와 시민사회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피해자들은 공공이 피해자에게 직접 보상액을 지급한다는 정부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안이 △경매가 완료된 피해자 △LH가 매수하기 어려운 불법 건축물에 거주하는 피해자를 구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철빈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경매 차익을 준다지만 주택을 매입하지 못하면 끝"이라며 "그때는 정부가 재정을 들여야 하는데 잘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전세사기 피해 구제를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려고 하지만, 정부·여당과의 견해차 때문에 쉽게 진행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힌다. 선구제 후회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 공정가치 평가를 거쳐 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해 피해자들에게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고, 나중에 피해주택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임대인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재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는 "채권가치 평가를 통한 선구제 후회수 구제방안은 실제 작동이 어렵고 분쟁의 우려가 있을 것으로 판단돼 선택지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며 "가치가 산정되더라도 제시된 가격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불필요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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