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지난달 멸종 위기종인 맹꽁이가 발견된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효자동 옛 대한방직 터에 1급 발암 물질인 석면으로 뒤덮인 공장 건물이 수년째 방치돼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사업 부지 내 맹꽁이 63마리와 새끼 544마리를 대체 서식지(송천동 오송제)로 옮길 때 6억원가량 들었어요. 성체 기준으로 한 마리당 1000만원꼴입니다. 요즘 소 한 마리가 800만원 정도인데, 맹꽁이가 소보다 비싸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전북 전주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불리는 옛 대한방직 터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자광 전은수 회장이 지난 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도심 한복판에 있는 폐공장 부지를 개발하는데, 맹꽁이 몇 마리 서식지를 보존하라고 요구하는 건 개발하지 말란 얘기”라고 했다.

2017년 옛 대한방직 터를 1980억원에 사들인 ㈜자광은 23만565㎡(6만9700평) 부지에 6조2000억원을 들여 470m 높이 153층 타워를 비롯해 호텔·아파트·오피스텔·복합쇼핑몰 등을 지을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비가 내린 지난달 30일부터 대한방직 터 4개 지점에서 맹꽁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맹꽁이 서식지를 부지 내에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전 회장은 “현재 부지 내 공장 건물을 덮고 있는 석면은 1급 발암 물질이라 위험하다”며 “맹꽁이가 중요하다면 나중에 공원을 만든 뒤 거기에 살게 하면 된다”고 했다.

유인환 전주시 개발사업팀장은 “지하 6층까지 땅을 파야 하는데 맹꽁이 서식지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최근 발견된 소수 개체의 추가 포획·이주 문제는 전북지방환경청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전국 개발 예정지 등에서 발견된 야생동물을 두고 “개발을 방해하는 걸림돌” “끝까지 지켜야 할 대상” 등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이른바 ‘야생동물 리스크’ 관리가 개발 성패를 좌우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에서 멸종 위기종 보호를 둘러싼 논란은 2003년 한 사찰 승려가 만든 시민단체가 경남 천성산에 사는 도롱뇽을 앞세워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법원에 공사 착공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게 시초다.

공단이 천성산 일대를 관통하는 KTX 경부고속철 터널을 짓기로 하자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갈등이 시작됐다. 소송 결과 법원이 “공사가 천성산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결해 터널 공사는 재개됐다.

멸종 위기종 이주가 성공한 곳도 있다. 군산시는 옥도면 갯벌 일부(1만7000여㎡)를 메워 산책로·녹지 공간을 만들기 위해 2019~2020년 선유도해수욕장 일대에 서식하는 흰발농게 약 3만 마리를 트랩(포획 틀)이나 진동을 이용해 대체 서식지인 ‘평사낙안(모래사장)’으로 옮겼다.

이에 대해 전북녹색연합은 “실효성 없는 전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군산시 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선유도해수욕장에 서식하는 흰발농게 개체 수는 177만 마리로 2019년(63만 마리)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사업자·지자체·환경단체 등은 개발과 멸종 위기종 보호로 얻는 편익과 비용을 객관적으로 계산해 이득이 큰 쪽으로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며 “이를 면밀히 따지지 않고 진영 논리나 이해관계에 따라 일방적 주장을 고집하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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